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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일 수만 있다면 어디든 내려앉고 싶을 때가 있다. 틈새에서 바스락거리며 부대끼고 싶을 때가 있다.
어귀를 돌면 이어지는 돌담 그곳을 따라 걷다 우연히 발견한 붉은 문.
물의 끝자락이 조심스레 그려내는 지도. 따라가면 무엇이 나올지, 어린애처럼 설레는 마음.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감히 짐작하기가 어렵다. 묵묵히 따라 걷다 보면 무엇이 나올지.
저들은 언제나 바람이 걷는 길을 따라 걷는다. 볼수록 닮게 될까 오래도록 그 자리에 머물러 본다.
눈아래에 펼쳐진 푸른 하늘이, 그 속에 자갈처럼 잘게 부서진 태양이 이곳의 흥취를 더욱 돋운다.
세상에 끝난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지난 자리, 그 자리에 소리 없는 함성이 끝없이 메아리치고 있다.
나지막이, 하지만 분명하게. 굽이치는 것들이 어우러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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