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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만 무성히 자라 뒤덮은 줄 알았더니 뒷산에서 건너온 침묵이 풀 사이로 언뜻 고개를 내민다.
선명하고 힘찬, 그래서 자꾸만 눈길이 가 닿는. 금방이라도 그 모습을 바꾸어 솟구쳐 날아 오를 것만 같다.
장승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그 눈이 변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마주하면 모든 것이 보여지고 말 것 같은 그 눈이.
여전히 굳세고, 여전히 아픈 시선들. 나을 수 있을까. 나아질 수 있을까.
새 꿈을 꾸는 이들의 이야기가 지지 않는 바닷가의 달로 섰다. 돌덩이마다 담겨 있는 수많은 소망들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의외로 경계라는 것이 무척 허술하고 희미한 것이어서 사람들은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는데도 잘 알지 못할 때가 있다.
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이곳을 지나갔을 무수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기억이 이어지는 한 영원이 흔들릴 깃발들.
글 읽는 소리가 마루에 스몄는지 걸을 때마다 마루가 들썩이며 글을 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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