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길
- 전라남도 장흥군 -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고 한다면 ‘잘 키운 재래시장 하나, 열 마트 안 부럽다’는 말도 가능하겠습니다.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지근거리에는 동학농민들이 호남지방에서 끝까지 버티다 장흥에서 최후나 다름없는 일전을 치렀던 석대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토요시장만 둘러보고 올 일도 아닙니다. 성을 에워싸고 도는 예양강과 함께 어우르는 산 과 들 등 자연환경을 돌아 볼 수 있는 ‘천지인(天地人) 둘레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도 바로 그것입니다.
장흥군이 토요시장에 이어 야심차게 선보인 길 ‘천지인 둘레길’은 장흥읍사무소 뒤쪽 탐진강변 홍살문에서 시작된다.
“이제 흘러간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20년 전 재래시장 모습이 있다고 해서 장흥 토요시장을 보러 왔는데, 이 근방에 ‘천지인 둘레길’이 있다고?”
“맞아. 장흥읍성 터를 중심으로 탐진강 수변공원, 동학공원을 연결시켰어. 이 벽화를 따라 산길로 들어서면 바로 삐비정과 만난다는데,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아?”
장흥읍성은 능선을 따라 흙과 돌로 쌓은 포곡식 산성인데 일부 구간은 자연 그대로 낭떠러지를 성벽으로 활용해 아찔함도 느껴진다고.
“성곽을 걷는데 위험하지는 않을까?” “나무로 안전판을 이어 놓았잖아.”
“아! 동쪽과 남쪽, 북쪽에 성문이 있었는데, 어디로 간 거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 같은데, 우리가 제대로 잘 찾지 못하는 걸까?”
평지의 성곽과 달리 산길을 오르내리는 북문 쪽은 산길을 오르내리는 흙길이다. 이 길 위에서 꼭 해봄직한 옛 풍습이 있다는데?
“길을 걷다보니 정말 건강에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 않니? 평지의 성곽과 달리 산길을 오르내리는 덕분일까?”
“글쎄. 하지만 이 길 위에서는 옛 풍습이 하나가 있어. 나를 따라해 봐. 자! 이렇게 돌을 머리에 이고 성 밟기를 하면 건강해진다는 속설이 있다는데, 한번 해봐.”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면 열매를 주렁주렁 매단 진녹색의 동백나무가 계절의 변화를 일러준다. 급기야 발견한 돌로 쌓은 석성, 과연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있을까?
“경사가 다시 가파르다 싶더니 이 길이 우리에게 장원봉을 보여주려고 했나보구나. 여기 지명 유래가 적혀 있어.”
“어디 보자. 지금의 경찰서 뒤편 마을이 장흥 위씨 마을이었다는군. 여기에 사는 위원개, 위문개 두 형제가 장원급제를 해서 장원봉이라고 했대. 두 사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장원봉을 지나 동학전망대로 가는 길은 장흥읍내와 억불산을 보며 걷는다. 왼편으로 보이는 억불산의 자태를 보면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을 듯한데?
“장흥읍과 안양·용산면 경계에 우뚝 솟아 있는 저 봉우리 말이야. 다소곳한 며느리를 닮고, 산의 능선이 며느리의 치맛자락 같지 않아?”
“저게 바로 며느리바위야.” “그렇구나. 왠지 애달픈 이야기도 스미어 있을 것 같아.”
마삭줄이 지천인 봉우리에 놓인 며느리바위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마음씨 착한 며느리와 구두쇠 시아버지 이야기, 이는 가련한 동학농민의 사연과도 꼭 닮았는데.
“하루는 시아버지가 시주하러 온 스님을 내쫓았어. 이를 본 며느리가 대신 사과하며 시주를 했더니 그 스님이 ‘마을에 큰 홍수가 날 것이니 산으로 도망을 가되,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고 며느리에게 귀띔을 해줬대.”
“착한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애절한 비명소리를 외면할 수 없어 결국 돌아봤겠지?”
억불산의 자태를 보며 걷는데 길섶 여기저기에 며느리밥풀꽃이 피어 있다. 진분홍색의 꽃잎에 하얀 밥알을 품은 꽃이 애틋하기만 한데?
“천지인 둘레길에 며느리밥풀꽃이 정말 지천으로 피어 있구나. 여기에도 며느리의 슬픈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겠지?”
“며느리는 하나같이 착한데 시부모는 왜 그리 모질게 그려졌을까.” “요즘 시부모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야.”
장흥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쪽 낮은 언덕의 동학전망대. 이곳에서 동학농민군이 최후까지 관군과 싸웠던 석대들녘을 조망해보자.
“호남지방에서 끝까지 버티다 최후나 다름없는 일전을 이곳에서 치렀을 테지.” “여기가 그런 곳이라고?”
“동학군이 1894년 공주싸움에서 지고 곧이어 전봉준도 붙잡혔지만 장흥에서만큼은 달랐다고. 장흥성을 함락하고 깃발을 꽂아 위세를 떨쳤던 현장이 저 석대야.”
