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안에 봄
- 경상북도 상주시 -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찾는 겨울 강. 낙동강 물길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고 알려진 국민관광지 경천대도 그 중 하나입니다. 당일치기든 며칠이든 이곳에서 즐기는 겨울 강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어수선한 마음까지 눈처럼 녹입니다. 주변 볼거리도 강변을 따라가며 줄지어 있어 발품이 별로 섭섭지가 않습니다. 예부터 슬기로운 사람은 물을 즐긴다고 했으니 도심을 벗어나 잠시 물과 친하게 지내는 건 심란한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어수선한 마음, 경천대 겨울 강에 모두 담궈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경천대라 불리기 전 ‘자천대(自天臺)’라는 이름 역시 예사롭지가 않다. 하지만 ‘경천대’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유래된 걸까?
“여기는 천혜의 절경 때문에 과거 자천대라 불린 적도 있었지. 하지만 우담 선생이 이곳에 은거생활을 하면서부터 하늘을 떠받든다는 뜻으로 경천대(擎天臺)라 부르게 됐지.”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 심양으로 볼모로 잡혀갈 때 따랐다던 채득기 선생 말이지? 우담 선생이 경천대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노래한 <봉산곡>을 알고 있니?”
가파르다 느껴져 숨을 몰아쉴 때면 코끝에 번져가는 소나무 향내가 심신의 피곤을 비워낸다. 그렇게 다다른 경천대관광지에서 가장 먼저 정기룡 장군 동상이 눈길을 끈다.
“임진왜란 때 명장 정기룡 장군이 젊었을 때 이곳에서 용마와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어.” “맞아. 그때 장군이 만들었다고 하는 바위로 된 말먹이통이 이곳에 아직 남아 있지.”
“바위에 홈을 내어 만들었구나. 그의 용마와 경천대를 사랑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
경천대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는 황톳길과 300m의 돌탑,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선계로 빠져드는 듯 착각이 들 무렵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경천대를 돌아가는 U자형의 낙동강이 굽이치는구나. 폭넓은 푸른 비단의 띠를 두른 것처럼 반원을 그린 낙동강물이 정말 웅장해.”
“맞아. 안동 하회나 예천 회룡포의 물길이 산하를 부드럽게 감싼다면 이곳은 힘이 넘쳐흐른다고 해야 할까?”
전망대에서 10여 분 숲길을 내려가면 낙동강 물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경천대를 만날 수 있다. 바위를 뚫고 나온 노송을 발견했다면 제대로 찾아온 것이다.
“전망대보다는 멀리 보이지 않지만 눈앞 절벽에서 휘감겨 흐르는 강물이 장엄해 낙동강의 절경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어.”
“맞아. 기암절벽은 쳐다만 봐도 아찔해. 하지만 절벽 위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이곳 경천대는 푸른 물과 금빛 백사장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과 같아.”
경천대는 깎아지른 절벽과 노송으로 이뤄진 빼어난 절경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굽이굽이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면 아름다움이 밀려올 것이다.
“자연은 아름다움의 가치가 있어. 경천대에서 바라보는 강은 특히나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순수해지지.”
“맞아. 아름다움은 영혼을 맑게 하고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 주지. 아름다운 낙동강의 신비를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활력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리는 듯해.”
경천대 옆에 자리한 정자 무우정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자. 여기서 수백 년 풍상에도 고결한 기상을 잃지 않은 강물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이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저기 저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대화하는 두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우담 선생이 바로 이곳에 은거하면서 학문을 닦고 북벌의 때를 기렸지. 아찔한 절벽은 게으름을 경계함이요, 푸른 솔잎은 충군의 마음, 깊은 강물은 우국의 애끓음이리라 했어. 저들도 우리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강은 흐르다 오른편에 수풀이 우거진 구릉을 만나고 그 건너편으로는 희디흰 모래톱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곳으로 가면 자연은 또 우리에게 어떤 작품을 보여줄까?
“날씨가 조금 더 따뜻했다면 신발을 벗고 이 모래사장으로 뛰어들었을 텐데. 지금은 물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고운 모래를 한 줌 쥐어보는 걸로 만족해야겠어.”
“하지만, 예전에 찾았던 모래톱과는 사뭇 느낌이 달라. 이 금빛모래 사장이 푸른 강물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뽐냈었는데, 옛 정취가 그만 못한 듯해 조금은 안타까워.”
이곳 대자연 속에서 모든 감각은 더욱 명민해진다. 바람 속에 하나가 되고 안갯속에서 자연의 정기를 받는다.
“이곳에서 난 정말 행복감을 느껴. 하지만 저녁이면 밤하늘의 별을 보고 아침이면 지붕 기와에 앉아 쉬며 노래하는 새 소리에 잠이 깬다면 더없이 좋겠는데….”
“이 긴 강은 수백 년을 흘러 바닥을 다지고 지금처럼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를 그려냈어. 그리고 현재는 수천 년 이어온 자연의 작품 앞에서 우린 모든 시름을 풀어놓게 되는구나.”
