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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위로 치켜든 지붕이 나무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마치 산의 일부인 듯 어색함이 없다.
광해군 6년, 스물 한 살의 나이로 진 꽃이 이곳에 잠들어 있다고 했다. 발 아래 살짝 젖은 풀의 감촉이 옹주의 속삭임 같다.
발자국은 그 자체로도 살아 숨쉬는 것 같다. 호흡을 하는 그 순간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다.
해에게서 흘러나온 물길이 눈앞을 휘돌아 흐른다. 이렇게 고즈넉한 풍경 앞에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귀를 쫑긋 세우고서 커다란 눈으로 조용히 정적을 응시하는 사슴을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울음을 들어준 적은 없다.
빈 언덕을 지키고 섰다 한들 어찌 외롭다 말할 수 있을까. 나란한 나무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한 번도 불을 지핀 적 없는 아궁이 위의 솥이 반질반질 윤이 난다. 추억 한 톨 쌓이지 않아 저리도 윤이 나는 건가.
어디 하나 자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지붕도 벽도 담장도 모두 자연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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