천지인 둘레길을 걷다 보면 장흥읍성을 에워싸고 도는 예양강에서 역사를 만나기도 하고, 토성산과 함께 사계절 꽃이 피는 탐진강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장흥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비교하는 재미도 느끼게 됩니다. 옛 추억과 즐길 거리가 많은 장흥토요시장을 경유하면서 남도의 맛과 전통시장의 멋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역의 역사와 발전상을 한 눈에 살피며 걷는 이 길은 하늘과 땅,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가져다줍니다. 여러분은 이 길에서 어떤 조화로움을 느꼈나요?
마음을 비우고 향기를 채우다
- 서울특별시 은평구 -
골치 아픈 일 있을 땐 다도와 참선, 새벽예불로 1박2일 산사여행을 다녀오는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먼 곳까지 발걸음을 하는 건 또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심신을 달래려 떠나는 여정이라면, 기왕 찾아가는 길만큼은 부담을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지하철을 이용해 쉽게 닿을 수 있는 비구니 스님의 수행사찰 진관사로 떠나보는 건 어떤가요? 그래서 오늘 <트래블아이>가 적극 제안합니다. 마음 비우는 여정, 진관사에서 심신 가득 맑은 향기를 채워보세요!
템플스테이에 대해, 첩첩산중으로 가기 위해 뭔가 거창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이 따른다.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뒤 나즈막한 야산 길을 따라 진관사로 가보자!
“지하철에서부터 복잡한 마음 훌훌 털어버려도 좋을 도심 속 명품 산사를 기대하라니?”
“말 그대로야. 찾아보면 동네 카페만큼이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템플스테이 장소가 은평구에도 있다고!” “지하철 타고 떠나는 템플스테이라…. 이거 의심 반, 기대 반인데?”
삼각산자락을 따라 올라가다가 돌다리 세심교(洗心橋)를 건너면 예스런 ‘진관사‘를 만난다. 하지만 이곳은 본디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데?
“세심교 너머에 계곡과 소나무숲을 마주보도록 지어진 함월당을 좀 봐봐! 선방에 앉으면 창호 너머로 푸른 숲을 그대로 볼 수가 있대. 정말 멋지지 않니?”
“다리도 사찰도 심지어 마당까지 자연지형을 그대로 반영한 걸까? 자연과 하나가 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듯해!”
<힐링캠프> 진행자인 방송인 김제동은 틈만 나면 찾는다는 이곳 진관사에서는 단연 최고라 꼽는 명물 몇 가지가 자리하고 있다. 과연 뭘까?
“전국 사찰 중 으뜸이라는 진관사 절밥 맛이 그렇게 좋다지? 보러도 온다지?” “아니, 마음을 비우러 왔건만, 도착하자마자 밥 타령이라니!” “하하~ 진관사는 사찰음식으로 템플스테이 중에, 아니, 사찰의 최고봉이니까 이러는 게지!”
“그보다도 지금 가는 길과 홍제루 쪽에 가면 서울시가 지정한 보호수 세 그루도 유명하지.”
실제 진관사 밥맛도 꽤 알려져 있다. 어떤 사찰음식이 차려지기고, 또 어떤 깊은 맛이 담겨 있는 걸까?
“이 담백하고도 깊은 맛~. 나는 발우공양 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 미처 몰랐지.”
“그건 이곳 진관사에만 전해져오는 사찰음식들의 조리법이 독특하기 때문이야. 고려시대 국찰로써 왕실에 음식을 제공하던 그 내공이 어디 가겠어? 맛과 화려함이 있지만 그래도 사찰음식은 사찰음식이야. 기본적으로 ‘오신채’를 넣지 않았다고 해. 그게 뭔지 알고 있니?”
신라 진덕왕 때 원효대사가 삼천사와 함께 창건하여 ‘신혈사’라 이름 한 천년고찰 진관사. 그 기나긴 만큼이나 살펴볼 만한 역사자원도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는데?
“고려시대에 창건된 진관사는 억불정책을 펴던 조선시대에 수륙재로 제대로 명성을 떨쳤지. 실제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 때 집현전 학자들의 비밀연구소로 사용되기도 했어.”
“와~ 여긴 역사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도 넘치는 것 같아. 나한전과 독성전, 칠성각 등을 보면 그래. 이런 곳이니 템플스테이 장소로 쓰이기에 왠지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니까.”
비구니 스님들과 다실에 둘러앉아 차 마시며 담소를 나누다 보면 외갓집에 온 손자처럼 편안하다. 세상 밖에서 짊어지고 온 온갖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자.
“스님, 100일째 술을 끊고 있습니다. 힘든 일은 아니죠. 100일 내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요. 술은 마셔도 좋지만 끊고 살아도 좋아요. 하지만 제 마음은 누가 치유해줄까요.”
“극락교를 거쳐 세심교를 건너 진관사에 들어오면, 그 순간 마음 속 번뇌는 싹 사라지고 청량한 마음으로 치유되지 않을까요?”
1박2일을 기본으로 하는 템플스테이. 이중 템플라이프는 그야말로 반나절 산사에 머물며 템플스테이 간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예불과 108배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부터 다도, 참선, 새벽예불 시간도 어느덧 다 지나가는구나. 마음도 몸도 정갈해지는 기분이야.”
“스님들과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를 나눈 자체만으로도 나는 뭔가 문제 속 답을 찾은 듯해.” “여기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의 추억들은 또 어떻게 잊겠어.”
소박한 의자 하나에도 그는 의미를 심는 사찰, ‘인생을 낭비한 죄’만큼은 경계하자는 ‘무소유’의 정신이 깊게 밴 절이 바로 진관사다.
