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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인듯 철길인듯, 그 너머에 다른 세상을 둔 것 마냥 한껏 고고하다.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가 첫 순간을 망칠까, 고민, 또 고민.
가지런히 모은 두 개의 손에 물방울이 맺혔다. 특별할 것 없이 특별한 것들의 만남.
그 옛날 용왕이 점지해준 곳이라 그런지 넘실대는 파도 속에 용이 헤엄치고 있을 것만 같다.
미련 없이 모두 다 털어내버렸다. 지금 털어내지 않으면 다음은 없을 테니까.
어둠이 내리기도 전에 가로등 불이 들어온다. 아, 한 곳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저기서는 별을 볼 수 있을까.
돌과 같은 색깔로 낡아가는 나무, 그리고 나무와 같은 색깔로 낡아가는 돌. 어느 곳 하나 정갈하지 않은 곳이 없다.
탐스럽게 핀 화려한 꽃보다 들에 아무렇게나 핀 코스모스가 꽃 같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작은 기쁨을 주는 코스모스가 좋다.
안 돼. 멈춰. 돌아가. 이쪽으로 오지 마. 가득한 부정의 신호들에 나도 모르게 멈춰서 버리는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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