강물은 범람하고 흐린다 한들 잠시뿐입니다. 사계절 본디 푸른 탓에 흐린다 하더라도 곧 제 색깔을 되찾습니다. 날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린 강물이 본래의 모습을 찾듯 잠잠해집니다. 서로 욕심을 내어 끝장을 낼 것처럼 살벌하게 다투어도 사필귀정은 불변의 교훈입니다. 낙동강 물길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나다고 알려진 국민관광지 경천대는 푸른 강물이 골치 아픈 세사를 달래주며 마음을 푸르게 합니다. 당신은 지금 경천대에서 푸른 강물에 어수선한 마음 모두 담가두고 돌아오는 길인가요?
종이 책에 취하다
- 부산광역시 중구 -
‘책을 읽다’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릴 것입니다. 두 손에 들어오는 종이묶음은 반으로 접혀있는 형태를 하고, 한 장 한 장이 넘어가면,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점차 선명해져 갑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책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부터 작은 화면 속에 담긴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형태의 E-BOOK이 탄생하고, 사람들은 교과서 이외에는 책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고들 말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사라져 가는 책을 마음속에서부터 되살려라!’입니다.
종이가 사각거리는 소리, 조금은 날리는 먼지와 오래된 종이의 텁텁한 냄새가 향수를 자극한다. 이래저래 쌓인 책들이 정겹다.
“종이에 쓰여 진 분류표는 처음인 것 같아. 대형서점의 체계화 된 분류만 보다가, 손글씨로 철학, 자기개발, 종교서적 하고 쓰인 것을 보니 정말 옛 골목에 온 것 같은 기분이야.”
“조금은 현대적으로 개선을 한다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을텐데도 이런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놀라워.”
그저 헌 책방의 고리타분함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현대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새로움을 더해주고 있을까?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골목 여기저기에 들어서 있는 모습이, 꼭 책 한 권을 사서 저 곳에 들려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야.”
“책과 커피는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 현대적인 해석이기도 하지만, 이런 헌책 골목의 헌책들과도 찰 어울리는 건 사실이야.”
책을 사고, 팔고. 공부가 하고 싶었던 지식인들이 모여 이루어낸 책방골목. 그들의 지식이 돌고 돌아 이곳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본래 이 책방 골목은 노점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알고 있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헌책을 팔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해.”
“그래서인지 책방 안에 들어가기보다도, 이렇게 좁은 골목을 지나면서 밖에 내어져있는 책들이 더 구경하기 좋은 것일까?”
날이 저물자 책방이 하나 둘 씩 문을 닫는다. 뽀얀 빛을 내뿜던 전구가 꺼지고 우당탕하는 정겨운 소리와 함께 가게 셔터가 닫힌다. 비밀스러운 변신을 시작하는 것이다.
“닫힌 책방들에서도 볼 것이 있다니 놀라워. 하나하나 놓칠 것이 없는 책방 골목이라는 말이 헛소문은 아니었나봐.”
“맞아. 뿐만 아니라 그저 좁은 길바닥에도 향수를 자극하는 비밀스러운 공간들이 있으니 그것을 따라 걷는 것도 재미있어.”
책방 골목을 반쯤 지났을까, 옆으로 난 높은 계단길이 보인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어떤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동화 속 세상을 그림으로 그려 벽화마을을 만들어 두었구나! 아이와 함께 온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아이들은 동화 속으로 직접 들어온 듯한 기분에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있어. 하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
글자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캘리그라퍼들은 디자인적인 글자를 써내기 위해, 그 속에 많은 감정들을 담아 두었나 보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왜 캘리그라피 갤러리가 있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글로 이루어진 예술이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해. 게다가 글자를 지루하게 배치해 놓은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줄에 걸려 빛을 받고 있는 캘리그라피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화려한 것 같아.
이곳의 책들은 어느새 문화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매년 열린다는 책방골목문화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책은 읽는 것이지, 소리가 어디에서 난다고 소리를 듣자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일까?”
“에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책의 소리는 책장을 넘길 때부터 시작해서 책을 덮을 때 까지 모든 것이 소리가 되어있어. 게다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책에서 소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걸?”
켜켜이 쌓인 책들을 둘러보다, 어릴 적 보았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이 책이 맞는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주인공이 생각난다.
“이곳에 오면 오래된 추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같아. 책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사진기, 삐걱이는 나무의자까지.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책을 무작정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도 아니고, 이제는 조금은 체계화 되어서 볼 것도, 배워갈 것도 많은 부산의 명물인 것은 분명해.”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상인들이 모여 만들 ‘번영회’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 헌책방 기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그들은, 책에 대한 사랑과 헌 책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들임이 분명하지요. 여러분은 이곳에 오면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E-BOOK 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넘치는 책을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다면, 이곳을 찾은 이유가 충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견되는 종이책. 그 종이책에 대한 가치를 마음 속에서부터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꿈꾸듯 별을 만나다. 시민천문대
- 대전광역시 유성구 -
최근 도심 속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아주 맑은 날, 깜깜한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아주 흐리게 보이거나 한 두 개 정도. 그런데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전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바로 도심 속에 자리한 시민천문대 덕분인데요, 도심 속에서 느끼는 낭만과 여유, 그리고 교육적인 효과까지! 오늘의 <트래블아이> 미션은 ‘하늘을 관찰하며 잃어버린 어릴 적 동심을 찾아라!’입니다.
