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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끝끝내 버텨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이들. 그 빈 모습들에서 어찌 서글픔을 느낄 수 있을까.
수면 위로 드리운 저 잎도 무척 아름답지만 무심코 내려다본 물밑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너에게 자꾸만 눈이 가.
보았던 이에게도, 읽었던 이에게도 선명한 기억.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같은 기억이 흐르고 있다.
도선국사가 피안이라 이른 이곳. 천 년이 지난 뒤에도 고즈넉하니 영원한 풍경이길 기대해 본다.
높은 곳에 지어진 이유는 내려다보기 위하였으나 올려다보는 까닭은 지붕 밑 그림자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서.
해가 기울 때마다 탑의 방향이 바뀐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면 어느새 주위에 발자국이 그득하다.
우리에게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저 짙은 암벽에 문을 만든 이가 누구일까.
웅장한 멋보다 소박한 맛에 딛고 섰더니 아뿔싸, 바짓단이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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