“이 사찰은 소박하기 그지없어. 그저, 풋풋해. 그러면서도 뭔가 평범함을 벗어나 있어.”
“맞아. 마치 법정의 삶을 옮겨놓은 것 같지 않아? 여느 산사처럼 일주문도 없고 눈을 부릅뜬 사천왕상도, 그 흔한 대웅전도 없어. 그래서일까? 이곳 템플스테이는 왠지 정겹고 부담도 더 없는 것 같아.”
혹, 고리타분할까 걱정된다고요? 절대 아닙니다! 살 빼주는 다이어트 템플도 있고, 노래하는 음악 템플도 있고, 심지어 크루즈를 타고 럭셔리하게 참선을 하는 명품 템플까지 각양각색 템플라이프가 있으니 안심 붙들어 매십시오! 아, 그리고 멀지도 않다는 거 이번 기회에 알게 됐으니 더더욱 마음 놓고 떠나보세요. 그저 지하철 패스만 들고 떠날 수 있는 도심 속 명품 산사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삶의 여백처럼 담백한 템플스테이 힐링사찰 진관사, 구미가 당기십니까? 그럼, 이번 주말은 조금 서둘러 보세요.
세상을 바꾸는 어머니의 힘
- 경기도 고양시 -
SNS의 강자로 떠오른 고양시인 만큼, 고양시에 가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고양 600년의 역사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덕양산 행주산성에서 있었던 행주대첩입니다. 고양시에 가면 행주산성은 물론, 이 행주대첩에 관련된 이야기와 축제들도 만나 수 있답니다. 그런데 권율장군의 이름보다 더 유명한 것은 바로 긴 치마를 짧게 잘라 입고 돌을 던져 조선군을 승리로 이끈 부녀자들입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고양시에서, 나라도 지켜내는 어머니의 힘을 느껴라!’
임진왜란 때 7년 간 조선 군대를 총 지휘한 명장인 권율장군. 이곳, 행주산성은 행주대첩, 진주대첩, 한산도 대첩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인 행주산성이 일어났던 곳!
“맞아! 중학교 때 배웠는데 잊고 있었네. 여자들이 한복 치마를 스스로 짧게 잘라 입고 무기가 될 돌덩이들을 정상까지 날랐던 것이 승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들었어.”
“세상에, 여자가 무거운 돌을 들고 산 정상까지 갔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워. 웬만한 각오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겠는 걸? 우리는 지금 돌을 들지 않았는데도 벌써 숨이 차잖아.”
대첩문을 들어서자마자 근엄한 장군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행주산성을 승리로 이끈 인물, 권율장군! 산성 아래를 굽어보는 장군의 눈빛에 숨이 막힌다.
“와, 저 늠름한 눈빛을 좀 봐. 두 손으로 칼자루를 꼭 쥐고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무엇이든 지켜낼 수 있을 것처럼 든든해 보여.”
“장군의 뒤를 좀 봐. 관군과 의병, 승병들의 모습도 보이네! 아, 저기 부녀자들의 모습도 있어. 모두 힘을 합쳤기에 우리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거겠지?”
고양시 동산동 창릉공원에는 ‘동산동 밥 할머니 석상’이라는 석상이 하나 있다. 이름이 무척 재미있는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아, 행주대첩에는 숨은 영웅이 하나 더 있다고 들었어. 동산동에 살던 할머니 한 분이 왜군들 몰래 냇물에 석회가루를 풀고는 그것을 조선군의 쌀뜨물이라고 속였다는 거야. 배가 고팠던 왜군들이 그 석회 물을 먹고는 배탈이 나서 사기가 크게 꺾여버렸대.”
“지혜가 대단한 분이셨구나. 동산동 밥 할머니에 대해 더 알고 싶은걸?”
이 할머니의 공적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부녀자들을 모아 여성 의병대를 조직하고, 행주대첩에 참가하도록 이끈 것도 바로 이 전설 속의 할머니라는 사실!
“그 할머니는 부녀자들이 싸울 수 있는 계기를 북돋워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군인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부상병을 치료해 주기까지 했대. 그래서 전쟁이 끝난 뒤에 인조가 이 할머니에게 벼슬까지 내려 주었다던데? 동산동 밥 할머니는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래.”
“군인들 모두의 정신적 지주 같은 분이었겠네. 어머니의 힘이 느껴져.”
충장공 권율 도원수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충장사 입구. 이곳에는 삼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 길에는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고 한다.
“잠깐, 발걸음을 조심해! 우리 아버지한테 들은 적이 있어. 이 특이하게 생긴 길의 이름은 삼도라고 해. 길 한가운데만 색깔이 다르지? 삼도의 가운데 길은 신이 다니는 길이라, 신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대. 꼭 신도를 지나가야만 한다면 가벼운 목례를 해야 한다고!”
“깜빡할 뻔 했네. 나도 알고 있어. 우입좌출의 법칙도 있으니,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하지?”
충장사를 다 살펴보았다면, 행주산성 산책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보자. 동산동 밥 할머니와 여성 의병대를 생각한다면 조금 더 특별한 느낌이 들 것 같은데?
“어휴,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대단해. 아직도 정상에 도착하지 못했잖아. 지금은 계단이 만들어진 아름다운 산책길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정비도 안 된 돌길이었을 텐데.”
