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발견
- 경기도 하남시 -
경기 중동부에 위치한 도시, 하남시. 북한강과 남한강의 합류지점이 있는 하남은 그 이름에도 물(河)을 포함하고 있으며, 한강이 이 도시를 감싸고 흐르고 있기에 아름다운 위례길이 조성되어 있는 곳이랍니다. 물의 도시 하남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바로 미사리 일대입니다. 미사리는 원래 한강에 있는 섬이었으나, 이곳에 조정경기장이 만들어지며 육지와 연결되었지요. 물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일상에서의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들을 만끽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드리는 <트래블아이> 오늘의 미션, ‘미사리에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라!’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은 순간순간 지나치기가 쉽다. 하지만 마음에 한 스푼의 여유만 있다면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미사리를 가자고? 대낮부터 무슨 카페촌 갈 일 있어?”
“미사리 카페촌도 좋지만 오늘은 그냥 물길 따라 걷고 자전거도 타려고 해. 물길을 따라 걸으면 어쩐지 스트레스도 풀리고 멀리 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괜스레 마음에 여유도 좀 생기는 것 같잖아.”
1988년도 서울 올림픽 때 만들어진 미사리 조정경기장은 아주 특별한 경관을 자랑한다.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2km가 넘는 직사각형의 인공 호수를 감상해 보자.
“인공 호수에 가 본 적은 많지만, 이런 인공 호수는 처음이야! 반듯한 호수가 마치 물이 닦아놓은 길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어. 호숫가를 거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본래의 목적은 경기장이지만, 조정 경기라는 것이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휴양지로 더 각광받고 있는 것이야. 바람도 시원하고, 경치도 아주 좋지?”
조정경기장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5km 구간의 하이킹 코스는 조정경기장의 큰 자랑거리다. 하이킹을 위해 조정경기장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는데?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준비되어 있었어. 일반적인 이륜자전거에서부터 6인용 자전거까지! 가족 휴양지로서의 면모를 잘 갖추었네.”
“이렇게 2인용 자전거를 타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아.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정말 시원하지 않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낭만적이기도 해.”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으면 다양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뛰어노는 아이들, 아름다운 호수와 조경수, 꽃들, 그리고 조형물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호수의 풍경이 한층 더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 조용하면서도 활기찬 것이, 나도 이 호수를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
“곳곳에 설치 미술 조형물들이 서 있으니 심심하지 않아서 좋아. 자신도 모르는 새에 작품들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면서 생각도 점점 깊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니?”
소소한 일상이 피어나는 곳이라면 재래시장이 빠질 수 없다. 삶의 한 가운데에서 고된지 모르고 생계를 꾸려나가는 이들에게서 행복을 찾아본다.
“바로 집에 가는 것 아니었어?” “아니, 오랜만에 재래시장에 좀 들리려고. 어렸을 때 엄마랑 종종 와본 적이 있는데 근래에는 한 번도 와 본적이 없어서.”
“마트가 자리 잡은 이후로 재래시장에 와 본적이 없는 것 같긴 하다. 어떻게 변했을까?”
문득 엄마에게 오늘 저녁 찬거리로 무슨 재료가 필요하냐고 물어본다. 뜬금없어 하지만 어쩐지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어렸을 때랑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아. 음, 오랜만에 엄마 대신 장을 좀 봐가야겠다. 어렸을 때 이후로 심부름은 안 해봤는데, 어쩐지 오늘은 심부름도 기분이 좋은걸?”
“그럼 나도 심부름 좀 해야겠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 드는 데? 이것이야 말로 소소한 행복인가?”
자전거를 끌고 돌아가는 길목에 머무는 석양이 아름답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해가 저물고 있어.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응, 좀 걸으며 가는 게 어때? 노을이 머무는 이 시간을 좀 더 바라보고 싶어. 호숫가에도 지금처럼 노을이 내려앉았겠다. 시간의 변화도 이렇게 자세히 바라보니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구나. 난 왜 이제야 알았을까.”
노을과 함께 보는 호수는 낮에 보는 호수보다 훨씬 더 잔잔하고도 강렬하다. 잠시 노을 지는 호수의 모습을 감상해 보자.