별과 예술, 그리고 낭만. 대한민국 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쓰여진 하얀 건물 위로 별이 쏟아진다. 저 속에는 어떤 별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산 속이나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닌데도 별 관측을 잘 할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대전 유성구의 대전시민천문대에서는 낮에는 태양, 밤에는 별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장비가 잘 갖추어져 있단다. 게다가 하늘을 잘 볼 수 없는 흐린 날에도 우주를 관측할 수 있도록 천체투영기까지 있는 곳이란다.”
돔으로 된 주 관측실의 천장이 열렸다. 그러자 맑은 하늘에 선명한 햇살이 관측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그것을 헤쳐 나가는 천체망원경 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궁금하다.
"열린 하늘을 올려다보면 흐리게만 보이는 별들이 망원경 속에서는 정말 또렷하게 보여요! 꼭 우주 속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에요."
"주 관측실에 있는 망원경과 보조관측실에 위치한 망원경들은 각각 다른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단다. 이렇게 많은 망원경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와도 불편함이 없지 않을까?"
천체투영실 객석의자를 뒤로 눕히자 밤하늘이 펼쳐진다. 저 높은 천장은 사실 천체투영기로 이루어진 그림일 뿐이지만, 정말 밤하늘 아래 누워있는 기분이 색다르다.
"와! 정말 하늘 아래에 누워 있는 것 같아요. 그저 의자를 뒤로 젖혔을 뿐인데 어떻게 돔 천장에서 하늘이 나오는 걸까요?"
"천체 투영기를 이용한 하늘이란다. 날씨에 관계없이 밤하늘을 볼 수 있도록 똑같은 가상의 별을 천장에 투영해 놓은 것이지."
오늘의 관측 대상은 태양이다. 주 관측실에서는 태양 홍염을, 보조 관측실에서는 태양의 흑점을 관찰한다. 밤이 되면 오늘의 별자리를 볼 수도 있다.
"낮에는 태양을 관찰했는데, 밤이 되니 별자리를 관찰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별자리를 보고 싶은데, 오늘을 볼 수 없는건가요?"
"시민천문대에서는 그 주에 가장 잘 보이는 별자리를 골라 관측 대상으로 선정한단다. 보고싶은 별자리가 있었다니 조금 아쉽구나."
토요일 밤, 50분간의 환상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별자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천체투영실의 돔 천장 아래 누워 있자니, 별이 곧 쏟아질 것만 같다.
"이 곳에서 음악회를 여는 분들은 자원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란다. 아름다운 별과 음악을 한 곳에서 체험하는 낭만적이고 교육적인 행사란다."
"네 맞아요. 곡에 대한 설명도 친절하게 해 주고 다른 사람들 눈치도 안보고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어두운 공간도 그 매력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생각나는 금요일 밤. 시의 아름다운 선율을 낭송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음악이 얹힌다.
"시 낭송인 협회에서 진행하는 시 낭송회래요. 어쩐지 시 한 구절, 한 구절에 감정이 촉촉이 젖어있는 것 같았어요."
"토요일에 열리는 음악회와는 달리 2주에 한번 씩 열리는 시 낭송회에는, 별 빛과 어울리는시와 음악이 어우러져 색다른 낭만을 얻어갈 수 있단다."
천문대 안에 자리 잡은 아스트로 갤러리. 이곳에 가득 찬 그림들 속에는 별, 자연, 사계절 등 새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떤 사람들이 그린 것일까?
"실력 있는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시민 천문대의 아스트로 갤러리에 참여를 하고있단다. 지역의 문화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는 이 그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음, 글쎄요. 무상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그 가치가 정말 높은 것 같아요! 무상전시이지만 돈을 주고서라도 꼭 보고싶은 문화공간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사는 세계와 문화의 이해를 이끌어 주는 천문우주과학. 그리고 도심 가까이에서 우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동네 어디를 가나 별을 볼 수 있었고 하늘을 올려다 볼만한 여유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천문대에 와야만 별을 볼 수 있다니 조금 아쉽구나."
"하지만 별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또 가끔 이런 곳에서 낭만을 찾을 수 있다니 다행이 아닐까 싶어요."
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가 없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힐링’의 공간으로 다가 오고 있는 대전 시민천문대입니다. 단지 하늘을 관측하는 데에서 머물지 않고 음악, 시, 미술작품 등 별과 어울리는 문화를 함께 이어가는 대전 시민천문대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별에 대한 이해와, 다른 별들을 볼 수 있는 여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아닐까 합니다. 별에 대한 낭만을 놓치기 싫다면, 이곳 대전 시민천문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역사를 산책하는 공주 여행
- 충청남도 공주시 -
고마나루는 공주를 말합니다. 고마나루명승길은 공주의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공간입니다. 무령왕릉이 있는 고분군을 걸으며 웅진백제시대로 거슬러 갔다가도 연미산 정산에서는 공주의 도심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과거든 현재든 공주 산천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해서 이름도 명승길입니다. 그렇게 고마나루에서 시작해 공주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23km에 걸친 이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백제시대로 접어듭니다. ‘고대 역사를 더듬어 가는 시간 속으로의 여행을 떠나라!’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백제시절 서해에서 올라온 배나 금강 상류를 오가던 배가 드나들던 넓은 나루터 고마나루다. 강변으로 내려가면 곰 가족이 살던 연미산이 나온다.
