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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했을까. 그렇게 했기에 지금 저 곳에 있는 거겠지. 뿌리가 바위로 변할 때까지 그래야만 했던 거겠지.
빈 언덕을 지키고 섰다 한들 어찌 외롭다 말할 수 있을까. 나란한 나무들의 뒷모습이 정겹다.
사람이 모여 만든 자욱한 안개 너머로 보이는 그림자가 있다. 결코 채울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허상이.
사백 년의 세월을 머금고 선 나무. 오래도록 간직할 고민이라면 이 앞에 털어 놓아보는 것은 어떨지.
잔디가 푸르면 푸를수록 부재가 깊어진다. 지난 함성소리가 애꿎은 골대만 흔들고 있다.
제 집을 뒤로 하고 곱게 햇빛을 쬐는 모습들이 재미있다. 바람따라 흔들리며, 아마 물살을 가르는 푸른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자연이 내어준 길이 넓지 않을 때, 함께 허리를 꼿꼿이 하기보다는 조용히 스며들어 걷는 것도 멋지지 않을까.
높은 줄 알고 올랐더니 구름보다 낮다. 지나온 길 내내 나를 가리던 것이 나무가 아니라 구름의 그림자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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