“물결이 황금빛에서 붉은빛으로 바뀌어가고 있어. 멀리서 보는 호수와 가까이서 보는 호수의 모습도 정말 다른 것 같아. 하늘의 빛깔로 반짝이는 잔물결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물에 함께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호수 가에 앉아 말없이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트래블아이>와 함께 미사리 한 바퀴를 돌아보는 동안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졌을 것 같습니다. 한 때 하남을 대표하는 이색 명소였던 미사리 카페촌은 이제 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외식 명소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넓은 조정경기장과 생태공원을 둘러보며 지쳤다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억과 낭만이 서려 있는 곳,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곳 미사리. 아날로그 감성에 젖어보고 싶은 날에는 미사리를 찾아 힐링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수려한 산천에 시서(詩書)를 펴고
- 경상남도 함양군 -
두루두루 볕이 드는 땅 함양(咸陽)은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특히 ‘좌안동 우함양’으로 불릴 만큼 일찍부터 묵향의 꽃이 핀 선비의 고장으로 통했던 만큼 유서 깊은 향교와 서원, 누각, 정자 등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특히 누각과 정자는 <함양군지>에 소개된 것만 해도 150개가 넘습니다. 고색창연한 흔적들이 옛사람의 풍류를 전하고 있으니 누각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트래블아이> 미션도 바로 그것입니다.
함양 정자 문화의 진면목을 맛보려면 안의면 화림동계곡으로 가야 한다. 계곡의 시점이자 이 계곡에서 한때 화림동계곡을 대표하던 정자는 다름아닌 농월정이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진주대첩 때 장렬히 전사한 지족당 박명부 선생이 머물면서 여기서 시회를 열기도 하고 세월을 낚기도 했다지?”
“‘달빛을 희롱한다’는 이름 그대로, 시원하고 호쾌한 주변 풍광을 거느리고 있구나. 주변에 수많은 반석들하며 쉴 새 없이 흐르는 명경지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농월정 에서 3km 정도를 올라가면 담록의 담 가운데, 바위섬으로 넓게 펼쳐진 암반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동호정이 우뚝 서있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장만리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동호정을 좀 봐. 예전엔 이 화림동계곡에 여덟 개의 못과 여덟 개의 정자가 있다 해서 ‘팔담팔정’으로 불리기도 했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기암괴석 사이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곳곳에 크고 작은 못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구나.”
누에 오르는 길은 나무계단을 밟는데, 그 생김새가 이채롭다. 통나무 2개를 잇대어 비스듬히 세운 뒤 도끼로 내리쳐 홈을 파 만들어낸 것이 자연미가 한껏 살아 있다.
“저 나무계단처럼 정자를 지탱하고 있는 통나무 기둥도 선을 고르지 않았고 길이도 제각각이야.”
“울퉁불퉁한 바위를 깎아 평평하게 만들지 않고 바위의 모양새에 맞춰 건물을 지으려고 이같이 나무를 다듬지 않았을 거야.”
동호정과 군자정을 지나 조금만 더 오르면 거연정을 볼 수 있다. 누정 자체의 아름다움은 동호정이 앞서지만, 주변 경치가 수려하기로는 으뜸으로 친다.
“구름다리를 건너니 거연정이 놓인 자리부터 눈길이 가. 바닥이 고르지 않고 들쭉날쭉한 바위로 되어 있는 게 신기할 정도야.”
“연정은 계곡 가장자리가 아닌 계곡 중간 바위 위에 걸쳐져 있네. 듣던 대로 정자가 마치 자연의 일부인 양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정말 최고로구나.”
화림풍류에 젖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계관산을 돌아 빼빼재를 넘어서며 남덕유산과 힘차게 뻗어나가는 은백의 백두대간길을 감상할 수 있다.
“계곡물이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위에 떠가는 꽃잎을 좇다 보면, 내가 곧 자연이 되고, 자연이 곧 내가 되는구나.”
“실제 정자 앞을 흐르는 물을 옛 선비들은 ‘방화수류천(訪花隋柳川)’이라고 불렀어.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간다’는 뜻이야.”
백두대간길을 지나오면 수려한 모습의 상림사계와 마주할 수 있다. 인공으로 만든 숲인데도 그 긴긴 역사만큼이나 아름드리 수목이 많다.
“위천을 끼고 있어 물안개가 은은히 피어오르는구나. 여름이면 저 산책로에서 연꽃이 햇살에 흥건하게 젖는 모습을 볼 수 있겠지?”
”상림사계는 어느 때가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혹적인 빛깔을 다양하게 갖고 있어. 봄이면 연둣빛 신록이 피어나고 가을이면 붉고 노랗게 물들고….”