“돌로 깎은 작은 곰 상을 모신 사당 주변으로 키 큰 소나무들이 우거져 보기 좋구나. 솔숲 사이사이 현대 작가들이 만든 곰 가족상도 있다지?” “웅진단? 여긴 뭐죠?”
“백제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국가가 주관하여 금강에 수신제를 지내던 터란다.”
생김새가 제비꼬리를 닮았다 하여 유래한 이름 연미산. 이곳에서 고마나루명승길의 전체 코스는 물론 공주의 도심이 한눈에 조망된다.
“저 금강을 좀 봐라. 서쪽으로 흐르다가 연미산에 부딪혀 남서쪽으로 급히 휘어 돌아가는 모습이 참 장관이지? 금강 건너편에서 공주의 구도심과 신도심을 한눈에 보이는구나!”
“주변으로는 소나무들이 시원하게 뻗어 있어 참 좋아요. 저 소나무숲 사이로 가다보면 현대 작가들이 만든 곰 가족 조각상도 나온다고 쓰여 있어요!”
고마나루에서 1~2km만 걸어가면 웅진시대로 데려가 줄 송산리 고분군이 나온다. 짧은 거리지만 중간중간 산길에, 내내 오르막이라 시간은 충분히 생각하고 걷는 게 좋다.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의 밝혀진 무령왕릉을 비롯해 고분 7기가 모여 있어. 발굴과 함께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유물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왔지.”
“무령왕 외에는 다른 왕의 무덤은 확인되지 않고 있네요. 삼국을 호령한 신라의 도읍 경주에도 없던 왕릉이 여기에는 있다는 사실도 놀라워요!”
전국의 약재상들이 몰려들었던 산성시장을 통과하면 길은 다시 백제의 왕성 공산성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웅진과 공주, 백제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538년 성왕이 사비로 옮길 때까지 64년간 5대에 걸친 백제왕들이 공산성 안 왕궁에서 거주했을 거야. 당시에는 웅진성이라 했지. 산세를 따라서 작은 성을 쌓고 강을 해자로 삼아, 지역은 좁지만 형세는 참 견고하지?”
“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주 출입문이 바로 서문에 해당하는 금서루로군요!”
공산성은 웅진 백제의 64년간 왕성이었던 곳. 성벽은 2.6km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이 공산성 안에서 백제를 비롯해 통일신라, 조선시대의 유적들까지 전부 만나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금강변 야산의 계곡을 둘러싼 이 산성은 원래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지. 조선시대에 석성으로 고친 거야. 아마 지금의 이 산성 자리보다 왕성의 적임지는 또 없었을걸.”
공북루 위쪽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금강과 공주 시내 전망이 시원하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이곳에서 공산성의 밤 풍광을 보는 것도 좋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공주 야경과 금강 위에 걸린 철교, 성벽을 비추는 조명이 시원한 밤공기와 어울려 기분이 좋구나.”
“저는 하루가 너무 짧아 많이 아쉬워요. 금서루에서 웅진수문병교대식을 보고 나니 백제 의상 입어보기, 활쏘기, 백제 왕관 만들기, 백제 탈 그리기 등 체험도 모두 해보고 싶었어요.”
송산리고분군 입구 공예품전시관과 관광객 쉼터에서 밤으로 만든 과자, 알밤막걸리 등 주전부리로 적당한 지역특산물을 판매한다. 특히 이곳 웅진백제역사관도 들러볼 것.
“공주한옥마을에서 하룻밤 묵고 가요! 아직 국립공주박물관과 동학사 입구의 계룡산자연사박물관도 가보지 못했잖아요. 동학사는 올라가는 길에 절로 삼림욕이 된대요, 네?”
“정말 그럴까? 나는 공주한옥마을이 왠지 끌리네! 한옥 고유의 멋을 간직하면서도 내부 시설은 편리하게 갖춰놓아 다녀온 사람마다 칭찬이 자자하더구나.”
공주는 북쪽으로는 천안시와 아산시, 동쪽으로는 대전시가 인접해 있고, 서쪽으로는 청양군과 부여군이 잇닿아 있어 어디로 가든 부담스럽지 않은 위치입니다. 하지만 고마나루명승길은 평지로 난 길이지만 볼거리가 넘쳐 조금 빠른 걸음으로 둘러봐야 하기에 다소 압박감도 있을 겁니다. 특히 고대 성곽인 공산성은 유적도 많지만 금강을 굽어보는 풍광 또한 호쾌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공산성을 나와서도 다양한 박물관 등이 명승길을 따라 이어지고 있으니 하루 더 묵고 가지 않을 수 없겠죠?
자연을 생각하는 좋은 생각
- 강원도 홍천군 -
아파트 넘어선 또 다른 아파트, 콘크리트 길 너머엔 또 다른 콘크리트 길이 나 있는 요즘 세대에겐 흙길이나 흙냄새는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흙과 더불어 사는 곤충과 자연에 대한 소중함도 잊고 살기 마련이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많은 희귀 동식물과 멸종위기 곤충들을 만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일깨워주는 체험학습활동들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제안하는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자연 지킴이가 되어 자연을 생각하는 좋은 생각 품고 오기’입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물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직접 자연을 만나러 가자. 자연 지킴이가 된다면 자연에 대한 생각이 좀 명확해지지 않을까?
