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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털이 바닷바람에 얽혀 한데 뭉쳤다. 누굴 기다리는 건지 눈과 귀가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두었는데 고개만 꾸벅. 예의를 잊고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투박하고 또 투박하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조금이라도 보드라워질 수 있을까.
한 해를 끝끝내 버텨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이들. 그 빈 모습들에서 어찌 서글픔을 느낄 수 있을까.
물고기, 에서 생선, 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어떤 순간일까. 아직 바다를 업은 등이 푸르다.
흙으로 된 마당과 댓돌, 가지런한 기와와 나무로 된 집. 문득, 담장 너머로 보이는 것들에 저도 모르게 걸음이 멈추고야 만다.
피어나기 위해서는 꽃잎 하나하나 고루 신경을 써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접혀서는 안 될 것. 어느 하나라도 돋보여선 안 될 것.
두렁을 따라 이어진 초록의 끝에는 또 다른 초록이 시작된다. 싱그러운 잎사귀가 눈부시게 빛나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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