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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지역서울특별시 노원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 프롤로그
    • 1.그 시절 화랑대역
    • 2.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 3.당당한 젊음을 비추하는 그곳
    • 4.화랑의 정신이 깃든 곳엔
    • 5.화려하게 피었다 쓸쓸히 지다
    • 6.문정왕후의 계절을 반추하다
    • 7.추억을 음미하는 곳
    • 8.가을의 문턱을 넘어
    • 에필로그

    도시 속 아날로그 감성

    - 서울특별시 노원구 -

    늘 기척도 없이 다가와 바쁘게 사라지는 계절이라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보내는 가을은 언제나 서툴고 아쉽기만 합니다. 하지만 수확을 앞둔 흙은 한결 부드러운 윤기가 흐르고 바람은 무더위를 밀어낸 자리에 풍성한 곡식의 향을 불어넣습니다. 그 소소하고 미미한 변화들을 도시의 삶에서 잊고 지낼 뿐입니다. 호박넝쿨이 뒤덮은 기찻길과 이제는 찾는 이 없는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을 걷다 보면 절로 걸음이 느려지고 마음은 고요해집니다.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바로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에서 아날로그 감성에 간지럼을 태우자!’ 입니다.

    지금은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으로 통하는 화랑대역은 1939년 경춘선의 개통과 함께 이름을 ‘태릉역’이라고 했다. 왜 이름이 화랑대역으로 바꾼 걸까?

    “지금도 내 친구 하나는 과거 육군사관생도였던 남편이 훈련 길을 오는 새벽녘 이곳 간이역에서 눈물과 눈짓으로 인사를 하던 애틋한 연애시절을 떠올리더라.”

    “그들뿐 아니라 육군사관학교가 역사 옆에 들어서고 ‘화랑대역’으로 이름을 고쳐 지으면서부터 70여 년 동안 이곳은 많은 사람들의 아련한 추억거리들로 차곡차곡 쌓이게 됐겠지.”

    새벽녘 훈련소로 떠나는 애인과 눈짓으로 작별하던 소박한 화랑대역은 지난 70여 년 세월을 들고 나며 쌓인 아련한 이야깃거리만 남긴 채 홀연 남겨져 있다.

    “삼각형 박공지붕도 인상적이고,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 한때 사진 동호인들에게도 각별한 사랑을 받은 곳인데, 경춘선이 복선화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낡아가고 있구나.”

    “그렇군. 선로 위로 난 온갖 잡풀 때문에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야. 하지만 이 일대에 도심공원이 만들어진다니 이 간이역이 어떻게 변할지 내심 기대가 되는데?”

    육군사관학교에 가면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이들에겐 멋진 추억이 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씩씩한 젊음의 매력은 배가되는 장소가 따로 있다는데?

    “배우 리처드 기어를 일약 대스타로 만들었던 영화 ‘사관과 신사’에서 사관학교 생도들이 자신을 기다리던 애인을 와락 끌어안던 장면, 기억나니?”

    “국방의 의무를 다했던 청춘들에 대한 기억 말이지? “맞아. 육군사관학교도 간성문 밖에 그런 영화 같은 장면들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

    육군사관학교 일대는 60여 년 대중에 쉽게 개방되어지지 않았던 공간이기에 넓은 녹지와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호기로운 산책로를 보다 더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

    “매주 한 번씩 화랑의식을 관람할 수 있다더니 우리가 때맞춰 잘 왔구나! 정복을 갖춰 입고 행진하는 저 생도들, 참 의젓해 보이지 않니?” “맞아. 텔레비전으로만 보았던 화랑연병장과 육군박물관까지 다 둘러보았으니 그만 갈까?”

    “잠깐! 이곳에도 단풍나무 숲길이 이렇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니,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데?”

    조선 최고의 권력가로 화려하게 피어올랐으나 쓸쓸히 저문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 태릉은 남편의 곁이 아닌 서울의 북쪽을 외롭고 쓸쓸하게 지키고 있다.

    “조선을 대표하는 악녀라 하면 흔히 장희빈을 떠올리겠지만, 그보다 더한 여인이 바로 이 무덤의 주인인 문정왕후 윤씨 아니었을까 싶어. 12살 아들을 임금의 자리에 앉히려고 온갖 술수를 동원하게 된다지. 즉위 8개월 만에 숨을 거둔 인종 독살설도 나오니까.”

    “화려하게 피어올랐지만 쓸쓸히 저문 그녀의 인생은 우리네의 헛된 욕망과도 꼭 닮았어.”

    태릉 외에도 인근에는 문정왕후의 일생만큼이나 붉은 단풍이 산책로를 뒤덮어 고즈넉한 운치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가볍게 거닐어보자.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이 태릉 입구에 자리해 있어. 이 가을여행에서 우리 역사의 가치, 문화의 우수성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구나.“

    “그렇다 하더라도 문정왕후가 사랑했을 법한 이 붉은빛 산책로를 둘러보지 않고 돌아가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서울여대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소라분식도 들러본다. 소박하지만 정겨운 메뉴들을 마주하고 있자니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식욕도 빠르게 찾아든다.

    “쫄깃한 떡에 매콤달콤한 양념장으로 맛을 낸 떡볶이와 고소한 치즈를 듬뿍 올린 치즈주먹밥, 가을만 되면 이 맛이 얼마나 그립던지.” “맞아. 중간고사 마치고 먹는 요 ‘질펀이’의 매운양념도 캬~.”

    “얘! 넌 그때 이집 단골인 태릉선수촌 오빠들이랑 ‘눈팅’ 하려고 더 자주 들락거렸잖아!”

    깊어가는 가을밤, 도심 속 느긋한 휴식공간을 찾고 있다면 은은한 빛만으로도 아늑함이 충만한 카페로 가보는 건 어떨까?

    “한지로 싼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어. 커피 맛도 정말 좋구나.” “정말 그래. 이곳은 공정무역으로 거래한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하고 있거든.”