“자연하면 무슨 생각이 드니? 그것이 어렵다면 자연하면 떠오르는 것이라도 말해볼래?”
“음, 자연하면 교과서에서 본 나비나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들이 떠올라요. 그런데 평소에는 보기 힘들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그럼, 오늘 자연을 만나러 가보자.”
온통 푸른빛이다. 땅은 흙길이 이어져있고 눈을 돌리는 곳은 풀과 숲으로 온통 푸르다. 아이들에겐 낯설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자연의 시작이 아닐까?
“여길 보렴. 우리 동네에는 아파트와 상가건물들 때문에 이렇게 숲이나 산이 보이지 않지? 그런데 이곳은 온통 푸른빛이란다. 체험관 안쪽에도 신기한 체험 장소들도 많으니 오늘은 실컷 뛰어놀아도 좋아!”
“정말요? 마음껏 뛰어놀아도 되요? 이야~ 신난다!”
아이들은 곤충과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저절로 깨닫는다. 그러다보면 절로 자신이 제일가는 자연 지킴이가 되겠다며 성화다.
“아빠, 여기 좀 보세요. 애벌레가 있어요. 애벌레는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고 생각하니까 귀여운 것 같기도 해요.”
“그럼 이것도 한 번 맞추어 볼래? 나비와 나방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니?” “음, 잘 모르겠는걸요? 나비는 예쁘고 나방은 좀 더 예쁜 것이 아닐까요? 하하”
생명의 숲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긴장을 한다. 생명의 숲이라는 테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 숨쉬는 자연과 마주하는 모든 길이 생명의 숲이 되는 곳이다.
“녀석도 참, 저기 아이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는 것 같구나, 우리도 가볼까?”
“아빠, 저는 아직 닭이 무서운걸요?” “닭은 무서운 동물이 아니란다. 아빠랑 같이 가볼까?”
도심에서 흙을 밟고 좋은 공기를 마시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이곳에 있는 시간 동안은 자연과 가까이 있는 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흙길을 걸어 본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그렇지?” “네, 아빠랑 산에 갔을 때 빼고는 처음인 것 같아요.”
“네 나이 때 아빠는 흙장난도 많이 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냄새를 맡아 보기도 힘드니 안타깝구나.”
곤충의 생태와 희귀 동물들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의 순환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까지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을 키운다.
“아빠, 여기 좀 보세요. 넓적사슴벌레의 생애가 나와 있어요. 알에서 애벌레를 거쳐 번데기가 된다고 해요.”
“그래, 여기 산란일과 탈피기간도 나와 있구나. 주로 죽은 참나무류나 수분이 일정한 나무에 산란을 하고 알에서 번데기로 가는 기간은 약 9개월이 걸린다는 구나.”
연구공원은 총 5구역으로 나뉜다. 탐방모니터링구역과 자연관찰연구구역, 연구교육구역과 자연환경연구관 및 수생식물원, 수질환경 및 조류관찰구역이 그것이다.
“아빠, 체험관말고도 공원이 참 넓은 것 같아요. 볼 것도 많고 체험할만한 것들도 많네요. 희귀동물들도 만날 수 있고요.”
“우리가 아까 가본 나비나 잠자리와 같은 생태관찰지를 비롯해서 조류나 수생식물까지 볼 수 있단다. 다음엔 동생이랑도 한 번 오자꾸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연과 하나가 된 아이들에게 지식을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순수하고 좋은 생각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오늘 어땠니? 이제는 자연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좀 명확해졌니?”
“네. 우리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냥 나비나 숲과 같은 단어만 자연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요.” “그래, 맞아. 오늘 좋은 생각들이 함께 자라났겠는걸!”
평소에 주변에서 경험하기 힘든 자연과의 만남은 아이들에게도 꽤 색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희귀한 곤충들과 식물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수생식물과 동물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면서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과정에 많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흙길을 밟으며 흙속에서 살아 숨쉬는 곤충들을 보며 자연을 가꾸고 소중히 해야 하는 이치를 품는 좋은 생각들을 키워나갈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한 명소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추억 한 그릇
- 인천광역시 동구 -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 냉면.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이면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으니, 집에서나 외식을 할 때나 많이들 찾는 음식입니다. 다양한 냉면의 종류 중에서도 유독 자주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면 바로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일 것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배가 부른 것 같습니다. 인천의 화평동에는 이 세숫대야 냉면집들이 모여 있는 원조 거리,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거리가 있습니다.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화평동 냉면거리를 마음으로 느끼고 오라!’입니다.
동인천역에서 내리는 것보다는 도원역 2번 출구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헌책방 골목과 중앙 시장 한복 거리, 자유 시장 순대골목을 지나쳐 걷게 되니 보는 재미도 쏠쏠한 것.
“이 길을 걷고 있으니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하나같이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들이잖아. 그렇지 않니?”
“맞아. 나는 처음에 지나 온 헌책방 골목이 참 마음에 들어. 돌아오는 길에 그곳에 들러 책을 한 권 사야겠어. 빳빳한 새 책도 좋지만, 손때 묻은 헌책도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지.”
