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삭 사사삭, 나는 유독 의성어나 의태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들을 좋아했다. 예를 들면 뽀드득 뽀드득 같이 눈 오늘 날 눈을 밟을 때 나는 소리나 가을철 떨어지는 낙엽을 밟을 때 나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 그리고 모래사장에서 맨발로 모래를 밟을 때 나는 사사삭 하는 소리와 같은 것 말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소리들에 남달리 귀가 쫑긋 솟는 나는 그만큼 소리에 민감하게 굴어 친구들과 자주 다투기도 했다. 어쩐지 친구들은 그런 나와 싸우면 치사하게 내가 싫어하는 소리들을 내곤 했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다던가 식판을 숟가락으로 긁는 다는 등.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았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고 해도 나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가장 좋았던 그 순간 같은 해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이 교집합처럼 얽혀있기 때문이다.
5년 전 여름 나는 가장 좋아하는 친구 유경과 마주앉아있었고 우린 웃으며 팥빙수를 나눠먹었다. 성격도 잘 맞고 모난 내 성격을 잘 받아주는 유경이었기에 우린 소위 평생친구를 하기로 하며 자주 만났다. 유경과 한참 다이어트를 하며 다음 해 여름엔 꼭 살 빼서 비키니를 입고 부산 앞바다를 누비고 다니자며 약속을 했었는데 우정도 사소한 말다툼엔 배길 재간이 없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이었는데 그 때의 소녀감성엔 말 한마디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화해를 하긴 했지만 한 번 금이 간 접시를 다시 쓸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친구 B에게 유경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당장 전화기를 들어 만나자고 하고 지난날을 후회하며 눈물 콧물을 쏟으며 화해를 하고 웃으며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괜한 자존심도 아니었고 유경에 대한 미움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네가 미국으로 떠나는 날 괜스레 송도해수욕장을 나와 맨발로 하염없이 모래사장을 거닐기만 했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났을까. 학창시절에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 B와 연락을 지속해오던 나는 B에게서 유경의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조만간 한국에 잠시 들어온 다는 것이었다. 친구 B에게 소식을 전해들은 나는 멋쩍은 말투로 그래? 라고만 했을 뿐 언제인지 어디로 오는지 캐묻지 않았다.
이년 간 다닌 직장을 그만 둔 나는 며칠 간 방안에서 빈둥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친구 B에게서 들은 유경의 소식이 머릿속에 맴돌았기에 점퍼 하나만 집어 들고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여전히 사람들은 많았다. 물놀이를 즐기는 이들은 없었으나 나처럼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이들은 많았다. 사사삭, 사사삭. 내 발끝으로 모래가 밟히자 얄궂은 소리를 내며 내 무게 그대로를 바닥에 그려나갔다. 그렇게 한 발자국 두 발자국을 걸었다. 사사삭 사사삭.
그런데 저 멀리에서 아주 낯익은 누군가가 보였다. 유경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유경의 모습인 것 같았다. 나는 섣불리 달려갈 수 없었다. 만약 유경이라면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미안했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그렇게 가버리는 게 어디 있느냐고 소리를 질러야 할까?
문득 천천히 유경에게 다가가는 데 바닥에 탁 하고 걸리는 것이 있다. 빈 소라껍데기였다. 소라껍데기를 집어 들고는 잠시 귀에 가져다대었다. 사람들이 많았기에 소라껍데기에서 바다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을 텐데 내 귓가에는 솨아아하고 바다소리가 들렸다. 유경이도 나를 보았을까? 내 발걸음이 조금은 빨라졌다. 유경에게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다가가는 데 귓가에서는 더 이상 사사삭하는 모래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직 소라껍데기에서 들리던 솨아아 하는 소리만 들릴 뿐.
그렇게 맨발로 걸어간 그 길 끝엔 거짓말처럼 유경이 서있었다. 유경은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리고는 맨발로 달려온 내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하구나 넌. 모래사장 걸으면서 사사삭 소리 듣는 거 보니. 나한테 무슨 할 말 없어? 난 너한테 할 말 되게 많았는데.”