    “오늘 하루를 ‘힐링’으로 마무리하면서 이번만큼은 가을을 그냥 지나쳤다는 아쉬움은 들지는 않을 것 같아.”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선로를 덮은 탐스러운 호박넝쿨을 지나 흐드러진 붉은 단풍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육사 앞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도 만나고, 한때 조선을 치마폭 아래 두었으나 쓸쓸하도록 화려하게 진 어느 왕후의 무덤가를 지나쳐 옛 추억 넘실대는 이야기들을 끝없이 찾아가는 가을내음 가득한 도심 속 가을 여행. 어쩌면 공릉동으로 떠나는 이 여정이야말로 그간 도시의 삶에서 잊고 지낸 가을을 되돌려줄지도 모릅니다. 깊어가는 가을의 속도가 느껴질 즈음 떠나는 도심 속 여행, 당신은 가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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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삼동 하리마을의 역사

    동삼동 하리마을의 역사

    지역부산광역시 영도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동삼동 하리마을의 역사

    • 프롤로그
    • 1.인류의 역사가 남긴 흔적
    • 2.동삼동 패총전시관
    • 3.이어지는 인류의 모습
    • 4.그들의 생활은?
    • 5.하리패총광장
    • 6.하리항
    • 7.산지에서 먹는 그 맛!
    • 8.삶의 터전은 아름답다
    • 에필로그

    동삼동 하리마을의 역사

    - 부산광역시 영도구 -

    태종대. 많이들 들어본 이름일 겁니다. 거대한 소나무와 절벽이 만난 아찔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신라 태종무열왕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가 깊은 곳이지요. 하지만 태종대가 자리한 부산 영도구에는 더 깊은 역사와 문화가 있습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영도는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 불리며 따뜻한 기후와 풍부한 먹을 것이 가득한 이곳은 얼마나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부산 영도구동삼동, 하리마을의 역사를 따라 걸어라!'입니다.

    조개껍질이 쌓여 만들어진 조개더미 유적, 패총. 신석시시대로 추정되는 인류의 흔적이 발견된 이곳에는 신비한 비밀이 있다고 하는데?

    "동삼동 패총은 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위치한 신석기시대 유물이란다. 그 규모는 남해안 일대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구나."

    "신석기시대의 문화 연구의 중요한 유적이겠군요. 이렇게 잘 보존되어온 조개단층에서는 이 곳 부산이 국제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해요."

    바다를 등지고 아기자기하게 자리 한 패총전시관의 모습이 보인다. 은은한 분홍색 벽이 소박한 전시관의 운치를 한층 더해준다.

    "바닷가에 살았던 인류의 생활상을 재현해 놓았어요. 해안에 걸쳐진 채 아무도 없이 서 있는 나뭇배가 너무 귀여워요."

    "발굴된 유적을 직접 사람 모형, 발 모형 등을 만들어 착용해 놓은 모습도 재미있구나. 어떻게 활용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유적은 교육적으로 참 좋은 것 같아."

    예로부터 조개무더기로 집을 지어 살았다는 이 거리. 이제는 조개집을 볼 수는 없지만 나지막하게 지어진 집들이 정답게 모여 있다.

    "이 곳을 '동삼동 하리'라고 부른데요. 동삼동이 상리, 중리, 하리라는 세 개의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이 곳 사람들의 생활상은 오랜 역사의 맥을 이어오는 것 같지 않니? 바다에 나가 어업을 하고, 화려하지 않은 집에서 사는 모습 들이 자연에 순응한 인류의 모습 같아.“

    커다란 조개가 이리저리 모양이 나 있는 토기 위에 올려져있다. 조개를 이용한 삶을 살았던 이 곳 옛 조상들의 생활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 길지 않은 길인데, 신석기 유적지 앞에 조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네요."

    "다양한 조각상이나 분수대, 요즘 유행하는 벽화마을도 조성이 되어있다고 하니 다채로운 유적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문화의 거리에 대한 상징 조형물과 다양한 문화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때로 사람들로 북적인다. 동네 주민 모두가 나온 듯하다.

    "최근 하리패총 광장에서 거리공연과 같은 많은 문화축제가 열리고, 또 이어지고 있단다. 그때마다 이 하리에 사는 사람들을 모두 만날 수 있다고 하니 패총에 대한 오래된 이야기를 할머니, 할아버지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일제시대에 처음 발굴되었던 당시의 패총에 관한 이야기들도 알고 계실까요?"

    조그만 규모의 하리항은 사람 냄새가 가득하다. 대도시의 포구가 이렇게나 조그마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일까, 어촌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작은 모래해안과 가까이에 있는 암석해안이 정말 좋은 관광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매립을 통해 관광도시로 개발 중 이라고 하네요."

    "이곳에는 '용왕제'라고 불리는 축제가 전해져 내려온단다. 그 때가 되면 어민들이 별신굿을 벌이는 곳이 바로 이 하리포구 갯가란다."

    비릿한 생선 비린내가 코끝을 찌른다. 작은 규모라서 그럴까? 횟감이 어찌나 싱싱하고 저렴한지, 이렇게나 많은 회는 처음 먹어본다.

    "와, 회의 양이 이렇게나 많다니. 역시 산지는 다르군요? 인근 해안에서 잡은 활어를 직접 맛볼 수 있다니 이 횟집촌은 정말 인기가 많겠어요."

    "회의 질과 양, 또 저렴한 가격도 한 몫을 하겠지만 이곳의 위치가 더욱 특별하단다. 해안가에 닿이 하리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지."

    10분 정도 걸어나오자 부산의 최고 경치를 자랑한다는 태종대를 만나게 되었다. 정말 신선이 살 것만 같은 신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동삼동 패총 주변에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많이 있네요. 가까이에 위치한 마을에서는 검은 바위를 볼 수도 있다니 들렸다 가요!"

    "그래, 저 멀리 보이는 아차섬은 부산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고 하니, 다음에는 아침 일찍 들려 그 일출을 보아야겠구나. 다리로 연결되어있으니 쉽게 갈 수 있단다."