아직 시장기가 덜 느껴진다면 냉면거리로 들어서기 전에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다. 옛 모습 그대로인 주택가는 추억을 되살리기에 그만이다.
“화단에 정성스레 가꾼 꽃들도, 대문가에 묶어둔 누렁이도 모두 그리운 풍경들이야. 꾸밈없는 모습들에서 사람 사는 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냉면거리의 주변 거리로 아주 잘 어울리는 풍경인 것 같아. 어쩌면 냉면거리를 찾는 사람들은 냉면이 아니라 추억을 사려고 오는 것일지도 모르지.”
40여 년 전, 인천 동구의 화평동은 공장 노동자들로 가득했다. 선술집으로 가득하던 골목에 한 그릇에 300원 하는 냉면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냉면거리의 시초라는데?
“종일 노동을 하던 사람들은 자연스레 값싸고 양 많은 냉면을 즐겨 찾기 시작했고, 냉면집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고 해.”
“세숫대야 냉면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니, 얼마나 많은 냉면을 내놓았던 것일까? 지금은 그냥 세숫대야 모양의 그릇에 냉면을 주고 세숫대야 냉면이라고 하는 곳이 많잖아.”
화평동 냉면거리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그 초라한 모습에 놀라게 된다. 잘 정비된 신축 건물들로 들어 찬 다른 명물 거리와는 달리, 이곳은 40여 년 전 옛 모습 그대로다.
“낡은 간판에 일층 건물들뿐이야. 자동문을 설치한 가게도 없는 것 같고 말이야.”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라는 말을 믿어 볼 때가 왔지. 굳이 예쁘게 꾸미지 않아도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것 아니겠어? 물론 이런 옛 모습들을 그리워해서 화평동 냉면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많을 테고 말이야.”
어느 냉면집에 들어가든 이곳을 다녀간 연예인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들이 즐비하다. 연예인들이 이 정도 다녀갔으니, 일반인들은 얼마나 많이 다녀갔다는 것일까?
“벽에 걸린 사진들이 모두 아는 얼굴들이야. 정말 신기한데? 허름한 겉모습과는 달리, 가게 안은 세련미가 넘치는걸? 게다가 식당 안에도 온통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
“마치 세월의 흔적들을 그대로 간직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생각해 봐. 몇 년 뒤 다시 이 거리를 찾았을 때 휘황찬란한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 있으면 섭섭할 것 같지 않니?”
일단 화평동 냉면거리의 냉면집에 들어가게 되면 맛있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메뉴는 달랑 물냉면과 비빔냉면 뿐. 부식을 파는 가게도 흔치 않다.
“대표 메뉴로만 승부하는 곳이 진짜 맛집이라고 하던데, 우리가 제대로 찾아 온 모양이야. 메뉴가 단 두 가지뿐이라니, 이런 메뉴판은 처음 보는데?”
“빨리 고르는 게 좋을 거야. 메뉴가 적을수록 고르기도 어려운 법이지. 마치 짜장면과 짬뽕, 아빠와 엄마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를 고르는 것처럼 어려울 걸?”
일단 주문을 마치고 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냉면이 나온다. 시큼한 김치 한 접시와 냉면 한 그릇에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들어 볼까?
“이게 일인분이란 말이야? 세숫대야 냉면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상상 이상인데? 정말로 할머니 댁에서나 볼 수 있는 그 양은 세숫대야에 냉면이 한 가득이잖아.”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원조를 맛보지 못한다면 정말 억울한 일이지. 김치 한 접시 외에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넉넉한 양이니, 다음 끼니를 먹지 않아도 든든하겠는데?”
냉면 골목을 한 바퀴 둘러보다 보면 사층 건물 벽면 가득 고향의 모습이 그려진 곳이 있다. 마음까지 푸근해지니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분위기가 정말 아름다운 벽화야. 푸른 바다가 내다보이는 골목길에서 부모님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좀 봐. 어머니가 읽어주시는 동화책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의 나 같아. 우리가 그리는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같지 않니?”
“난 아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마치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고향에 온 것 같아.”
생각만 해도 배부른 냉면,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 그릇만 커다란 모습을 상상하고 계시다면 큰 오산입니다. 처음에 나온 냉면의 양으로 배가 부르지 않다면, 선뜻 사리 한 그릇을 더 내어주는 곳도 많다고 하니 양이 차지 않을 걱정은 접어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거리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에 더 큰 사랑을 받는 곳이니, 이곳에 들르신다면 그리움과 배고픔을 한 번에 해결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여름, 세숫대야 냉면의 본고장에서 시원한 세숫대야 냉면 한 그릇 어떠세요?
전에 알던 그 맛이 아니다?
- 경기도 의정부시 -
날씨가 추워질수록 더욱 맛깔나게 느껴지는 음식, 부대찌개. 칼칼한 국물에 햄과 김치가 함께 있으니, 밥 한 공기가 비워지는 것도 순식간입니다. 어느 지역의 골목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인데다가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메뉴입니다. 그런데, 이 부대찌개도 원조가 있다고 하니 그 발원지가 바로 의정부시입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의정부에서 원조 부대찌개를 맛보고 오라!’
의정부 경전철 중앙역 2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는 원조 부대찌개의 참맛을 볼 수 있다는데 정말일까?
