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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새겨진 것보다 더 담대하고 굳건했을 터. 눈앞에 보여지는 것은 아주 찰나의 기록일뿐.
투박하고 또 투박하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조금이라도 보드라워질 수 있을까.
누군가 토막 내어 쌓아 뒀을 나무 더미 사이로 껍질이 벗겨지는 소리가 났다.
길가를 따라 핀 꽃을 보며 미소를 그리다 우뚝 솟은 전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뿌리를 보기 위해 얼만큼 고개를 숙였는지 모른다.
탐스럽게 핀 화려한 꽃보다 들에 아무렇게나 핀 코스모스가 꽃 같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작은 기쁨을 주는 코스모스가 좋다.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수면을 때릴 것만 같았는데 시야를 덮은 해무가 귀까지 덮었나보다.
저수지에는 물만 모이지 않는다. 그 물을 따라온 햇빛도 구름도, 물고기도 모두 이곳 밑바닥에 모여 있다.
이렇게 가지런한 죽음들 앞에서 어찌 숙연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저마다의 빛깔로 낮은 숨을 쉬는 그 모습에 덩달아 숨결이 잦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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