    패총 전시관 내에는 사람의 얼굴모양을 만들어 놓은 조개껍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눈과 입 등을 조각해 놓은 조개껍질은, 지금에는 웃음이 나올 만큼 어설픈 유물이지요. 하지만 수 만 년 전 만들어진 이 조개껍질 사람은 그 시대에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는 인생에 대한 철학적 가치관이 담겨있는 것 같죠? 이렇게 해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직접 바다 내음 가득한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서 신석기 시대의 삶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푸른 잔디밭이 펼쳐진 그곳에서, 갑자기 원시인이 뛰어나올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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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의 심장을 더듬다

    진주의 심장을 더듬다

    지역경상남도 진주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진주의 심장을 더듬다

    • 프롤로그
    • 1.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 2.성문을 지나면
    • 3.공을 새기다
    • 4.진주를 지키려
    • 5.애향심이 깃든 사당
    • 6.영남 최고의 누각
    • 7.지는 꽃을 지켜보다
    • 8.서각에서 만나는 논개
    • 에필로그

    진주의 심장을 더듬다

    - 경상남도 진주시 -

    작사가 반야월은 진주를 “비봉산 품에 안겨 남강이 꿈을 꾸는 내 고향”이라 노래했습니다. 이런 진주를 대표하는 명승지로 단연 진주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진주 남강을 따라 낮은 성곽을 두르고 있는 진주성은 이끼 낀 성돌만큼이나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간직한 곳입니다.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진주의 심장, 진주성을 느린 걸음으로 더듬어가다 보면 그 창대한 시간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을까요? ‘진주성에서 천년의 세월을 바라보라!’, 오늘 <트래블아이>가 던지는 미션입니다.

    백제 때 토성으로 시작해 고려 말에 석성으로 축조했다는 진주성은 삼국시대에는 거열성, 통일신라시대에는 만홍산성, 고려시대에는 촉석성으로 불린 만큼 유서가 매우 깊다.

    “숭례문이나 수원의 팔달문이나 모두가 성루만 남아 있어 날개 잃은 학처럼 외로워 보이지만, 이 공북문은 긴 성벽이 둘러처져 안온해 보여.”

    “정말 진주성 성벽과 어우러진 자연의 모습은 안정적이고 대담하지? 이 성벽 따라 나 있는 1.2km 둘레길에는 연인, 사색 등의 테마별 산책로가 진주성 여행의 묘미를 배가시킬 거야.”

    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다양한 문을 지난다. 성의 정문격인 공북문을 비롯해 촉석문 등 북쪽으로 난 여러 문을 지나면 보물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바로 영남포정사야. 1925년까지는 경남도청이 진주성 안에 있었으며 성내의 영남포정사는 도청이 부산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도청의 정문으로 사용되던 문이다.

    “성 안팎은 물론 성 바깥에 진을 친 병사들까지 지휘했던 문, 그래서 많은 성의 축성 모델이 되었다는 북장대도 내성 북쪽 끝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니 좀 더 가보자.”

    1592년,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성 싸움을 승리로 이끈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의 공을 새긴 김시민 장군 전공비도 이곳에 있다.

    “김시민 장군이 이끄는 군사와 성민이 힘을 모아 왜군을 물리친 그의 공을 기리고 있어.”

    “이 비문에는 1천명이 되지 않는 병력으로 10만명의 대군을 물리쳤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왜군 2만을 3천800명 병사로 물리쳤다는 기록도 있지. 뭐, 사실이야 어찌됐든 그의 공은 인정받아 마땅해”

    남강의 서쪽 절벽 위에 장엄하게 서있는 서장대는 김시민 장군이 서쪽 병사들을 호령하며 지휘하던 곳이다.

    “진양호 쪽에서 성 쪽으로 들어오다가 이 장대를 바라보면 마치 당시 진주를 엄호하던 한 장수의 눈빛이 살아 전해지는 듯해.”

    “특히 가을이면 절벽 위 장대 지붕의 목조 기와가 단풍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지?”

    창렬사는 서기 1607년 경상도 순찰사 정사호가 창건한 사액사당으로 김시민 장군을 비롯한 임진년과 계사년에 순국한 39위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이 사당은 임진왜란 당시 제2차 진주성전투에서 순절한 분들의 신위를 모시고 있는데, 그 시작이 선조 때였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아무도 돌보는 이들이 없어 퇴락했다지?” “맞아. 일제 당시 그것을 애석하게 여긴 진주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이곳을 중건해냈어.”

    진주 8경 중 제1경을 자랑하는 촉석루는 벼랑 위에 높이 솟아 있다 하여 이름 붙여졌듯이 남강과 진주성, 의암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천하의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우아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지?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저 촉석루는 미국 CNN이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으로 꼽기도 했어.”

    “그래? 하긴, 이 누각은 전란 시에는 지휘본부로 사용됐지만, 평상시에는 과거를 치르는 시험장으로 활용됐어. 이곳에서 얼마나 멋진 시조가 탄생했을지 감히 상상이 안 가.”

    진주성 일대는 의기 논개가 분연히 적장을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져 그 한을 되갚은 충정의 장소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러한 논개의 낙화는 촉석루에서 가장 잘 관찰된다.

    “아깝게 쓰러져간 목숨들을 슬퍼하며 분루를 삼킨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이곳 의암에서 홀연히 몸을 던져 충정을 다했지. 이를 지켜본 촉석루는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크게 애통해했을 거야.”

    “그래서 논개는 진주의 또 하나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 걸 거야.”

    촉석루 뒤편으로 가면 진주를 지킨 인물들을 기리는 의기사가 있다. 의기사는 촉석루, 의암과 함께 논개 이야기로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곳에 논개의 영정과 신위를 모시고 그의 넋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지?”

    “맞아. 비단 바탕에 천연채색으로 된 정면 전신입상의 저 논개 영정이 사실 표준 영정으로 봉안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야. 논개 영정은 과거 한 시민단체가 친일파가 그린 것이라며 뜯겨져 나갔던 거야.”