“안 그래도 날씨가 추워져서 칼칼한 음식이 당기던 참이었어.” “추운 날엔 역시 부대찌개지. 어렸을 때에는 김치찌개에 햄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했는데, 크고 나서 보니 부대찌개에는 부대찌개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원조 부대찌개의 고장에 왔으니, 어떤 부대찌개를 먹을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되는데?”
이곳의 부대찌개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매년 부대찌개 축제를 열만큼 특색 있는 것이 바로 의정부의 부대찌개.
“작년에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부대찌개 축제가 열릴 때 와서 참 재미있었어.” “부대찌개를 소재로 축제가 열렸다고? 재미있는 사실인데?”
“골목 가득 만국기가 걸리고, 각 매장 앞에 마련된 매대에서는 포장된 부대찌개를 팔았지. 각설이패 공연도 했었고 말이야. 볼거리가 많으니 먹을 맛도 더 나더라.”
이 골목에서 ‘어느 집이 가장 맛있는 집이냐’고 묻는 것은 실례다. 평균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이곳의 주인장들은 제각기 특별 레시피를 개발했다는데?
“음, 여기 이쪽 집은 국수장국을 육수로 써. 저쪽 집은 야채 육수를 우려냈기 때문에 국물이 뽀얗고, 저 앞 골목에 있는 집은 육수에 카레가루를 넣어서 독특한 맛이 나지.”
“네가 한동안 의정부로 부대찌개를 먹으러 다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정말이었구나. 부대찌개를 처음으로 개발한 집도 여기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정말이야?”
의정부는 부대찌개가 처음으로 생겨난 곳. 소시지와 다진 쇠고기, 햄, 파, 당면, 두부를 넣고 끓인 육수는 다른 지역보다 국물이 많고 맑다고 한다.
“어느 날,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기를 들고 나와서 ‘이걸로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달라’고 말했대. 그래서 처음 했던 음식은 부대 고기볶음이었는데, 나중에 부대 고기로 찌개를 했더니 그것이 더 좋았다고 해. 부대찌개가 탄생한 순간이지.”
“미군부대에서 나온 고기로 찌개를 끓였단 말은 들었는데, 구체적인 탄생비화가 있었네.”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에 들어서면 두 번 놀라게 된다. 첫 번째는 부대찌개를 먹으러 이곳을 찾은 사람이 아주 많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곳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맛!
“이야, 이거 참 먹기 전부터 반성하게 되는데? 사실 그 흔한 부대찌개를 먹으러 의정부까지 오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거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원조의 맛을 알기 때문에 이곳까지 먼 걸음을 한 것이겠지? 한 술을 뜨기 전부터 맛에 대한 신뢰가 생겨.”
“속단은 금물이야. 물론 한 입 먹자마자 의정부 부대찌개에 반하게 될 테지만 말이야.”
재료가 든 냄비가 나오고, 이어 주인이 직접 육수를 부어 준다. 뚜껑을 덮고 끓이기만 하면 부대찌개 완성! 찌개를 주문하면 밥이 딸려 나오니 알아둘 것.
“양이 정말 푸짐해! 세 명이서 먹어도 충분할 것 같은 양인걸? 라면 사리뿐만 아니라 생우동면, 소고기도 추가해서 먹을 수 있네!”
“이 낡은 냄비를 좀 봐. 아주 오랫동안 부대찌개만을 끓여온 냄비를 보니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니? 아, 보글보글 부대찌개 끓는 소리에 벌써 침이 꼴깍 넘어가.”
원조 부대찌개로 유명한 곳인 만큼, 각 가게에서는 부대찌개 맛있게 먹는 법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점이 있으니 공통된 사항만 살펴볼까?
“먼저, 사리는 처음부터 함께 넣고 끓여야 맛있대. 뚜껑을 덮고 3분 정도 기다렸다가 한 번 저어주면 찌개가 맛있게 익는다고 하는데? 나는 뚜껑을 덮어 끓이는 부대찌개도 처음 봐.”
“면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데, 짠지를 국물과 함께 먹는다는 게 특이한 것 같아. 찌개를 거의 다 먹었을 때 즈음에 냄비에 밥을 넣고 볶아도 참 맛있다고 하더라.”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특색 있는 서비스들 중 하나는 바로 택배 서비스. 포장해가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이제는 식당에서 집으로 배송을 해 준다고 하는데?
“뭐라고? 부대찌개를 배달시켜 먹은 적은 있어도 배송시켜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혹시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만의 비밀 육수도 함께 배송되는 거야?”
“당연하지! 그게 빠지면 의정부 부대찌개를 먹었다고 할 수 있겠어? 육수는 물론, 라면사리까지 배송되니 냄비만 준비되어 있으면 집에서도 의정부 부대찌개를 맛볼 수 있어.”