“맞아.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에 이 길은 더욱 험한 길이었겠지. 어머니들은 가족들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죽기 살기로 이 길을 올랐을 거야. 무거운 돌덩이를 지고 말이야.”
행주산성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백운대, 노적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이 보인다. 이 중 왼쪽에서 두 번째에 있는 것이 바로 노적봉. 노적봉에 숨은 이야기를 들어볼까?
“아까 동산동 밥 할머니가 냇물에 석회가루를 풀고 그것을 왜군에게 쌀뜨물이라고 속였다고 말했지? 그 때 왜군에게 ‘저것이 바로 조선군의 산더미 같은 군량미다’라며 보여주었던 것이 바로 저 노적봉이야. 노적봉을 볏짚으로 감싸서 쌀가마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해.”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굉장한 분이야. 어머니다운 모습이 엿보이는 대단한 지혜인데?”
산을 내려가며, 행주 농악놀이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행주대첩의 승전을 기리는 이 놀이에도 어머니들만의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데?
“행주대첩제, 행주문화제와 같은 행사가 산성에서 펼쳐지면 어김없이 행주 농악놀이가 등장하는데, 농악놀이의 마지막에는 어머니들이 행주치마를 입고 ‘행주치마 놀이’를 펼친대.”
“나, 왠지 반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내가 여자라서 못 한다고 생각했던 일이 많았는데, 여길 둘러보고 나니 그게 전부 내 엄살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너도 그러니?”
한 가지를 더 알려드리자면, 행주치마의 유래 또한 이 행주대첩에서 시작됩니다. 어머니들이 짧게 잘랐던 그 치마가 바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행주치마의 모양이랍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행주산성에서 어머니의 힘을 느꼈다면, 오늘 저녁에는 우리를 지켜 주시는 어머니의 어깨를 한 번 주물러보는 건 어떨까요? 어머니들이 나라도 지킬 만큼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가족들이니까 말예요.
바람을 타고 자연을 느끼는 산소100리길
- 강원도 화천군 -
화천을 떠올리면 가장먼저 '물의 나라'가 떠오릅니다. 물이 맑고 공기가 좋아 산자수명(山紫水明)의 고장이라는 말이 어색하지가 않은 것 아닐까요? 화천으로의 여행에는 물이 빠질 수 없습니다. 흙길을 걷다 출렁거리는 다리 위를 건너고 강변길을 거닐며 북한강의 아름다움에 취하는 산소길. 자연 그대로의 공기에 생각까지 맑아지는 산소길을 지나다보면 세상 시름과 근심이 강물과 함께 흘러가고 온몸에 맑음이 가득 차는 오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트래블아이>가 제안합니다! ‘산소길에서 자연으로 돌아가라’
얼마나 공기가 맑으면 산소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벌써부터 맑은 공기에 온 몸이 상쾌하다. 이름부터 청명한 산소길에서는 소담한 풍경까지 만날 수 있다는데?
“숲으로 들어오니 벌써부터 공기가 다른 것 같아.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셔 볼까?”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은데요?” “자칫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지만,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소 느낄 수 있을 거야.”
산소길의 시작은 흙길부터가 시작이다. 자연그대로의 식물들과 흙이 주는 따뜻함까지 느낄 수 있어 원시림에 온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바닥이 흙으로 깔려있으니 조심하렴. 나뭇가지가 머리위로 지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푯말이 보이지?"
"이 길은 상급자 코스이니 흙길은 걸으면서 지나자보자꾸나. 이런 흙길을 얼마 만에 가보는 지 모르겠구나. 흙의 따뜻함을 조금 더 느껴보기 위해서 걸어보는 것도 좋은데?”
흙길에서는 특별한 친구를 만날 수 있다. 야생화와 당귀, 오미자를 비롯한 각종 산나물들이 반가운 듯 조그마한 얼굴을 내밀고 웃는다. 그 웃음이 예뻐 따라 웃어본다.
“아빠, 여기 좀 보세요. 꽃 들이 옹기종기 피어있네요. 야생화일까요?”
“그런 것 같은데? 천천히 흙길로 걷다보니 뜻밖에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구나. 보자, 야생화도 보이고 각종 산나물도 보이네? 당귀도 보이고 오미자도 보이고. 여기 보이는 나무 꼭대기에 달린 것이 바로 산다래란다.”
흙길을 지나 숲길을 만나니 어느새 물소리가 들린다. 강이 보여서일까? 비로소 마음 한 편이 놓인다.
“야생화를 보다보니 어느새 흙길이 끝났어요. 이제 자전거로 씽씽 달릴 수 있겠는데요?”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꽤 상쾌하겠지? 자, 이제 힘차게 페달을 밟아볼까?”
“여기 보이는 강이 북한강이란다.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시원하게 내달리기 가장 좋은 구간이지.”
1945년에 만들어졌다는 꺼먹다리는 다리 상판을 검은색 타르로 칠하면서 얻어졌다. 수많은 사연이 깃든 낡음은 당시 총성이 앗아간 많은 이들의 슬픔이 묻어있는 듯하다.
“지금 우리 앞에 보이는 저 다리 이름이 꺼먹다리란다. 6.25전쟁 당시 포탄과 총알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 보이지? 남북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가슴 아픈 다리란다."