마천면으로 가는 길은 지리산 칠선계곡과 백무동계곡을 오르는 길이다. 이 길로 가는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오도재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든 명소답다. 옛날 내륙지방 사람들이 지리산 장터목으로 가기 위해서 이 고개를 반드시 넘어야 했다?”
“맞아. 그런데, 가루지기전의 주인공인 변강쇠와 옹녀의 전설이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는 거 알고 있니?”
함양에는 이외에도 둘러볼 곳이 많다. 서원이나 누정뿐만 아니라 고택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두 정여창 고택이다.
“지곡면 개평리의 한옥마을은 집집이 돌담으로 어깨를 맞대고 작은 집 몇 채를 지나니 번듯하게 생긴 큰 집이 나왔어.”
“일두고택이야. 이 외에도 구한말 바둑 최고수였던 노사초의 생가나 노참판택 고가, 하동 정씨 고가 등 100가구가 넘지.”
예전에 영남 유생들이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향했던 길목인 화림동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수려한 계곡의 풍광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정자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본디 ‘팔정팔담’이라 해서 이 길목에 여덟 개의 정자가 있었다지만 지금은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변 바위 위로 정자들이 이어지고. 정자는 주위는 숲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내고 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습니다. 거기에 지리산까지 품어볼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선비의 풍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나요?
느려지는 섬
- 전라남도 완도군 -
201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이루어진 곳, 완도. 개수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수많은 섬들, 몽돌 해변과 기암절벽을 비롯한 천혜의 절경, 그리고 싼 값에 싱싱한 전복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완도에 포함된 수많은 섬들 중 최고의 섬을 뽑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후보에 오를만한 자격이 충분한 섬이 있으니, 바로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인 청산도입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볼거리가 가득한 청산도에서 <트래블아이>가 드리는 미션, ‘청산도를 느리게 걸어라!’입니다.
완도 연안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로 50여 분을 달리면 청산도에 닿는다. 저 멀리 빨간 등대와 파란 등대가 보이기 시작했다면, 도착 시간이 다 된 것!
“바닷물의 빛깔이 특별할 정도로 고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한데? 배 위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오십 분 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야.”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배 위에서 만나는 바닷바람도 정말 기분 좋지 않니? 옛날에 완도 앞바다를 달렸다던 해상왕 장보고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청산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슬로시티다. 모두 합쳐 11개나 되는 슬로길은 청산도의 자랑이라고 하는데, 무엇 때문일까?
“슬로푸드는 알겠는데, 슬로길은 생소한 이름이야. 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인지 아니?”
“물론이지. 청산도 슬로길은 원래 청산도 주민들이 마을과 마을 사이를 이동하기 위해 이용하던 길이었다고 해. 그런데 걸으며 만나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자꾸만 저도 모르게 느리게 걷게 되었다는 거야. 느리게 걸었던 길이라 그런지, 길에 붙은 이야기도 많아.”
슬로길을 따라 느리게 걷다 보면, 청산도에 있는 대부분의 명소들을 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름난 명소가 아니더라도 그 걸음을 계속 멈추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조금만 더 천천히 걷자. 투박한 돌담과 능선을 덮은 소담스런 유채 꽃밭, 싱그러운 청보리 밭을 그냥 지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이 능선 위에서는 청산도의 언덕들과 쪽빛 바다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지만, 발걸음이 빨라지지는 않는다니 신기한 일이지.”
청산도를 대표하는 문화 중 하나는 바로 구들장 논. 돌로 구들을 깔고 그 위에 다시 흙을 덮어 만든 논은 삶의 지혜가 묻어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멋이 있다는데?
“모양이 정말 독특해. 벼농사를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섬의 지형을 저런 식으로 활용했구나. 내륙지방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모양새야.”
“하하, 저기 서 있는 허수아비를 좀 봐. 부표로 만든 머리에 전복 껍질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있어. 이것도 청산도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 중 하나가 아닐까?”
청산도는 예전에는 미역을 주로 양식했으나, 지금은 전복을 주로 양식한다. 때문에 청산도 안에 있는 수산시장에서는 싼 값에 전복을 구입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언덕 위에서 보니 바다 위에 사각형의 무언가가 떠 있는 모습이 보여. 저게 바로 그 유명한 청산도의 전복 양식장일까? 가지런한 모양새 때문에 양식장이 아니라 바다 위에 띄운 장신구처럼 보이는 걸?”