나는 말없이 빈 소라껍데기를 건넸다.
“여기, 여기에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담았어. 들어봐.”
유경은 웃으며 빈 소라껍데기를 귓가에 가져다 댔다.
대한민국에 많고 많은 커플들은 전국 방방곡곡 어디를 가도 상관이 없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더 멋있고 더 로맨틱한 장소를 찾곤 한다. 결혼을 앞둔 남녀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가을여행으로 어디가 좋을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쾌청했으나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눈이 부시지는 않았다. 눈을 살짝 찡그리며 가을여행지를 생각하고 있는 젊은 여자를 향해 남자는 말했다.
“어디긴 어디야, 가을하면 낭만, 낭만하면 갈대 아니야? 갈대를 보러가자.”
낭만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는 이번에도 또 낭만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슨 또 낭만이냐고 했겠지만 이번에 제안한 가을갈대를 보러 가는 것은 꽤 솔깃한 제안이었다.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이 순천으로 가는 차에 올라탔다.
“노을이 짙게 내릴 때면 더 죽여줄 텐데. 안 그래?”“그럼 멋있긴 하겠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곧 5시 반이야.”
가을이라곤 했지만 아직은 늦더위가 가시지 않아서일까 둘은 약간 거리를 두고 걷고 있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가을 낭만을 떠올리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남자는 순천만 갈대밭의 이곳저곳을 담기에 바빴다. 바람에 스러지는 갈대의 모습이며 빛을 받아 반짝이는 갈대의 모습까지. 남자친구는 주로 풍경사진을 찍었다. 그 사이에 간간히 여자의 모습이 함께 담긴 사진들도 있었으나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여자도 남자의 취미를 존중하고자 남자가 사진을 찍을 때에는 달리 말을 걸지 않았다.
‘찰칵’
“어!”
남자의 외마디 감탄에 여자는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연히 굉장히 잘 나온 사진을 건진 것이 분명하다는 직감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남자는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백발의 두 노인이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는 온 신경을 할머니에게 쏟고 있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이제는 힘이 많이 빠져 손에 힘줄이 솟아나도록 힘을 주지 않으면 할머니 손을 놓칠 것 같아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셨다. 할머니는 꽃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계셨는데 표정이 마치 소녀 같으셨다. 볼에 분칠을 하지 않으셨는데도 발그레 하게 꽃이 핀 것 같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꽤 먼 거리에 계셔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들을 수는 없었지만 해가 저무는 노을빛을 받은 갈대밭 사이로 서로를 향해 웃음 지으시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 분이 어떤 말씀을 나누고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지 알 것만 같았다.
“와, 정말 멋지지 않아?”
“응. 그렇다. 아마 두 분의 귓가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올 거야. 왜냐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함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고 계실 테니까.”
어쩐지 저렇게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봐 줄 수 있을까. 너의 늙음이 나의 늙음과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말없이 서로의 손을 찾아 손을 뻗었다. 맞잡은 두 손이 어쩐지 따뜻했다.
“우리도 나중에 저렇게 아름답게 늙을 수 있을까? 난 말이야. 늙는다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그리고 정말 로맨틱하다. 나는 로맨틱이라는 단어는 젊은 이 삼십대 사람들에게만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정말 로맨틱하다.”
바람이 살짝 귓가를 스치는 날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밝지도 어둡지도 않게 내려앉은 노을 때문이었을까. 여자는 감성에 젖어있었다.
“우리도 지금처럼만 지낸다면 저렇게 아름답게 늙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로맨틱하게. 그럼 지금 이 노부부 사진에 제목을 한번 지어볼까?”
“음. 생각났어. 더 로맨틱!”