    10만 왜군과의 전투에서 무수히 많은 민관군이 목숨을 잃은 호국성지 진주성. 과거 왜군과의 치열했던 격전과 아픔을 뒤로 한 채 지금의 진주성은 그저 평화롭기만 합니다. 계절 따라 꽃이 피고 단풍이 지고 눈이 쌓이는 그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진주성은 이제 찾는 이들에게 지친 마음을 풀어놓은 듯 역사와 문화적 향취를 즐기는 공간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3대 승첩지인 이곳을 느린 걸음으로 돌아보는 건 여전히 진주의 심장을 더듬는 것과도 같음을 느낍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진주의 맥박과 숨결을 느낄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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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붕 없는 별난 미술관

    지붕 없는 별난 미술관

    지역경상북도 영천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지붕 없는 별난 미술관

    • 프롤로그
    • 1.고즈넉한 전통미
    • 2.무작정 ‘걷는 길’
    • 3.쌩쌩~ ‘바람길’
    • 4.풍수로 짚어보는 ‘스무골길’
    • 5.다섯 갈래 행복길
    • 6.‘알록달록 만물상’
    • 7.좀 더 여유로운 아트투어를 원한다면
    • 8.폐교에서 예술이 술술~
    • 에필로그

    지붕 없는 별난 미술관

    - 경상북도 영천시 -

    ‘신몽유도원도-다섯 갈래 행복길’은 경북 영천시 화남면 별별미술마을의 독특한 공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콘셉트입니다. 마을의 문화유산과 자연풍광은 물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활양상까지도 이곳 예술작품과 함께합니다. 그래서 이곳 궁벽한 시골마을의 새로운 거리가 더 특별할지 모르겠습니다. 설치,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가 있는 ‘걷는 길’ ‘바람길’ ‘스무골길’ ‘귀호마을길’ ‘도화원길’ 등에는 자연과 마을의 역사 이야기가 어떻게 녹아 있을까요? 마을에 숨어든 미술이야기를 들어라! 바로 이것이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마을 곳곳에 숨겨진 예술작품들을 찾아가다보면 고택이 보이고 고택을 감상하다보면 또 예술작품이 눈앞에 나타나곤 한다고.

    “한눈에도 고택이 20여 개는 넘겠는데?” “정말 그래. 산길을 따라 10여 리 정도 가면 산성터도 있고, 백학서원 터도 있다는군.”

    “망미대를 좀 봐. 단종을 향하여 배향했던 흔적이야. 가상리는 520여 년 전 권열 선생이 안동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살았다고 하던데, 권열 선생의 종택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먼저 ‘걷는 길’이다. 가상리 마을을 중심으로 골목골목 숨어있는 예술작품들을 찾아내어 유심히 관찰하고 음미해보자.

    “산책길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인포메이션 센터, 바람의 카페, 우리동네 박물관, 알록달록 만물상들에는 아트숍과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네!”

    “고택인 풍영정도 이 길에 있어서 역사를 살피게 되는구나. 어라, 관광객이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탁본벽화도 있군.”

    이 중 ‘바람길’은 메인루트라 할 수 있겠다. 자전거와 아트자동차로 바람을 일으키며 마을을 한 바퀴 휘이 돌아보자!

    “버스정류장이 참 예술이로세.” “캬~ 네 말대로, 느티나무 쉼터도 있고, 산수벽화와 전돌을 이용한 벽화도 볼 만해!”

    “박건주 씨의 작품 이라고 써있는데, 난 그 분이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 말이야, ‘가상리에서 바라보다’ 참 정감이 가.”

    ‘스무골길’은 역사와 풍수로 짚어보면서 이 마을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생태역사 예술 트레킹 코스. 수달관측소에서 기다리고 있다 보면 신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스무골의 혈등 자리에 이렇게 서 있으니 가상마을이 한눈에 다 내려다보이는구나.

    “앗! 저기 좀 봐! 수달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다섯갈래 행복길을 보면요, 절로 웃음이 나오고, 마을을 사랑하는 작가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서 신기하다. 역사와 어우러진 예술작품을 만끽하는 길은 또 어디에 있을까?

    “‘바람길’에서 곁가지처럼 뻗어나온 이 길 귀애고택이 아주 멋지지 않아?”

    “난 아까 지나온 ‘도화원길’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 그야말로 꽃길이잖아. 넓은 복숭아밭이 펼쳐진 모산 골짜기의 정경 속으로 난 아지랑이와 같은 환상의 길, 봄날 도화가 만발한 풍경을 상상만 해왔는데 말이지.”

    동네역사와 마을 주민들의 기증유물로 꾸며진 ‘마을사 박물관’에는 농촌지역의 옛 살림살이 도구와 농기구들이 잘 펴져 있다. 여기서 ‘위대한 손’을 만날 수 있다는데?

    “마을 어르신들의 핸드 프린팅이 되어 있는 이 ‘위대한 손’, 이곳 마을 사람들의 농사로 굵어진 손들을 보여주고 있어.”

    “농산물판매와 마을 주민들이 만든 전통 규방공예 문화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알록달록 만물상’도 있네?”

    영천시는 다양한 공예작품뿐만 아니라 4개 마을에 걸쳐 조성된 다양한 전시관과 카페 등은 모두 연중 미술작품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곳들이다. 어디부터 가볼까?

    “세계로 환상여행을 떠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예쁜 시골버스정류장은 그야말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구나.”

    “빈 집을 대나무로 소쿠리 짜듯 덮은 ‘바람의 카페’는 또 어떻고. 맞다! 작품들을 좀 더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아트투어차량과 아트자전거가 마련되어 있다지?”

    그뿐만이 아니다. 이 미술마을에는 시안미술관이 자리하고 있어 전국의 뛰어난 작가를 대상으로 한 수준 높은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고.

    “여기가 바로 시안미술관이야. 폐교를 활용한 이 고풍스러운 유럽식 건축물이 참 볼만하지? 지역민들에게도 다양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군 그래.”

    “맞아. 주민들이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을 거야.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추상화 등을 보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가르친다니 나도 배워보고 싶어.”

    영천 사람들은 이 별별미술마을을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부릅니다.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면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시민 정서함양과 휴식공간으로도 널리 애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부심도 큽니다. 이곳을 둘러보면 가히 그럴 만하다는 느낌이 옵니다. 4개 마을에 걸쳐 다섯 갈래 행복길에 조성된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여행, 이번 주말은 별별미술마을로 떠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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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험한 기운을 부르는 산

    영험한 기운을 부르는 산

    지역충청남도 계룡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6 호감도

    영험한 기운을 부르는 산

    • 프롤로그
    • 1.소롯길로 향하면
    • 2.천하명당
    • 3.종교적 힘을 빌리다
    • 4.치성의 흔적
    • 5.육신을 매만져주는 산
    • 6.전설의 괴목정
    • 7.영험한 기운이 솟다
    • 에필로그

    영험한 기운을 부르는 산

    - 충청남도 계룡시 -

    충남 계룡시에는 예로부터 ‘수행 1번지’로 불리던 계룡산이 있습니다. 산의 능선이 ‘닭 벼슬을 쓴 용’을 닮아 붙여진 이름 계룡산에는 특별한 정기와 영험한 기운이 흐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은 지금도 끊이지 않습니다. 풍수지리가 좋아 조선시대에는 무학대사에 의해 새로운 도읍지로 추진되기도 했고, 최근에 와서는 청와대 이전이 검토되기도 했습니다. 계룡산에 서린 영험한 기운은 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궁금하다면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계룡산은 산의 생김새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많은 계곡마다 소와 폭포를 안고 있고 산에 있는 수목의 54% 이상이 침엽수여서 늘 푸르른 인상을 준다.