"지금은 많은 낡아있지만 여전히 후들거리는 다리로 그 아픔의 세월을 견뎌오고 있다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 지는 걸?”
다리를 지나면 곧 이구가 고개가 나온다. 언덕의 경사가 심해 자전거를 타고 가지 못하면 자전거를 머리에 이고 가라고 해서 붙여진 재미있는 이름이다.
“아빠. 여기 좀 보세요. 여기가 이구가 고개래요. 이름이 참 재미있어요.”
“여기는 언덕 경사가 높은 숲길 입구인가 보다. 그래서 자전거를 들고 걸어가라고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우리도 머리에 이고 가볼까?” “전 그냥 끌고 가는 게 좋겠어요.”
산소 100리길의 백미, 숲으로 다리다. 강물의 흔들림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통통다리는 강물에 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다리는 숲길의 시작을 알리는 다리라 숲으로 다리라고 칼의 노래를 쓴 작가 김훈 선생님이 붙여주셨다고 하는구나."
"사실 이 다리는 콘크리트로 만든 교각이 아니라 강물 위에 푼톤이라는 목재를 사용해서 만든 다리란다. 그래서 강물의 바닥이 붕 뜬 상태이지. 그래서 페달을 밟을 때 마다 출렁거리는 것이 물에 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
물의 아름다운 정취에 그만 마음이 뺏겨 한동안은 서로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북한강에 흐르는 산천어가 보일까 물만 덩그러니 바라볼 뿐이다.
“힘차게 페달을 밟고 오니 벌써 길의 끝이 보이네요. 왠지 아쉬운 것 같아요.”
“그럼 조금만 천천히 가볼까? 경치도 구경하고 말이야. 저기 강물에 산천어와 수달이 있을까?” “뭐가 보이는 것 같은데요? 뭐가 보이는지는 다음에 또 오면 말씀드릴게요!”
흙의 따스함을 느끼고 바람으로 온 몸을 씻어내며 산소로 힐링하는 화천여행 어떠셨나요? 강원 산소 300리길이나 다른 걷기 좋은 길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화천 산소 100리길은 여타 다른 길보다 독특하고 오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길에서 만난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산소의 아름다움까지. 화천의 매력을 한곳에 가득담은 산소 100리길은 건강함을 만나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숨 쉬는 체험을 하기 좋은 곳입니다. 물의 나라 화천에서 즐기는 또 다른 자연과의 만남, 산소길에서부터 시작해보세요.
눈물로 얼룩진 곳에 평화가 깃들길
- 강원도 고성군 -
총성이 멎은 자리에는 여전히 회색빛 얼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눈물로도 씻을 수 없는 통한의 아픔이 가슴 한편을 저릿하게 만들고 단단히 못 박힌 마음들은 굵은 쇳덩이로 서로를 겨냥하기에 바빴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요즘, 6.25 그 시련의 역사 속에 신음하던 지난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부르짖던 마음을 생각하며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
동족상잔의 가슴 아픈 비극이 서린 이곳. 여전히 삼엄한 경계와 안보교육을 통해 냉전중임을 실감할 수 있다.
“총성은 멎었지만 아직도 경계가 삼엄하네요. 그래도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안보에 관심을 갖는다는 하나의 증거겠지요?”
“그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안보교육을 통해 전쟁에 대한 현실과 나라 안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단다.”
6.25전쟁체험관, DMZ박물관, 통일전망대 등은 유일한 분단국가의 현실을 보여주고 전쟁 발발 전후의 모습을 극명하게 제시한다. 그곳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렸을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부르고 통일이라는 주제로 글짓기도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이 우리나라 사람에겐 참 남다른 공간인 것 같아요.”
“그래 맞아. 휴전선을 사이로 남북이 갈라져 있는 분단의 아픔과 전쟁이 남긴 상처와 비극을 좀 더 자세하고 깊게 느낄 수 있단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이산가족 발생,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불구가 된 가장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단지 사진으로만 보는 것인데도 당시의 긴장감이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아요.”
“전쟁은 어린아이부터 청년들까지 빗겨가지 않고 참혹함을 가져다주었어. 기념관에 들어서면 당시 군 생활과 민통선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인형으로 재현한 모습도 생생하게 볼 수 있단다.”
서로가 마주보고 환하게 웃는 그날을 바라본다. 서로에게 겨누었던 가시 박힌 마음은 이제 거두고 그곳을 서로의 손으로 어루만져 볼 날을 바라고 또 바라본다.
“나무에 종이로 된 나뭇잎들이 많이 달려있어요. 자세히 보니 무슨 문구가 적혀있네요."
"이건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키우는 나무란다. 각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한 글자 정성스레 적어놓은 거지. 문구는 달라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거란다. 여기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보렴."
날이 좋으면 통일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자세히 바라볼 수 있다.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산봉우리 사이사이마다 새겨져있다.
“뭐가 보이니? 저기 산봉우리 하나만 넘어가면 바로 북한군 초소가 보인다는 구나. 북한 사람들이 보이니?”
“북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고향땅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큰 위안을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요.”
북한 주민들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있다. 우리와 별 다를 것이 없는 생활용품을 전시관으로 바라보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룡성콜라, 개성소주 등 북한물품들을 직접 보니까 신기해요! 그러고 보면 북한 사람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나봐요. 전 북한사람들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었거든요.”