옛날, 어느 마을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잠잘 때, 밥 먹을 때 빼고는 입을 쉬는 일이 없었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우렁찬지 가까이 있으면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하고 다니느냐. 옆집 똥개가 새끼 낳은 일부터 아랫동네 아낙이 바람난 일, 나라님 흉보기, 어제저녁 밥상의 반찬, 죽다 살아난 할아버지 이야기, 조상님 묏자리까지 인간세상 일은 다 관여하고 다녔다. 남의 일이라면 상대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말을 나르는 탓에 피해 본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하루는 마을 사람들이 훈장님 댁에 모여 앉아 불만을 토로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귀가 따가워 일할 수가 없소.”
“그가 안 해도 되는 말을 옮긴 탓에 나는 아직도 마누라와 전쟁 중이라네.”
“이대로는 안 되겠소. 이제부터 우리 모두 그의 얘기를 들어주지 맙시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도 못 듣는 척했다. 들어주는 이가 없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마을을 떠날 결심을 했다.
“좋아. 말을 하면서 전국 팔도를 유랑하는 거야. 내가 직접 들을 사람을 찾아서 이야기하고 다니자.”
그는 그렇게 봇짐을 꾸려 여행을 떠났다. 세상은 넓고 말할 사람은 많았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말을 지어내고 옮기며 행복하게 몇 년을 보냈다.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던 어느 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정동진에 도착하였다.
“풍광이 아름답구나. 신선이 따로 없네. 이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만 있으면 되겠어.”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 바닷가를 걷던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를 향해 다가가자, 파도가 바닷가에 선 나무를 향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래서 토끼가 용왕님에게 뭐라고 했느냐면…….”
파도의 목소리가 신기하여,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파도의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단 말이야? 전부 들어 말하고 다녀야지.’
그는 바위에 쪼그려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가 다리가 저렸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슬쩍 다리를 펴다가 솔잎을 밟고 말았다.
“어머나, 깜짝이야.”
솔잎의 소리에 놀란 파도가 저만치 바닷속으로 도망쳤다. 그는 파도를 향해 외쳤다.
“파도야. 도망치지 말고 더 이야기해다오. 뒷내용이 궁금해서 자리를 뜰 수가 없구나.”
하지만 파도는 그를 경계하며 말했다.
“안 돼요. 제가 했던 말은 용궁의 비밀이랍니다. 오로지 해안가의 나무만이 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용궁의 비밀이라니, 더없이 탐나는 이야기였다. 용궁의 비밀을 전국 팔도에 말하고 다닐 생각에 잔뜩 들뜬 그는 파도를 향해 외쳤다.
“내 그 이야기를 위해 기꺼이 나무가 되마.”
그러자 그는 다리가 땅에 박히고 피부는 점점 딱딱해졌다. 손에는 싹이 돋았고 머리칼은 초록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소나무가 되자 입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말하는 데에 눈이 멀어 영영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게 입이 없으니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소나무가 되어 아직도 정동진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
팔이 아파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가을 하면 딱 떠오르는 건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인데, 왠지 며칠 째 날씨가 우중충했다. 그래도 바람에 단풍잎 한 장이 날려 오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이다.
이직을 앞두고 몇 달 간, 일을 쉬게 된 나는 이 며칠 동안 편지를 썼다. 마치 동물원의 오래 된 노래처럼, 그리고 동물원의 노래를 들으면서 말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취업을 해서 쉴 새 없이 일만 한 지 어느덧 삼 년. 친구들은 다 서울에 취업을 했지만, 나는 이사한 집 근처에 취직을 했다. 일을 하랴 저축을 하랴 주말에는 부쩍 건강이 안 좋아지신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랴, 그야말로 정신이 없었다. 친구들은 잘도 놀러 다니는데 나만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내 나름대로 장녀의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즐겁게 술잔을 기울이며 속 얘기를 털어놓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만나지를 못하다 보니 연락이 뜸해지는 것도 당연지사. 서운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끔, 간절곶에서 보았던 소망 우체통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곳이라 해서 찾아간 간절곶이었지만,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소망 우체통이었다. 사람 키보다 훨씬 더 큰 그 우체통을 보며 나는, 저 안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담겨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머릿속에 차 있는 이 그리움들을 모두 보내려면, 역시 그 우체통에 찾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문구점에 가서 편지지 몇 묶음과 펜 한 세트를 산 것이었다. 그날 저녁부터 나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조우는 특별해야 했다. 휴대전화를 통해 께적께적 내 소식을 알리고 싶지 않음이 첫째요, 인간관계에 조금은 진지해져 보고 싶은 마음이 둘째였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네 권의 졸업앨범을 모두 펼치고,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과 주소를 편지봉투에 옮겨 적었다.