    “소롯길에 들어서니 온통 나무밖에 보이지가 않아. 그래도 길이 꺾일 적마다 맑은 내와 만나고 산등성이에 오르면 잇대어 선 봉우리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군 그래.”

    “그다지 높지 않지만 산의 모습이 수려하고 수석이 푸짐하지? 그래서 통일신라시대에는 전국의 5대 명산 중 하나인 서악(西岳) 또는 중악(中岳)이라고 불렀지.”

    계룡산은 풍수지리상 최고의 길상지(吉祥地)로도 유명하지만, 천재지변이나 전쟁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십승지지(十勝之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계룡산 입산수도를 도사 자격증처럼 챙기는 것을 본 적이 있어. 그래서 나는 계룡산에 ‘도사 대학’이 있는 줄 알고 살았다니까.”

    “맞아. 나 역시도 과거 계룡산의 존재를 처음 알게 해준 사람이 장터에서 ‘계룡산에서 10년, 지리산에서 또 10년 입산수도했다’며 도사(道士)를 자처한 어느 차력사를 통해서였지.”

    과거 새마을운동과 종교정화운동 이후 대부분 정리되긴 했지만, 계룡산 골짜기마다 당집과 점집이 빼곡한 데서 비춰보듯 계룡산은 유사종교의 근원지가 되기도 했다.

    “한때 여기에 교당과 암자, 수도원과 기도원이 수없이 들어섰었지. 그래서 이 산골짜기를 지나면 ‘단골(무당)’의 주문소리와 요령소리, 징소리가 늘 들려왔대.”

    “맞아. 저기 큰 바위 둘레가 촛농으로 온통 얼룩져 있는 건 아직도 계룡산 산신(山神)에게 치성을 드리고 있음을 말해주지. 이건 다 산세가 좋고 혈맥이 왕성하기 때문 아니겠어?”

    주봉인 천황봉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봉우리가 연달아 이어진 계룡산 모습이 마치 닭벼슬을 쓴 형상이라 해서 이름 한 것. 이곳에서 신령스러운 공간은 아직도 남아 있을까?

    “이 산은 일반 대중들의 오랜 염원이 서린 치성소이기도 해. 머리는 봉황, 몸통과 다리는 용의 형상인 국보 백제금동향로의 모델이 됐고 신라 5악의 하나로 제왕들의 제사 터이기도 하니까.”

    “그런 이미지가 계룡산을 신비의 공간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계룡산 등산로는 돌길의 연속이다. 산과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고역이다. 딱딱한 돌계단에서 오른 충격은 하산 때 더 심하다.

    “젊은 시절 경험만 떠올리고 이렇게 무턱대고 올 게 아니었어. 나는 이제 무릎 관절을 걱정해야 할 나이라고. 아이고 삭신이야~.”

    “조금만 더 힘을 내게 이 친구야! 계룡산의 기와 혈이 모이는 천황봉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계룡의 기(氣)를 믿어 보라고 이 친구야! 여기가 삼국시대부터 괜히 명산이겠나?”

    가을비가 내려 붉은빛을 씻어 내리고 있는 계룡산. 이곳에서 등산보다는 관광에 산행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괴목정로 가보는 것도 좋다.

    “옛날에는 사람 많은 곳을 피해온 사람들이 이 근처에 자리 잡고 살았다고 해. 이곳에 앉아 신선객 이야기를 하다가 나무를 골라서 심곤 하였는데 되는대로 땅에 꽂은 나무는 모두가 괴목이었다지?”

    “나무가 많은 공원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토록 유서 깊은 공원이었을 줄이야!”

    신도안 부근의 계곡에는 암용추와 숫용추가 있다. 이 두 웅덩이에서 영험한 기운과 숭배사상의 근원을 찾게 될까?

    “옥 같은 물이 스무자 정도는 되겠다. 암용추보다 더 깊어 보이는데, 저 검푸른 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어.”

    “여기도 사람들이 치성을 드린 흔적들이 있네? 그러고 보니 이 두 개 웅덩이가 남녀의 성기처럼 생긴 것 같지 않니? 사람들은 여기서 어떤 소원을 빈 걸까?”

    산세가 좋고 혈맥이 왕성해 산신으로부터 영력(靈力)을 받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춘 계룡산은 아직도 계곡과 골짜기에 굿당과 기도터 등이 상당부분 남아 종교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것이 ‘계룡산 도사’는 익숙하지만 ‘속리산 도사’는 어색한 까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산 주변에는 유서 깊고 아름다운 산사도 많고 산을 내려오면 고택과 정자를 비롯해 계룡산과 관련된 체험거리들이 가득합니다. 여러분은 계룡산 산행을 통해 그 비범한 기운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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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이 지켜주는 천년고찰

    용이 지켜주는 천년고찰

    지역경상북도 영주시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용이 지켜주는 천년고찰

    • 프롤로그
    • 1.황금 숲길을 따라
    • 2.극락세계로 안내하는 계단
    • 3.부처가 기다리는 곳
    • 4.교리를 따르다
    • 5.온화한 미소
    • 6.천년을 이어온 사랑
    • 7.선비화에 얽힌 의상 이야기
    • 8.소백산에 떠오른 용
    • 에필로그

    용이 지켜주는 천년고찰

    - 경상북도 영주시 -

    일찍이 깨달음을 얻은 의상대사가 전국의 산천을 돌아다니다 경북 영주의 봉황산 자락에 멈추어 섭니다. 그곳에 그는 부석사를 세웁니다. 속세의 자리에 부처님의 극락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어느 화창한 가을날 절집의 고요한 풍경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 고찰에 얽힌 용의 이야기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전설처럼 정말 무량수전을 떠받치고 있는 석룡이 천년의 세월 동안 이 부석사를 지켜온 것일까요? 청량한 가을, 부석사에서 전설의 용을 만나라! 이것이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소백산 부석사, 일주문을 지나니 부석사를 대표하는 은행나무. 가을의 부석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은행나무 길이다.

