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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아무 그림이나 그린다고 해서 벽화는 아니다. 벽을 지나치지 않고 잠시 멈추어 서서 바라보게 했다면 몰라도.
석양에 빛나는 등껍질이 오랜 시간 이곳을 비춰 왔을 터. 만선에 취한 이들을 이끄는 등대처럼.
꽃이 진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누군가 꽃을 피워 두었다. 모양새 때문인지, 그 마음 때문인지 향기가 없어도 여전히 아름답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갔을까. 풍경에 쌓인 생각들에 돌연 고요해지는 숨소리.
부를수록 멀어지는 이름을 가진 담장.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목소리 또한 먼 길을 돌아 내 귓가에 닿게 될까.
돌담 너머 노오란 자태에 시선을 뻬앗겨 아무도 없다는 것을 몰랐네.
바닷가로 옮긴 살림들이 올망졸망하다. 새로운 집에서는 어떤 달콤한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까.
불이 꺼진 거리를 걷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져 고개를 들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빛이 가장 많은 곳인 듯 대낮처럼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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