초등학교 때의 친구가 세 명, 중학교 때의 친구가 다섯 명, 고등학교 때의 친구가 열한 명, 그리고 대학교 때의 친구가 열일곱 명. 손을 꼽아 몇 명인지를 세며, 세월이 흐르면 잊혀 진다는 게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유경이에게. 안녕, 나 신윤지야. 나이를 두 배는 먹었으니까 내가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학년 때 네 짝이었던, 빨간 실내화 가방 주인 말이야…….’
‘민지에게. 안녕, 나 윤지야. 난 아직도 우리 학교 앞에 있던 떡볶이 아주머니의 얼굴이 기억 나. 혹시 아직도 그 가게가 있니? 너랑 다시 그 곳에 가고 싶다. 내 사춘기 때의 기억들은 다 거기에 있어…….’
‘윤수에게. 안녕, 나 윤지! 잘 지내지? 고등학생 때에는 그렇게 날 쫓아다니더니,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대학 가서 예쁜 여자 친구라도 생겼나봐? 하긴, 지금 생각해보니 너도 꽤 인기가 있었지. 하지만 그래도 넌 내 친구야, 그냥 친구. 네 동생도 이제 대학생이겠구나. 어렸을 때 진짜 귀여웠는데…….’
‘현경이에게. 야! 어떻게 이 년 동안 연락이 없을 수가 있어? 얼굴도 잊어버리겠다야. 내가 그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 나 이제 쉬어. 그러니까 이거 받으면 빨리 전화 해. 내가 이미 너희 집 앞에 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긴장하고. 아, 그리고 언제 한 번 같이 윤 교수님 뵈러 가자. 윤 교수님이 우리 진짜 예뻐하셨잖아. 설마 벌써 다른 애제자가 생기신 건 아니겠지? 그럼 진짜 서운할 것 같아…….’
편지를 쓰며 나는 예상보다 많은 후회를 했고, 예상보다 많은 그리움을 느꼈다. 편지지 한 장씩에 꾹꾹 눌러 담은 기억들만큼이나 말이다. 마지막 편지에 마침표를 찍으며, 나는 대나무밭에서 목청껏 소리를 내지른 이발사처럼 후련해졌다. 내 앞에, 못 다한 이야기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봉투 하나하나를 밀봉해가는 동안, 흐린 가을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내일은 소망 우체통에 간다.
3학년 첫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여름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었다. 시간이 금방 흐를 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다. 이제는 정말 진로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텐데, 심리학도, 철학도, 경영학도, 심지어는 예술분야까지,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막막한 마음에 일단 부모님과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공부부터 열심히 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결정을 미루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 어떻게 쉬울 수 있겠냐마는, 이대로 있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만 조급해져 간다. 날씨가 더워지며 점점 머리에도 열이 올랐다.
며칠 전 밤을 새워 모의고사 준비를 하다 코피를 쏟고 만 이후로, 안 그래도 느긋하신 성품의 부모님은 딸 걱정에 어쩔 줄을 몰라 하시고 있다. 보약도 지어 오시고, 내가 좋아하는 케이크나 쿠키 종류를 사다 주시기도 하시지만 머리가 식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고민해 보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내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다. 부모님의 말씀대로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좋을 텐데 수능도, 대입도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수연아,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에 물놀이라도 가는 게 어때? 날씨도 많이 더워졌잖아. 엄마가 좋은 곳을 알고 있는데, 아마 수연이도 정말 좋아할 거야.”