    “부석사 입구에서부터 일주문으로 가는 이 길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을 밟게 될 줄이야. 그야말로 가을 정취가 제대로 나는군요!”

    “정말 그래요. 마치 극락의 세계로 통하는 길처럼 절집으로 오르는 이 길은 황금빛 일색이네요.”

    일주문을 지나니 천왕문 너머로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꽤나 가파른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르고 다시 멈춰서기를 반복할 정도로 계단은 끝이 없다.

    “범종루와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까지 바로 이 108계단을 올라야 극락의 세계로 들 수 있다고 전해지죠.”

    “정말 이런 난관에 봉착할 줄이야. 힘들지만 이 계단을 오르는 동안 고통과 번뇌는 사라지고 마침내 극락정토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이군요.”

    천왕문을 지나 다시 계단을 밟아가다 보면 안양루에 닿는다. 이 누각에서 일출 때면 황금빛 부처의 형상을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이 또다시 나타난 계단 앞에서 크게 한숨이군요. 우리처럼 연신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저들의 모습을 좀 보세요. 마지막 계단까지 오르기에 숨이 차기도 할 거예요, 그쵸?”

    “하지만 안양루까지 가는 데 마음도 바쁠 거에요. 그곳에서 부석사 경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고, 또 황금빛을 띤 부처의 형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누각에서 바라보는 부석사는 무량수전, 안양루, 조사당, 응향각이 절집 안에 편안히 들어앉은 품이다. 이 사찰이 불교 교리를 건축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냈다고 하는데?

    “저 무량수전을 좀 보세요! 눈앞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군요. 하늘 아래 살짝 들린 팔작지붕의 처마선조차도 가볍지가 않아요.”

    “한국 전통건축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대표한다더니, 정말 균형미가 돋보이네요. 저 위풍당당하면서도 거드름이 없으며 겸손한 풍채는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울 겁니다.”

    7세기에 창건된 고찰 부석사. 천천히 경내를 둘러보니 고색창연하고도 여유롭다. 담담한 듯 보이는 절집 안마당과 빛바랜 단청이 여유를 더한다.

    “불전 안쪽에 앉은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으로 햇살 한 자락이 비껴드니 기도를 올리던 사람들의 얼굴에 잠시 평온한 미소가 깃드네요.”

    “누군가를 위해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이들의 모습이 마치 부석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 선묘낭자의 미소를 닮아 있는 듯하군요.”

    무량수전 앞 석등은 창건 당시 세워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 역시 아름다움으로 치면 손에 꼽히는 건축물이다. 의상과 선묘의 사랑 이야기도 바로 이곳에 깃들어 있다.

    “예전부터 석등을 100번만 돌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전해져오고 있다죠? 초파일이면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달밤에 이 석등을 돌며 복을 기원한다죠?”

    “그뿐만이 아니에요. 의상대사를 흠모하던 여인 선묘 여인이 용이 되어 지금도 이 사찰을 지킨다는 전설이 잠들어 있죠. 선묘 영정을 모셔둔 선묘각으로 가봅시다.”

    석탑을 끼고 왼편 산길을 오르면 조사당이 나타난다. 조사당은 의상대사를 모신 곳인데 그 앞에는 ‘선비화(禪扉花)’라 불리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

    “무량수전 왼편에 위치한 저 부석이 바로 선묘낭자가 띄운 돌로 부석사 이름의 기원이 됩니다.… 아, 저 나무도 역시 전설 하나가 전해지고 있어요.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저렇게 나무로 자라났다고 하죠.”

    “지금도 해마다 꽃을 피운다는 저 나무에 얽힌 이야기, 정말 신기하군요.”

    부석사 여행의 또다른 묘미는 소백산 자락 일몰의 아름다움이다. 특히 무량수전 앞마당과 안양루, 이곳 삼층석탑에서 바라보는 부석사의 일몰은 신묘할 정도로 장관이다.

    “마침내 해가 저물고 담홍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게 되는군요! 이야~ 탄성이 절로 나오네요!”

    “지금이에요! 해가 완전히 산 뒤로 넘어가는 찰나! 짙은 구름 너머로 여의주를 베어문 한 마리 용이 슬며시 모습을 감추는 듯하지 않나요?”

    부석사를 찾아드는 길목에서부터 황금빛으로 물든 숲길을 만나 탄성을 터뜨립니다. 안양루에 기대어 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니 멀리 펼쳐진 소백의 연봉들이 부석사와 함께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고찰에 용에 얽힌 애틋한 전설이 전해지는 탓일까요? 소백산 높고 낮은 산자락이 절집을 감싸 있는 품새는 해가 질 무렵이면 마치 하늘로 솟구치는 커다란 용 한 마리로 변하는 듯합니다. 그때 다시 한 번 탄성을 터뜨리게 되죠. 소백산 산중에 자리한 천년고찰 부석사에서 여러분은 실제 용의 모습과 마주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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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재 정선과 구암 허준

    겸재 정선과 구암 허준

    지역서울특별시 강서구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5 호감도

    겸재 정선과 구암 허준

    • 프롤로그
    • 1.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
    • 2.내 마음속 스승 겸재
    • 3.가양동 ‘박물관 가는 길’
    • 4.의성 허준을 추앙하며
    • 5.옛 성현들의 발자취를 따라
    • 6. 거장의 삶을 알리다
    • 7.소악루를 마주하다
    • 8.‘구암’과 ‘겸재’를 통해 뭉친 사람들
    • 에필로그

    겸재 정선과 구암 허준

    - 서울특별시 강서구 -

    언제부터인가 서울 가양동 일대가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흐르는 거리로 변신해 있습니다. 양천초등학교 담장에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와 형제간의 우애를 위해 황금을 물속에 던져버렸다는 투금탄 고사 이미지를 한강 물줄기로 연결하여 형상화한 ‘서울풍경’이라는 입체 벽화로 단장했는가 하면, 양천향교 벽면에는 향교로 향하는 아이들을 부조로 표현한 ‘향교종이 땡땡땡’을 전시했습니다. 허준박물관, 구암공원, 궁산 등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을 문화벨트로 엮어진 가양동 ‘함께 걷고 싶은 예술의 거리’를 걸어라! <트래블아이>의 미션입니다!