“청산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전복을 먹어 볼까? 이곳에서 난 전복이라 더 맛있을 것 같아.”
섬에 왔으니 바닷가를 걸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청산도의 자랑거리인 지리 해수욕장은 다른 해수욕장보다 훨씬 더 아름답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까이에서 보니 물이 정말 맑아. 파도가 치는데도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이니, 계곡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기분이야. 유명한 해수욕장에는 보통 쓰레기가 많잖아.”
“저쪽을 좀 봐. 사람들이 자진해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어. 청산도의 아름다운 풍경이 마음까지 맑게 만든 모양이야. 아, 발밑을 조심해! 아기 게 한 마리가 산책 중이잖아.”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울었더니, 포효보다 더 큰 울림으로 호랑이를 쫓았다는 전설이 있는 범바위. 근방에는 범바위 전망대가 있으니 이곳에도 올라 보자.
“이곳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청산도의 명소래. 기가 아주 강한 바위라, 범바위 주변에서는 인재들이 많이 태어나기도 한다던걸? 범바위 일대는 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나침반도 듣지 않는대. 신비의 바위라는 별명은 그래서 생긴 거야.”
“재미있는 이야기야! 나에게도 호랑이 기운이 솟아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청산도를 찾는 사람들은 저녁에 급히 육지로 돌아가는 배를 타는 행동을 삼간다. 일몰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 곳이 바로 이 청산도이기 때문.
“천혜의 자연 경관과 함께 보는 일몰은 그 어디서 보는 풍경보다 아름답다고 해. 청산도의 어디에서 일몰을 보더라도 그 풍경에 매료되어 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청산도의 이모저모를 살펴본 뒤라 그런지 그 말이 아주 설득력 있게 들리는 걸? 언덕 위에서 바다와 함께 노을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다시 언덕을 올라가 보자.”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경을 자랑하는 청산도는 자꾸만 다시 가 보고 싶은 욕심이 절로 생기도록 만드는 곳입니다. 그 풍경을 매일 보는 섬사람들조차 느리게 만드는 곳이라 하니, 그 풍경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겨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늘과 바다, 산이 모두 푸르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청산도. 세 가지의 푸른빛이 조화를 이루니, 그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찾기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면 알수록 더 특별하게 보이는 섬이라 하니, 여장을 꾸릴 때 청산도 이야기도 함께 꾸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옛 사랑의 흔적 따라
- 경기도 동두천시 -
동두천의 북쪽에는 소요산, 서쪽에는 마차산, 동쪽에는 왕방산, 그리고 남쪽에는 칠봉산과 해룡산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인 셈입니다. 그 중에서도 소요산은 유독 단풍으로 유명합니다. 가을이면 소요산의 기암괴석에 단풍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해내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님인 원효대사 또한 이 아름다운 곳에서 고행수도를 하여 큰 도를 깨우쳤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원효대사와 요석 공주의 사랑 이야기! <트래블아이>의 미션, 이 ‘사랑의 발자취를 쫓아보라!’입니다.
소요산역에서부터 등산 가방을 멘 사람들이 북적인다. 소요산은 ‘경기도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소요산 단풍, 정말 그렇게 매력이 있을까?
“사람들이 정말 많아! 하나같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는 걸 보니, 모두 소요산에 가는 길인 것 같은데? 우리처럼 연인끼리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
“소요산은 단풍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한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거든. 앞으로 많이 걸어야 할 테니, 심심하지 않게 전설 이야기를 해 줄게.”
원효대사가 나라에 큰 인물이 될 아들을 얻고자 함을 안 무열왕은 자신의 딸 요석공주를 원효대사와 맺어 주었다. 요석공주는 원효대사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던데?
“원효대사와 요석공주는 원래 서로에게 마음이 있었다고 해. 원효대사가 저잣거리에서 ‘누가 자루 없는 도끼를 빌려 줄 텐가. 하늘을 받칠 큰 기둥을 깎으려 하네.’라고 소리를 친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무열왕에게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르지."
"요석공주는 원효대사에게 승복과 모란꽃을 선물한 적도 있거든. 로맨틱하지 않니?”
요석공주와 원효대사 사이에서는 이두를 만든 인물, 신라 최고의 학자인 설총이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요석공주와 원효대사는 부부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원효대사는 스님이잖아? 스님의 신분으로 결혼할 수는 없었을 텐데.”