“그래, 수연아. 네 엄마도 나도 정말 걱정이다. 더위도 식히고, 머리도 식혀보자.”
이쯤 되면 거절하는 것도 참 애매하다. 나는 마지못해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방으로 들어와 오답정리를 시작했다. 거실에서 부모님이 주말의 일정과 준비해야 할 물건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내게는 이 생각뿐이었다.
물놀이를 간다고 해서 막연하게 바다나 강가를 상상했는데, 도착한 곳은 내 상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계곡이긴 한데, 여기저기 예술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부모님이 돗자리를 펴시고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는 동안 나는 정신없이 예술작품들을 구경했다. 물가에는 <돌꽃>이 피어 있었고, 안양 종합 운동장에서 옮겨왔다는 잔디밭에는 <잔디밭은 휴가 중>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안양에 ‘예술의 도시’라는 슬로건이 붙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독특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고기의 눈물이 호수로 떨어지다>라는 이름을 가진 분수를 지나 내 발걸음이 멈춘 곳은 <큐브>였다. 나는 이 두 개의 철제 상자 사이에 턱을 괴고 쪼그리고 앉았다. 두 개의 상자는 내가 선택해야 될 미래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감옥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한 가지 작품을 보고 미래와 감옥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단어가 떠오른 것이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했다.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두 개의 상자를 만들며 작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미래를 선택한다고 한들, 나는 자유롭게 내 미래의 문을 여닫을 수 있을까.
문득, 내 자신이 내 미래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개의 큐브 중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큐브 밖에 있는 내 자신이 내가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닐까.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맛있는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다. 부모님과 나란히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불현듯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주셨던 자유전공학부 제도가 떠올랐다. 학부로 대학에 입학해 다양한 학문을 접해본 뒤 2학년이 될 때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였다. 대학에 입학하면 또 취업 준비로 바빠질 텐데 괜히 소중한 일 년을 허비하는 것 같은 생각에 거절했었지만, 예술 공원을 한 바퀴 거닐며 갖가지 관점의 상상력을 접한 나는 내게 1년의 시간을 더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자니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양 옆에 앉으신 부모님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나, 생각보다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에헴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마을의 꼬마들이 빙 둘러앉았습니다. 올해 102세로 마을의 가장 장수하신 에헴 할아버지는 늘 아이들을 보면 에헴! 하고 헛기침을 하시는 할아버지라 아이들이 할아버지를 부를 때 에헴 할아버지라고 부르곤 하지요. 오늘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약수터 정자에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실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궁금하여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몸을 할아버지 쪽으로 바짝 당겨 앉았습니다.
“에헴! 여기 약수터 보이지? 오늘은 이 약수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이 약수터는 아주 오래되었지. 아마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일게다. 이 약수는 지금보다 더 신비로운 물이었지. 바로 아무리 많은 사람이 마셔도 그 물이 마르지 않았단다. 그리고 이 물은 톡 쏘는 맛과 신비로운 효능이 있어 배가 아프고 몸이 아픈 환자가 먹으면 힘이 솟으며 병이 낫는다고 알려졌었지. 그래서 우리 마을로 이 약수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해가 뉘엿뉘엿 질 때였지. 수상한 차림의 남자가 큰 배낭을 메고 우리 마을로 들어왔어. 그리고는 큰 통에 물을 마구잡이로 퍼 날랐지. 이 특별한 약수를 빼돌리려고 했던 모양이야. 그렇게 많은 물을 퍼 나른 남자가 다녀가자 아무리 마셔도 마르지 않던 약수터의 약수는 점점 말라가게 되었어. 물이 점점 말라가는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더 많은 물을 차지하려고 싸우기 시작했단다.