    양천고성지-소악루-양천향교로 연결되는 역사문화투어 공간이자 진경산수화의 산실로써 자리매김해 있다. 겸재정선기념관이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경산수화라는 우리 고유의 화풍을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이 65세부터 70세 때까지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현감을 지냈다는 거 알고 있니?”

    “그럼! 그 당시 겸재는 서울 근교의 명승지와 한강변 풍경을 그린 ‘경교명승첩’ ‘양천팔경첩’ ‘경교명승첩’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잖아.”

    겸재정선기념관에서는 겸재의 화혼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2013년에 ‘겸재 맥찾기 유수작가 초청전’을 여는 등 겸재의 실험정신을 본받아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동·서양의 여러 작가를 탐구하고 섭렵한 끝에 만난 나의 마음속 스승이 겸재 정선이야. 우리 전통 미술에서 느끼는 미감이 배어서 낯설지 않고 친근감마저 주고 있잖아.”

    “맞아. 특히 근작의 풍경화는 투박한 듯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양감이 풍부한 주홍색 필선이 뼈대를 이루고 있어 더운 기운과 함께 밝은 광채를 느끼게 해.”

    경관 조명은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이 길이 단순한 거리가 아닌 다양한 테마를 갖춘 역사·문화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유이다. ‘박물관 가는 길’은 어디로 안내할까?

    “허준선생은 당대 최고의 명의로서 질병으로 고생하는 백성들의 아픔을 덜어주고자 9종이나 되는 많은 의학서를 저술하셨지. 선생의 다양한 자료뿐 아니라 모형, 영상, 터치스크린, 허준체험 공간 등이 있는 허준박물관이 이 길에 이어지고 있구나!”

    “웬걸! 한의학 전문 박물관으로서도 기능을 하고 있어!”

    9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가양동에 위치한 허준박물관에서 우리나라 한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 선생의 인품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까?

    “단순히 보는 박물관이 아니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한방 음식전, 한방약재공예작품전, 약초표본전, 동의보감 특별전 등을 수시로 열어서 이곳에 나는 자주 오는 편이야.”

    “한의학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꾸며졌구나. 동양의 의성(醫聖)으로 추앙받는 허준 선생의 모든 것을 만나보니 숭고한 인간애까지 느껴져.”

    해마다 음력2월과 8월에 유림, 지역주민, 학생들이 모여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 대한 석전제를 지내고 있는 양천향교 터에서는 예절교육, 견학코스도 운영하고 있다.

    “양천향교가 서울시 유일의 향교라는 거 알고 있니?” “아니. 전혀 몰랐어!”

    “우리 조상들의 교육문화의 산실이었던 양천향교는 옛 선비정신을 되살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정신적, 교육적 가치를 드높이는 교육기관이자 문화유산이다.”

    겸재의 그림 <소요정>에서 어부 두 명이 낚싯줄을 드리우고 태평하게 앉아있는 풍광이 돋보이는데, 그 속에 허가바위가 등장한다. 영등포공고 정문 앞 탑산에서 이를 찾아라!

    “사람 1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이 동굴을 좀 봐. 옛날 석기시대 사람들이 한강 가에서 조개와 물고기를 잡으며 이곳에서 살았으리라 짐작되는 흔적들이 곳곳에 있어.”

    “이 굴에서 양천 허씨의 시조 ‘허선문’ 이 태어났다는 설화도 있고, 허준이 <동의보감> 집필을 마친 곳도 여기라고 알려져 있지!”

    겸재정선기념관 뒤편에 있는 궁산근린공원으로 가보자. 이곳에는 어떤 이야기가 깃들어 있을까?

    “궁산근린공원은 파산, 성산, 관산, 진산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는 거 알고 있니?”

    “물론이지. 옛날 백제의 양천 고성지와 조선시대 화가인 겸재가 양천 현감으로 재임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소악루가 자리하고 있잖아.” “맞아, 양천향교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겠어.”

    강서에는 ‘양천향교 제례’, ‘박물관 가는 길’ 등 특색 있는 작품을 조형화하여 포토존으로 꾸며져 있는가 하면 4개 역사문화 코스 나뉜 거리가 조성돼 있다

    “조선시대 도성과 양천, 강화를 이어주던 공암나루와 가을이 되면 단풍으로 어우러진 탑산이 있어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구나.”

    “강서구 가양2동, 한강 남쪽 강변에 위치한 허준마을은 한강 너머로 확 트인 시계가 확보돼 멋진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게 됐어.”

    탑산 아래는 허준의 동의보감 집필장소로 널리 알려진 허가바위가 있으며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허준박물관과 허준의 아호를 따 조성된 구암공원도 지근거리에 있습니다. 인근에는 겸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겸재정선기념관이 소악루와 함께 자리해 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의 역사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은 얼마나 남다를까요? 이는 그간 문화체험길을 만들기 위해 서로가 똘똘 뭉쳐 해온 노력에서 엿볼 수 있을 겁니다.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가양동 역사문화길을 걸어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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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지역충청북도 증평군 편집국        사진편집국 2017-02-17 호감도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 프롤로그
    • 1.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뻥튀기
    • 2.장터 나들이의 요깃거리
    • 3.생선노점에서 풍기는 시골장터의 맛
    • 4.재래시장에서 만난 오디, 자랑할 만하네!
    • 5.쿵쾅쿵쾅, 망치질 소리
    • 6.장뜰시장 또 하나의 명물
    • 7.형형색색 슬리퍼가 단돈 2천원
    • 8.없는 거 빼고 다 있는 골동품가게
    • 에필로그

    어슬렁어슬렁 장뜰시장 나들이

    - 충청북도 증평군 -

    비교적 작고 한적한 읍내라지만 장이 서는 1일과 6일에는 장 보러 나선 사람들로 마을은 그야말로 활기가 넘쳐나는 곳, 시골 인심으로 상거래를 하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 소탈한 웃음이 절로 나는 곳, 바로 증평 장뜰시장입니다. 비록 홀로 나선 장보기 나들이일지라도 수십 년간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은 대장간을 둘러보다가 모자람 없이 몇 번이고 채워주는 인심 좋은 국밥집에서 출출함을 달래도 보고, 떡만 40여 년 동안 팔아온 시장 토박이 아주머니와 수다도 떨고. 그야말로 심심할 틈이 없죠. <트래블아이>가 제안하는 오늘의 미션입니다. 느릿느릿 장뜰시장을 걸으며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재미를 찾아보세요!