의정부의 명물 부대찌개가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으로 재탄생했으니 먹거리도, 볼거리도 더 푸짐해진 것 같습니다. 이곳의 부대찌개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발걸음이 일 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고 하니 의정부 부대찌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찾아오는 이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는 의정부 부대찌개 골목의 맛집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부대찌개에 질리신 분, 하지만 부대찌개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 그리고 부대찌개 원조의 맛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은 당장 의정부를 찾아가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곳에 가기까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
복잡한 생각이 들 때 바람이나 좀 쐴 요량으로 밖으로 나서면, 어느 새 마음이 차분해 지곤 합니다. 요즈음에는 도시마다 걷기 좋은 길들을 많이 조성해 놓아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도 했지요. 이 걷기 문화의 시발점, 올레 길. 올레길이 처음 탄생한 곳이 제주도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계 7대 자연 경관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섬인 제주도에서 호젓이 걷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를 것입니다.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을 찾아가라!’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다운 곳이 바로 서귀포 시. 21개의 올레길 중 어느 길을 걸을지가 벌써 고민일 것 같은데?
“나는 항상 제주도에 와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을까 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아. 이렇게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그 동안 안보였던 것이 많이 보이는데?”
“일단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이 포함된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지? 성산일출봉이 포함 된 올레길은 바로 제 1코스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올레 제 1코스 안내 센터에서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찍는 것. 올레패스에 스탬프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올레길을 걷는 법, 함께 배워 볼까?
“올레길을 걷는 법은 아주 쉬워. 파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진행 방향, 주황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올레길의 반대 방향으로 걷고 있는 거야.”
“길을 잃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나지막한 언덕과 돌담들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소담스런 꽃들과 작은 풀벌레, 그리고 따뜻한 날씨까지! 시작이 좋은데?”
올레길을 걷다 보면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에 칠해진 커다란 파란 화살표, 그리고 귀여운 간세들, 그리고…
“잠깐, 간세가 뭐야? 큰 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이란 뜻의 올레처럼 제주어인가?”
“거의 맞췄어. 간세는 올레길의 상징인 조랑말의 이름이야.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라는 뜻의 제주어, 간세다리에서 따 온 말이지. 아, 들판에 발자국으로 만들어진 길이 있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올레길을 따라 걸었다는 뜻이겠지? 화살표만큼이나 정확하겠는 걸?”
제주도의 특징 중 하나는 작은 오름이 많다는 것. 올레길은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지나는데, 알오름 위에서는 우도와 성산 일출봉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고 한다.
“알오름이라는 이름은 ‘알처럼 작다’는 뜻이라고 해. 정감 있는 우리말이 정말 귀여워. 알오름을 알리는 표지판을 매단 간세까지! 아기자기한 짜임새가 아름답지 않니?”
“우리는 알 위에 올라와 있는 셈이로구나. 저쪽을 좀 봐. 저게 바로 우도,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것이 성산 일출봉이야. 전망이 아주 훤한데?”
알오름에서 종달리 쪽으로 들어서도 성산 일출봉의 모습은 계속 보인다. 가만, 그 유명한 성산 일출봉에 대해 한 마디도 않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의 목적인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데도 넋을 놓고 있었어!”
“하하, 그러게 말이야. 걷는 것, 느림의 미학이 바로 이런 것일까?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도 지정된 오천 살짜리 수성화산! 그 모습과 우리 앞의 들꽃 하나가 똑같이 아름다워 보이니 말이야. 걷다 보니 많은 것이 보이는 것 같아.”
종달리 옛 소금밭을 지나면 해안 도로를 따라 쭉 걷게 된다. 1구간의 매력은 바로 시흥 해안 도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는데?
“와, 저 맑은 물을 좀 봐! 당장 뛰어들어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야. 이미 걷다 말고 바다로 뛰어 들어간 사람들도 몇 보이는데? 모래사장의 노란 빛깔에서부터 먼 바다의 검푸른 빛깔까지 이어지는 빛깔이 정말 고와.”
“이끼가 낀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곳도 있어. 마치 작은 섬들 같지 않니?”
오조리로 들어서면 성산 일출봉이 한층 더 가까이 보인다. 평지 위에 우뚝 솟아 오른 대자연의 신비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 정도다.
“바다도 아름답지만, 성산 일출봉에 가까이 갈수록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 이렇게 천천히 걸어서 가니 점점 두근거림이 더해지는 것 같아.”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성산 일출봉의 지형도 조금씩 선명하게 보이고 있어. 마치 하늘을 향해 땅의 일부분이 날아오른 흔적 같지 않니? 어떻게 저런 모양을 할 수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숨결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성산갑문과 성산항을 차례로 지나다 보면 난데없는 서귀포의 선물에 함박웃음이 터질 것!
“하하, 왜 굳이 수마포 방향으로 돌아가야 하나 했더니, 이거 한 방 먹은 기분인 걸?”
“사방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어.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제주도의 유채 꽃밭이구나! 마치 영화 촬영 현장에 온 것 같은 걸? 저쪽에는 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잖아!” “마치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성산 일출봉이 코앞에 있어!”
올레길을 따라 성산 일출봉 앞에 섰다면, 잠시 바다와 성산 일출봉이 자아내는 명경을 보며 숨을 고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때 보이는 바다의 별명은 바로 ‘시의 바다’. 이 풍경을 보면 누구든 시인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뜻의 별명입니다. 아무리 보아도 지치지 않는 풍경들의 향연에 머리가 아찔해 질 지경입니다. 갯무와 억새마저 걷는 이를 반기니, 이곳에 이르렀을 때의 쾌감을 말로 설명하기란 정말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올해, 성산 일출봉에서 맞는 해돋이로 마음을 채워보는 것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