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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다보려는 시선 앞으로 서툰 그림자가 졌다. 그 장난스러움에 그냥 웃고 마는 나른한 오후.
열릴 일 없이 닫힌 것들이 아름다울 때가 있다. 몇 번의 다짐을 눌러 담아 잠갔을지.
잔물결을 따라 둑이 저만치 이어져 있다. 저 편에 마음을 두고 왔는지 자꾸만 눈길이 간다.
무엇을 내다보고 있기에 저리 높이 솟았을까. 먼 시선, 그 너머로 비치는 것들을 상상해 본다.
저토록 가지런한 모양새가 우뚝 설 줄 누가 알았을까. 놀라운 마음에 발걸음도 함께 우뚝 멈추고 만다.
길이 잔디 사이로 났을까, 잔디가 길 사이로 났을까. 바람결에 너울대는 초록 융단을, 우뚝 선 조각들이 굽어보고 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공연을 앞에 두고 관중은 말이 없다. 갇혀버린 소리가 그들의 몸속에서 메아리치는 듯하다.
황금빛으로 물든 논두렁 사이를 지나가다 문득 너의 지저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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