그렇게 사이가 좋던 마을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고 거짓말을 하고 심할 때는 물을 빼앗기도 하였지. 쯧쯧쯧”“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에헴. 끝까지 들어 보아라. 그렇게 약수 때문에 싸움이 계속되자 보다 못한 마을의 산신령이 물의 맛과 효능을 싹 없애버렸단다. 그래서 아무리 물을 먹어도 병이 낫는 사람도 없고 물도 점점 흘러나오지 않았지. 사람들은 또다시 이게 다 다른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생각을 하지 않았단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터줏대감으로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받던 한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마을에 퍼지게 되었어. 사람들은 그제야 약수 때문에 싸운 것을 후회하고 반성했지. 그러면서 자신이 예전에 받아두고 얼마 남지 않은 약수를 한 바가지씩 할아버지네 집으로 가져왔어.
그렇게 한 바가지씩 모은 약수를 가지고 몸에 좋은 토종닭을 잡아 닭백숙을 푹 고아 할아버지께 드렸지. 그러자 할아버지의 병은 씻은 듯이 낫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가 건강해지셔서 매우 기뻐했단다.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한 바가지씩 약수를 모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기특하게 여긴 산신령을 달기약수터의 효능을 다시 되살리고 그 옆에 또 다른 약수터를 만들어 많은 사람이 물을 마시고 건강해지기를 바랐단다.”
에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한 명씩 약수를 마셔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들어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고 하였지요.
아이들은 에헴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물을 마시니 마을의 약수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났지요. 그런데 이야기 속 닭백숙을 먹고 건강을 되찾은 할아버지가 에헴 할아버지라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 채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백설공주가 한입 베어 물고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독사과. 세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그녀가 또 모르는 사람이 내민 사과를 덥석 받아 물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빛깔이 좋았던 것일까 향이 치명적으로 달콤하였을까? 마녀가 백설공주에게 사과를 내민 것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주었던 것처럼. 그래서 다들 사과를 할 때 손을 내민다고 하나. 손을 내밀면 아니 사과를 하면 받아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승희는 딸에게 명작동화 백설공주를 읽어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딸아이가 그 다음 이야기를 말해달라고 보채지 않았다면 그녀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질문들로 가득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승희는 정신없이 떠올리던 생각들을 더듬어보았다. 사과를 내민다. 사과를 받아준다. 그것이 백설공주의 목숨을 앗아갈 뻔할 만큼 치명적이든 아니든. 사과하고 싶은 사람에게 정말 사과를 내밀면 사과를 받는 사람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며 받아줄 수 있을까? 유치하다.
삼 년 전 승희와 다툰 그녀의 친구 A와의 일이 떠오른다. 전혀 관계없는 세계 명작 백설 공주를 읽으면서 왜 A가 떠오른 걸까. 그녀와 A는 쌍둥이처럼 생각이 잘 맞곤 했다. 그래서 대학 캠퍼스 시절엔 늘 A와의 추억이 가득했다. 그런 그녀들이 다시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로 다짐하던 그 순간, 4년간의 우정이 모래성이 쓰러지듯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하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승희는 A에게 못된 말을 쏟아 부었고 A도 울부짖으며 다시는 만날 일 없을 것이라며 관계를 끝내버렸다.
둘은 울고 있었고 서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했던 마음이 물밀 듯이 몰아쳐 오면서 폭풍우처럼 상대방의 가슴으로 쏟아져 내렸다. 그 후 승희는 결혼을 했고 귀여운 아이도 낳았다. 간간히 또 다른 친구를 통해 A의 소식을 들었으나 관심 없는 척 했다. A도 승희의 소식을 들었겠지만 감감무소식인걸 보니 그녀의 마음도 아직 인가 보다.
딸아이가 자꾸만 보챘다. 이번엔 밖에 나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에 복잡한 생각들을 했던 승희는 몸이 천근만근이라 나가기 싫었지만 딸아이는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승희는 하는 수없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볼 심산이었다.
“엄마! 사과다 사과. 오늘 우리가 책에서 읽었지? 사과!”
