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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낯이 익지 않는 것이 있다. 머나먼 길을 돌아 눈앞에 웅크린 흔적에 괜스레 먹먹하다.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너머에는 또 다른 프레임이 있어서 너의 눈빛이 내게 닿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른다.
그곳에 가면 기왓장 위로 떨어지는 낙엽 소리 하나, 마당을 쓰는 빗자루 소리 둘, 네가 문을 여는 소리 셋.
이 귀퉁이에 한 송이 꽃을 피운 이가 누구일까. 풍경에 녹아든 저 천연덕스러움이란.
연잎 아래 무엇이 숨어있을까. 투명한 것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마음이 아쉽다.
앙 다문 바지락을 한 웅큼 쥐면 손 안에서 바지락댈 것 같다. 이곳과 닮은 바다의 향기가 살짝 벌린 껍질 틈새로 흘러나온다.
말라가는 끄트머리를 애써 감춘 채 여전히 희다. 결국 모든 것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 순간.
둥글게 둥글게, 빚어가던 마음조차 둥글어졌을까. 담기는 것조차 둥글어지니 기특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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