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이야기들이 샘솟다! 경주 오릉
경주는 유독 왕릉이나 고분이 많아 돌아다니다 보면 다 비슷해 보이기 쉽다. 그러나 모양이나 크기는 비슷할지 몰라도 각 능에 담긴 이야기나 주인공은 다르기에 하나씩 둘러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무려 5개의 능을 한 번에 둘러 볼 수 있는 경주 오릉을 소개한다. 물론 능이 좀 많아 둘러보는 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죽음마저 신비로운 박혁거세의 왕릉이 있는, 오릉
박혁거세를 비롯한 신라 시대 왕과 왕비가 묻혀 있는 오릉
경주시 탑정동에 위치한 오릉은 경주 일대의 신라 고분 대군집과는 따로 떨어져 있다. 신라 초기의 왕릉으로 박혁거세, 알영부인, 남해왕, 유리왕, 파사왕 등 모두 5명이 묻힌 능이라 오릉이라 전해진다. 한편에서는 신라 초기의 무덤 양식과는 다른 돌무지덧널무덤의 형태를 보이고 있어 신라 초기의 왕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무엇보다 오릉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박혁거세가 묻힌 곳이기 때문일 것. 그런데 여기에는 신비한 비밀 하나가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박혁거세가 승하 후 일주일 만에 그 유체가 다섯 개로 나뉘었다고 한다. 이를 다시 모아 묻으려 하니 갑자기 뱀이 나타나 방해를 하더라는 것. 결국 어쩌할 수 없이 박혁거세의 유체를 다섯 군데에다 묻게 되었고, 뱀의 방해가 있었다는 뜻에서 일명 ‘사릉’이라고도 전해진다.
알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신비한데, 죽음마저도 신비로우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박혁거세의 탄생에 관한 설화는 잘 알고 있더라도 죽음에 관한 설화는 모를 수 있기에 더욱 이곳 오릉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3~10월인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1월~2월인 동절기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만약 오릉 외에 다른 능까지 둘러보고 싶다면 종합이용권을 이용할 수도 있다. 대릉원, 안압지, 포석정, 김유신묘, 무열왕릉을 포함한 이용권이니 참고해 두자.
쉬엄쉬엄 산책하며 둘러보는 오릉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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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거닐다 보면 어느새 이곳이 주는 이야기에 빠져든다.
단순히 능이라고 해서 아무런 재미나 감흥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길. 오릉은 주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왠지 모를 마음의 평안을 준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이곳을 다 둘러보는 데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럼 이제 쉬엄쉬엄 오릉 한 바퀴를 돌아볼까? 오릉으로 들어가기 전, 보이는 안내판에는 박혁거세 탄생과 신라건국에 대해 알 수 있는 삽화를 볼 수 있다. 쭉 걷다보면 저만치 비석이 하나 보일 터, 비석을 기점으로 두 갈래의 길이 나 있는데 오른쪽은 숭덕전으로 가는 길. 이곳은 박혁거세의 제사를 모신 사당이라 한다. 이어 곧게 뻗은 대나무숲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알영정이 있다. 알영정은 오릉 내의 우물로 박혁거세의 아내인 알영부인이 태어난 곳이라 전해진다.
이곳에도 신비한 이야기가 하나 전해지는데 옛날 한 사람이 우물에 물을 길러 갔다가 우연히 용을 만났단다. 그런데 그 용 옆구리에서 사람이 태어나니 바로, 알영부인 이더라는 것. 부부는 천생연분이라더니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인가 싶다. 무튼 오릉을 찬찬히 둘러보면 단순히 능 뿐 아니라 주변의 우거진 수목들이나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소소한 기쁨이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기에도 좋고, 힘들면 쉬었다 가기에도 좋은 오릉! 신비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자연으로 가득한 오릉으로의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