“그럼, 다르지 않고말고.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이 바로 평화의 씨앗의 한 단계 자라나는 결과가 아닐까?”
어릴 적 감자 고구마를 캐며 실개천에서 멱을 감던 그곳, 정지용의 시에서처럼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자신이 살던 고향 땅을 눈앞에 두고도 밟지 못하며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가슴에 피멍이 들도록 주먹으로 내리쳤을 이산가족들을 생각하면 통일이 절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 그 무엇보다도 가족들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구나. 한 할아버지께선 죽기 전에 고향땅 한 번 밟아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라며 눈물을 훔치시더구나.”
고성이야말로 분단의 아픔이 가장 크게 서려있는 곳이라 하겠다. 남북이 갈라진 것 도 모자라 도까지 갈려 분단군으로 불리고 있으니 말이다.
“고성과 분단은 참 떼려야 뗄 수가 없는 단어란다. 그래서 더욱 평화와 통일을 희망하는 곳이기도 하지.”
“회색빛으로 물든 이곳도 많은 사람들의 평화의 씨앗으로 점점 밝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군 생활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만큼 전쟁과 휴전은 우리와 동떨어진 먼 이야기가 아닌 현실임을 자각해야 할 때이지요. 정전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모두 나라의 안보와 평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트래블아이>가 제안한‘안보관광 속에서 평화의 씨앗심기’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여러분의 마음과 함께 하면서 말입니다.
꼬물꼬물, 살아있는 자연
- 경기도 화성시 -
어린 시절에는 집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언제든 살아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산이며 들, 냇가로 쏘다니기만 하면 작은 곤충이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런 호시절이 다 지나버리고, 이제는 문을 열면 잘 정비된 도로와 아파트가 즐비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곤 합니다. 다시 한 번 자연과 어우러져 놀아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면, 이번 미션에 주목해 주세요.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이번 미션은 ‘제부도에서 자연을 만지고 오라!’입니다.
하루에 단 두 번, 썰물에만 바닷길이 열리는 신비의 섬 제부도. 물길이 열리는 시간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가면 섬에 갇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섬이 바로 저 앞에 보이는데 왜 앞의 차들이 움직이지 않는 거예요?” “아직 바닷길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요즘에는 열 시에서 열한 시 사이에 바닷길이 열린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길이 열릴 거야.”
“도로까지 바다에 잠겨 있는 거군요! 바다에 잠겨 있던 길을 간다니 정말 신기해요!”
제부도에 도착하면 오른쪽, 빨간 등대가 보이는 길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해안산책로에 닿을 수 있는데, 이곳의 풍경이 아주 특별하다고 한다.
“이 길은 언제 와도 기분이 좋구나. 발밑으로 파도가 넘실거리는 모습이 멋지지 않니? 꼭 바다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잖아. 밤에 가로등이 켜지면 운치가 더해진단다.”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져요. 아, 안내도에도 그려져 있던 소라 모양 조형물이네요! 바다에 왔으니 소라 안에서 사진을 한 번 찍어야겠어요!”
제부도 갯벌 체험장에서는 호미와 장화를 대여해 주니 이 점을 참고해 두자. 해안산책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해수욕장이 이어지니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
“해안산책로를 걸어 올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닷물에 발을 담가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나요! 항상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바다였는데, 역시 직접 와 보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이것 보세요! 제가 주운 조개껍데기예요. 참 예쁘죠?”
“어디, 오늘 살아있는 조개도 잡을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
점심 즈음이 되면 바닷물이 저 멀리까지 밀려나가 갯벌이 드러난다. 갯벌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바다로 나서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와, 저 아이가 들고 있는 그물망을 좀 보세요. 뭔가 가득히 담겨 있는데, 벌써 조개랑 게를 잡은 모양이네요. 저도 빨리 갯벌로 나가고 싶어요! 빨리요!”
“하하, 서두르지 않아도 돼. 오늘은 하루 종일 갯벌 체험으로 시간을 보낼 테니까 말이야. 고운 백사장이 펼쳐진 해수욕장도 좋지만,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갯벌이 더 매력적이지!”
제부도의 갯벌에서는 게나 고둥, 석화 등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11월 말까지는 제부도의 갯벌에서 바지락을 캘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돌 틈마다 무언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어요. 저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 보렴.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매일 송사리를 잡고 놀았는데 말이야.”
“저는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예요! 세상에, 고둥이네요! 정말로 살아서 움직이고 있어요! 우와, 이쪽에는 게가 있어요! 빨라서 잡기는 어렵겠는데요?”
돌과 흙 아래로 재빠르게 숨어드는 게를 잡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게를 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비법이 필요할 것 같은데?
“여기, 내가 석화를 하나 까 놨어. 이걸 게가 숨어 있는 돌 앞에 놓아보렴.” “석화? 굴을 말하는 것이로군요! 게한테 이 굴을 주는 건가요? 왠지 좀 아까운데… 아, 아기 게들이 돌 틈에서 기어 나와 굴을 맛보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렴. 게들이 곧 싱싱한 굴 맛에 반할 테니까.”
조개잡이 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호미와 맛소금을 준비해야 한다. 조개 구멍을 찾아내어 소금을 뿌리면 조개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데?