목요일이었지. 오늘은 우리 동네 장이 열리는 날이다. 딸아이는 그새 과일을 파는 곳을 본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신이 나서 과일아저씨가 하는 말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아주 달고 맛있는 장수 사과입니다. 당도가 높고 몸에 좋은 장수사과입니다.”
승희는 순간 사과를 보내면 A가 받아줄까요? 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질 뻔했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 승희는 사과 한 박스를 주문하는 걸로 질문을 대신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사각사각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아까 시식용 사과를 집어 들더니 여전히 사각사각 잘도 베어 먹는다.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만한 일을 그런 유치한 사과를 보낸다고 해서 받아줄 수 있을까?
나 같으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받아줄 수 있을까?
사과를 보내본다.
빛깔 좋고 치명적인 달콤한 향이 나는 사과를 받아든 A. 상처가 아물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백설공주처럼 한 입 베어 물어본다.
아버지의 산사랑은 끝이 없었다. 아버지에게 산에 가지 말라는 것은 집에서 박제인형처럼 지내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바람만 쌩하고 불어도 엄마는 산이 위험하다며 아빠를 말리려 들었고 아빠는 좁은 포위망을 뚫고 나가는 고양이처럼 또 산으로 가셨다.
엄마는 아빠가 아무래도 산에 우리가 모르는 좋은 것을 숨겨두었나 보다고 혀를 끌끌 찼지만 아빠가 왜 이토록 산에 매달리는지 알 수 있었다.
아빠는 종종 내게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빠가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꽤 큰 인삼밭에서 농사를 지으셨다고 했다. 그런데 해마다 인삼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셨다는 것이다. 애지중지하던 인삼을 어떤 놈이 훔쳐갔는지 걸리기만 하면 온몸을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줄 것이라며 씩씩대셨다고 했다. 그날 아침이 되었을 때도 어김없이 인삼 한 뿌리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꼭 한 뿌리씩만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마음먹은 할아버지는 그날 조그만 오두막에서 꼼짝없이 인삼도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져 가고 이상한 짐승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던 할아버지는 무서움에 덜덜 떨면서도 인삼도둑을 잡고자 기다란 몽둥이를 들고 꼭꼭 숨어있었다. 그런데 그때 자박자박 거리는 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는 졸음이 확 깨었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자박자박 자박자박’ 사람의 소리인지 짐승의 소리인지 구별이 잘 되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오두막에서 내려와 냅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진했다.
“잡았다 요놈!”
“악!”
깜깜한 어둠 속 사정없이 내리친 몽둥이를 온몸으로 받은 건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그렇게 잡고 싶었던 인삼도둑이 짐승도 아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들이었다니.
불빛을 비춰보니 아버지는 그만 정신을 잃었고 이마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에구머니나 하는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도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고 아버지를 둘러업고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자초지종을 물었다. 한참 뜸을 들인 아버지는 할아버지께 사실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것아, 그게 얼마짜린데 도대체 그동안 그걸 다 어디에 빼돌린겨? 엉?”
“아부지, 잘못했어요. 빼돌리려고 빼돌린 것은 아니고 다 좋은 곳에 썼다니까요.”
“이놈이! 바른대로 말 못해? 몽둥이찜질 한 번 더 당해야 말할 것이여?”
“아아, 아부지. 실은 저 윗동네 민자네 어무니가 많이 아프다 해서 내 몇 개 가져다준 것밖에 없다니까요.”
“뭐? 민자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양반네 가져다 바쳤다 이 말이지?”
아버지는 예나 지금이나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나 보다. 사실 우리 엄마 이름이 민자고 엄마는 아빠의 첫사랑이다. 첫사랑을 위해 간 큰 도둑이 되기로 했던 어린 소년.
아빠가 요즘 산에 다니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우리 할아버지 때문이다.
그 옛날 우리 아빠가 엄마를 위해 인삼도둑이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위한 거짓말도둑이 되기로 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도둑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버지는 오늘도 함박웃음을 띠며 산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