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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나온 길이 끊겼을까, 아니면 걸어 들어가던 길이 끊겼을까. 길 위에서 길을, 어느 쪽에 물어야 할지 고민해 본다.
금이 가고 세월의 얼룩이 묻어 칙칙하던 벽에 그림 몇 개, 색 몇 번 칠한 것뿐인데도 그곳을 지나는 이는 즐겁다.
그는 새겨진 것보다 더 담대하고 굳건했을 터. 눈앞에 보여지는 것은 아주 찰나의 기록일뿐.
건너기 위해 놓였을 돌이지만 누구도 선뜻 건너지 못하고 반대편만 바라보다 미련 없이 뒤돌아 선다.
별을 꿈꾸어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하늘에서 빌려온 것들이 총총히 가라앉아 있다.
아래로 한껏 내려간 눈꼬리가 눈물이 지나간 자리처럼 깊게 패여 어느새 주름이 되었다.
물방울 하나하나가 터지면서 내는 소리가 나무에 수면에 스며들어서 그런지 시야가 촉촉해져.
허리를 숙이면 평소와는 다른 것들이 보인다. 천연덕스레 제 몸에서 가지들을 틔워내고 작은 나무로 선 저 모습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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