“소금을 뿌리면 조개들이 구멍 밖으로 나온다고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갑자기 짠 맛을 보게 된 조개들이 갯벌에 바닷물이 들어온 것으로 착각을 하기 때문이야. 여기 조개 구멍이 있구나. 소금을 한 번 뿌려볼래?” “어디… 앗, 정말이네요! 조개가 구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이렇게 채집한 고둥이며 게, 굴과 조개들을 양동이 안에 모아두면 작은 바다를 만들 수 있다. 집까지 데려오면 금방 죽어버리니, 돌아가는 길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줄 것.
“애써 잡은 조개들인데 꼭 놓아주어야만 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이 조개들의 집은 바로 이곳이니까 말이야. 자연을 체험하러 왔으니, 자연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지?” “제 생각이 짧았어요. 잠깐, 조금만 더 구경하고 금방 갯벌로 돌려보내 줄게요.”
자연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 세상을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 뿐 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일상에서의 행동 또한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갯벌 체험을 마친 뒤에는 제부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둘러보고,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다 냄새에 흠뻑 취해 보기도 하며 오감으로 느낀 바다는 아주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종이 책에 취하다
- 부산광역시 중구 -
‘책을 읽다’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릴 것입니다. 두 손에 들어오는 종이묶음은 반으로 접혀있는 형태를 하고, 한 장 한 장이 넘어가면,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점차 선명해져 갑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책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져 버렸습니다. 언젠가부터 작은 화면 속에 담긴 글자를 읽어 내려가는 형태의 E-BOOK이 탄생하고, 사람들은 교과서 이외에는 책을 접할 기회가 줄어들었다고들 말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사라져 가는 책을 마음속에서부터 되살려라!’입니다.
종이가 사각거리는 소리, 조금은 날리는 먼지와 오래된 종이의 텁텁한 냄새가 향수를 자극한다. 이래저래 쌓인 책들이 정겹다.
“종이에 쓰여 진 분류표는 처음인 것 같아. 대형서점의 체계화 된 분류만 보다가, 손글씨로 철학, 자기개발, 종교서적 하고 쓰인 것을 보니 정말 옛 골목에 온 것 같은 기분이야.”
“조금은 현대적으로 개선을 한다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을텐데도 이런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이 놀라워.”
그저 헌 책방의 고리타분함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현대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새로움을 더해주고 있을까?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골목 여기저기에 들어서 있는 모습이, 꼭 책 한 권을 사서 저 곳에 들려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야.”
“책과 커피는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지. 현대적인 해석이기도 하지만, 이런 헌책 골목의 헌책들과도 찰 어울리는 건 사실이야.”
책을 사고, 팔고. 공부가 하고 싶었던 지식인들이 모여 이루어낸 책방골목. 그들의 지식이 돌고 돌아 이곳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본래 이 책방 골목은 노점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 알고 있어?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헌책을 팔기 시작한 것이 이렇게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졌다고 해.”
“그래서인지 책방 안에 들어가기보다도, 이렇게 좁은 골목을 지나면서 밖에 내어져있는 책들이 더 구경하기 좋은 것일까?”
날이 저물자 책방이 하나 둘 씩 문을 닫는다. 뽀얀 빛을 내뿜던 전구가 꺼지고 우당탕하는 정겨운 소리와 함께 가게 셔터가 닫힌다. 비밀스러운 변신을 시작하는 것이다.
“닫힌 책방들에서도 볼 것이 있다니 놀라워. 하나하나 놓칠 것이 없는 책방 골목이라는 말이 헛소문은 아니었나봐.”
“맞아. 뿐만 아니라 그저 좁은 길바닥에도 향수를 자극하는 비밀스러운 공간들이 있으니 그것을 따라 걷는 것도 재미있어.”
책방 골목을 반쯤 지났을까, 옆으로 난 높은 계단길이 보인다. 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어떤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동화 속 세상을 그림으로 그려 벽화마을을 만들어 두었구나! 아이와 함께 온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아.”
“아이들은 동화 속으로 직접 들어온 듯한 기분에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있어. 하지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아!”
글자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캘리그라퍼들은 디자인적인 글자를 써내기 위해, 그 속에 많은 감정들을 담아 두었나 보다.
“보수동 책방골목에 왜 캘리그라피 갤러리가 있는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글로 이루어진 예술이니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해. 게다가 글자를 지루하게 배치해 놓은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줄에 걸려 빛을 받고 있는 캘리그라피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화려한 것 같아.
이곳의 책들은 어느새 문화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서 매년 열린다는 책방골목문화행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책은 읽는 것이지, 소리가 어디에서 난다고 소리를 듣자 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일까?”
“에이.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책의 소리는 책장을 넘길 때부터 시작해서 책을 덮을 때 까지 모든 것이 소리가 되어있어. 게다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책에서 소리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걸?”
켜켜이 쌓인 책들을 둘러보다, 어릴 적 보았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이 책이 맞는지는 가물가물 하지만,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살아있는 주인공이 생각난다.