    장 한가운데서 벌어진 엿장수의 각설이타령 소리도 가르며 들려오는 “뻥이오~!” 외침. 코끝을 자극하는 뻥튀기 냄새가 나는 곳에는 어떤 풍경이 있을까? 그곳으로 가보자.

    “(뻥이오~!) 자자, 거기 아가씨도 군침만 흘리지 말고 한번 맛이나 보시구랴. 튀밥도 맛있으니 한번 잡숴봐.”

    “제가 어릴 적에 맛보았던 뻥튀기가 바로 여기 있었네요! 다이어트에는 이만한 게 없는데 어디 가도 도통 배불뚝이 뻥튀기를 찾을 수가 있어야죠!”

    ‘한 봉지에 천원’이라고 대충 갈겨 쓴 손글씨마저 정겨운 떡 파는 노점상 앞을 그냥 지나치려니 입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불현듯 밀려온다. 어디 하나 골라볼까?

    “안녕하세요, 할머니. 시루떡부터 바람떡, 인절미, 송편에 약식까지! 와~ 없는 떡이 없네요. 이중에 무슨 떡이 제일 맛있어요?”

    “여기 맛없는 떡은 없어, 이 아가씨야. 아무거나 골라도 다 맛나. 지금 먹으려면 바람떡 사가. 방앗간에서 가져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따끈혀.”

    생선노점 앞에는 사람들이 꽤 붐빈다.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고, 상인아주머니에게 흥정을 걸어보는 사람도 있다. 얼마까지 싸게 주시려나?

    “조기 만원에 5마리 줄게! 이 싱싱한 것 좀 봐봐! 물도 참 좋고, 어디 가서 이 가격에 절대 못 사.”

    “에이~ 아주머니, 두 마리만 더 얹어주세요. 그게 재래시장 오는 맛 아닌가요?” “허허~ 이 아가씨 고집 꺾기 힘들겠네. 옜다, 인심 썼다!”

    엉덩이 붙일 만한 곳에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철 맞은 오디를 들고 나온 할머니도 있다. 판매 품목은 오디 딱 하나. 오디는 어떻게 먹을까?

    “이건 손으로 못 따. 저녁 때 나무 밑에 돗자리 펴놓고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저절로 떨어져서 이만큼씩 쌓여 있어. 그러니 웬걸. 오늘 아침에 오디 거두느라 야단을 했지.”

    “고놈들 참 실하네. 그런데, 이걸 그냥 먹나요?” “술 담가먹으면 몸에 좋아. 그냥 먹어도 맛있고. 한번 먹어봐.”

    1974년 문을 연 이래 쇠 녹이는 화덕에 불 꺼진 날이 없다는 이 지역 명물 증평대장간을 찾았다. 쇠를 다루는 일이 제일 쉽다는 대장간 주인장의 망치질을 구경해보자.

    “우리 대장간 물건 참 좋아. 청주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온다니까.” “남들이 호미 150개 만들 때 아저씨는 500개를 만드신다고요? 그게 정말 가능한 거예요?”

    “내가 일을 혼자 해도 워낙 손이 빠르니까 전국에서 주문이 와도 다 해내지. 얼마 전에도 TV 드라마에서 쓴다고 창을 수십 개나 만들었어.”

    장뜰시장에 대장장이 말고도 또 다른 장인도 있다 해서 들른 곳. 장뜰시장의 대표 맛집 장터순대다. 돼지고기를 손질하고 국밥을 끓여낸 30년 넘는 세월의 맛을 느껴보자.

    “순대 모자라면 순대를 더 드리고, 국 모자라면 국을 더 드리고. 배고파서 왔으니 배가 불러서 가셔야지.”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얼큰하니 속이 다 개운해져요. 국밥집은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애들 아빠는 아픈데 여섯 식구가 먹고 살려니 처음에는 혼자 고생도 참 많이 했지요.”

    ‘단돈 2천원’. 종이상자를 뜯어다 써붙인 문구 아래 화려한 색깔의 슬리퍼들이 수북하다. 이것저것 신어보며 쇼핑 삼매경에 빠져보자. 여인네의 장 나들이는 요런 재미 아닐까?

    “대형마트보다도 슬리퍼 종류가 더 많네요.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슬리퍼 치곤 발에 착착 감기는 게 한 켤레로는 부족하겠어요.” “다 신어봐~. 신어도 보고 만져도 보고 해서 제일 마음에 드는 놈으로다 가져가. 내 오늘 인심 써서 3개에 5천원 줄게.”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화로에 향로, 꽹과리가 앞줄에 서고 뒤편에는 금박의 돼지인형, 앙증맞은 주전자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골동품점. 이곳에 들르고 싶다면 시장길을 끝까지 걸어가 보자.

    “장독대 덮던 망부터 칼, 안마기계, 귀이개 등은 죄다 1천원이야. 가격이이 싸니 한가득 담아서 가도 부담 없다니깐.”

    “언뜻 보면 유치하고 조악하지만 들여다볼수록 정겨워요. 옛 물건들이 하나같이 깨알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면서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잃은 재래시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뜰시장의 5일장은 그렇지가 않죠. 영수증을 가져오는 사람은 경품을 주는 새로운 모습도 더러 생겼지만, 이곳은 여전히 예나 지금이나 고단한 일상의 짐보따리를 풀어놓고 잠시 쉬며 삶의 여정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입니다. 그렇게 세월이라는 염료로 덧칠해진 기억의 풍화작용으로 퇴색되어갔던 시골 재래시장의 추억을 장뜰시장에서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정겨운 인심에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곳 시골장터에서 옛 추억을 만나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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