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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부끼는 민족의 한이, 얼이 그 어떤 색채보다 푸르고 붉으며, 구름보다 새하얗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한 바퀴. 돌아가는 속도가 다른 이유는 저마다의 목소리가 있으므로.
꼬리를 늘이고 선 모습이 퍽 고고하다. 그 앞을 스쳐 지나도 될지, 장난스레 말을 건네 본다.
아무도 없는 공원, 어디서 무리지어 날아왔는지 비둘기 떼가 모여 있다. 날지도 않을 거면서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종종걸음으로 길을 활보하고 있다.
오랜 죽음은 아름답고 고고하다. 묵묵히 옮겨 둔 돌덩이가 아직, 지금도 이 자리에 남아 있다.
흐린 기슭에 깃든 몇 척의 배. 출항 전에 슬쩍, 실어보는 생각 한 자락.
하늘을 향해 치켜든 손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가리키는 것뿐.
우리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목도한 순간. 비워내는 법과 겸손을 함께 배워가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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