“이곳에 오면 오래된 추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같아. 책뿐만이 아니라 오래된 사진기, 삐걱이는 나무의자까지.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책을 무작정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도 아니고, 이제는 조금은 체계화 되어서 볼 것도, 배워갈 것도 많은 부산의 명물인 것은 분명해.”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상인들이 모여 만들 ‘번영회’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 헌책방 기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그들은, 책에 대한 사랑과 헌 책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들임이 분명하지요. 여러분은 이곳에 오면 어떤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E-BOOK 보다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넘치는 책을 한 번쯤 되돌아볼 수 있다면, 이곳을 찾은 이유가 충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예견되는 종이책. 그 종이책에 대한 가치를 마음 속에서부터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유로움을 오르내리다
- 대구광역시 남구 -
‘앞산’. 어쩐지 뒷산, 옆산도 있을 것 같은 독특한 이름입니다. 가벼운 이름만큼이나 대구의 가벼운 등산코스로 이름이 난 앞산은, 초록빛 가득한 산의 전경과 빼곡히 들어선 빌딩들의 경계선이 독특한 곳입니다. 오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 구경 할 거리도 여러 가지인 앞산은 인공시설물이 대부분 철거가 되어 자연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도심에 맞닿아 있지만, 자연과 그 속에 담긴 역사를 모두 이어오고 있는 앞산! <트래블아이>의 오늘 미션은 ‘도심 속에서 아름다운 여유를 찾아라!’ 입니다.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달려가면, 어느새 산의 풀 냄새가 풍겨온다. 종점이라지만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앞산자락길’이 시작된다. 도시 옆 산길은 어떤 모습일까?
“버스를 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높은 건물이 없네요. 그래서 그런지 산이 더 높아 보이고 공기도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 항상 앞산공원 주차장으로 갔었는데, 이렇게 앞산 자락길로 가는 방법을 택하니, 자동차도 없이 편하게 산에 올 수 있구나. 이제 슬슬 올라가볼까?”
충혼탑을 지나 들어선 앞산 자락길. 가파르게 시작하지만 어느새 도보하기 좋은 길로 느껴진다.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는 여유를 느껴볼까?
“분명히 산을 걷고 있는데,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지가 않아요. 산이 높지 않을 걸까요?”
“아니란다. 앞산 자락길은 산 아래의 앞산순환도로와 일정높이의 이격겨리를 두고 산자락의 등고선을 따라서 조성되었어. 기존에 있던 산책로와 오솔길이 연결되어 조성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단다.”
앞산 자락길을 느긋하게 오르다보면, 어느새 꽤 낡은 건물이 나온다. 친구도 없이 혼자 서있는 케이블카에게 어떤 사연이 있을까?
“19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야. 많이 낡았지? 처음 지어진 이후로 유지, 보수만 이어오고 있는 케이블카는 이제 앞산의 명물이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 있으니,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구나.”
”예전에는 놀이공원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때는 사람도 많았겠죠? 지금은 등산객들만 있는 고요한 기분이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케이블카가 서서히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산의 경계를 둘러싼 앞산순환도로와 대구의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온다. 도시에 있는 것도, 자연에 있는 것도 아닌듯하다.
“와, 정말 전망이 좋아요! 이 경치 때문에 다들 앞산에 오르나봐요!”
“그래, 맑은 날은 대구의 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단다. 바쁜 도심이지만 적막하게 보이는구나. 우리만 도심에서 떨어져 나온 기분이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니?”
전망대의 조형물까지 가는 길은 시원한 계곡 물줄기가 벗이 되어준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는 기분을 직접 느껴보자.
“해가 지면 더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정신없이 흘러가는 저기 저 여유 없는 도시도 아름답게 보일 정도예요!”
”유유히 흘러가는 이 계곡물을 봐. 자연은 이토록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내어주고 있잖니.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느끼기 위해 이 산에 오르는 것 아닐까?“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정상에서부터 걸어 내려가려는 길은 또 어떤 정취를 선사할까?
“내려가는 길은 위험하지는 않을까요?”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해가 진 뒤에도 위험하지 않게 내려갈 수 있단다. 해가 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인데, 야경을 보고 내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앞산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지.”
산을 내려오니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바로 ‘안지랑 곱창골목’이다. 선선한 날씨 덕분인지, 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한껏 즐거운 외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산을 내려와서 곱창이라니, 참 독특한 조합이네요. 우리도 여기서 곱창 먹고 가요!”
“대구에서 워낙 유명한 곱창 골목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참 많구나. 등산을 한 사람들도 많이 찾지만, 그저 외식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단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앞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심에 대한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대구의 명물은 이렇게 어울림의 의미를 담고 있을까?
“앞산이라고 해서 가벼운 언덕 정도로만 생각하고 왔는데, 정말 좋은 산인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 비와 탑 등이 세워져 있던데, 다음엔 역사 공부하러 와야겠어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다음엔 앞산 자락길의 다른 방향을 따라 올라가 보자꾸나. 자연도 즐기고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단다. 볼 수 있는 것도, 배울 것도 더 많은 곳이 바로 이 곳 앞산이란다.”
등산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싹 날려주는 앞산. 산의 시원한 냄새를 맡고 천천히 걸어올라 가다 보면, 어느새 전망대에 다다라 우리의 삶을 내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갑갑하기만 했던 도시가 넓게 펼쳐져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다가올 때,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과 여유가 늘 우리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가까이에 위치한 고즈넉한 산에서, 내 삶의 아름다움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앞산! 이번 주말 뒷산, 옆산 말고 앞산에 가서 가벼운 산책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