“그래. 그래서 원효대사는 스스로를 파계승이라 하고, 속세를 떠돌며 평생 속죄 의식을 행했다고 해. 그러다 흘러든 곳이 바로 이 소요산이야. 이곳은 예로부터 문인들이 찾아 거닐기로 유명한 산이었지. 산의 이름인 소요(逍遙)는 산책한다는 뜻이기도 해.”
소요산 입구에는 아치형의 커다란 ‘연리지문’이 있다. 아치의 좌측 나무는 원효목(元曉木)으로 원각의 도를 위해 정진하는 원효대사를 형상화하였다는데, 우측의 나무는?
“자, 여기가 바로 연리지문이야. 우측의 나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겠지?” “요석공주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왼쪽과는 달리, 오른쪽에는 단풍잎과 은행잎이 곁들여져 있어 훨씬 아름다워 보여. 요석공주는 왠지 단풍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것 같아.”
“맞아. 오른쪽의 나무 이름은 요석목(瑤石木)이야. 둘의 사랑을 연리지로 표현한 거지.”
자재암은 원효대사가 도를 깨우친 곳으로, 수행 도중 관세음보살과 친견하여 자재무애(自在無碍)의 수행을 쌓았다 하여 자재암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자재암의 일주문 앞에 한 번 서 볼래? 바로 이곳이 요석공주가 어린 설총을 데리고 와서 매일 삼배를 시켰던 곳이야. 원효대사를 보러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항상 설총과 함께 이곳에 서 있었다고 해.”
“정말 슬픈 이야기야. 지금 우리가 같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져.”
속세와 이별한다는 뜻의 속리교(俗離橋). 속리교를 건너면 자재암과 원효대, 공주봉에 갈 수 있고, 왼편으로 향하면 원효폭포와 원효굴이 나온다. 일단은 왼쪽으로 가 보자.
“여기가 바로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굴이야.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이지?”
“작은 동굴 안에 촛불이 켜져 있어! 영화 속에 나오는 곳처럼 멋진데? 그 앞에 흐르는 원효 폭포와 실개천이 더해져서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절로 수행이 될 것처럼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는 곳이네?”
소요산에는 각각 의상대와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나한대, 공주봉이라 불리는 여섯 개의 봉우리가 있다. 왠지 심상치 않은 이름이 눈에 띄는데?
“봉우리 이름이 공주봉이네? 혹시 이 봉우리의 이름에도 요석공주가 관련되어 있니?”
“그런데 원효 대사도 요석공주가 소요산에 와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대. 알면서도 다가갈 수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었지. 공주를 찾아가는 대신, 요석 공주를 생각하며 산봉우리 하나에 이름을 붙였는데 그 봉우리가 바로 공주봉이야.”
원효굴을 지나 자재암 가는 길의 108계단을 오르다 보면 뎅그렁, 하는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풍경소리라고 하기에는 더 맑고 쟁쟁한 이 소리는 무슨 소리일까.
“와, 종소리가 정말 맑아! 근심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직은 비밀이야! 경건한 마음으로 계단을 다 오르고 나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아, 해탈문이 보여! 해탈문 위에 작은 종이 하나 매달려 있네? 계단을 다 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저 종을 치는구나.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처럼 아름다운 소리야.”
요석공주는 소요산에 지은 별궁에서 원효대사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혼자 설총을 키웠다고 합니다. 신라의 위대한 학자, 설총의 부모임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소요산을 걸어 본 적 조차 없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비록 살아생전에는 함께하지 못했으나, 소요산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연인과 함께 가을 단풍을 즐기고 싶다면,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로 더욱 붉은 빛을 발하는 소요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야기꽃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이 피어날 것입니다.
고매화 암향 은은한 학자의 봄
- 경상남도 산청군 -
지조를 지키고 일관된 삶을 지향하는 선비는 그릇됨과 교만함을 경계하고 늘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남 산청군 덕산기슭 산천재는 남명 조식선생의 기품과 정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수한 솟을대문과 현판에서도 찾을 수 있고, 낡은 서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록빛 자태를 뽐내고 남명매가 청량한 향기를 뿜어낼 때 그 고결한 품성은 고스란히 와 닿습니다. 이곳에서 선생의 시를 읊조리며 걷다 보면 ‘학자의 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오늘 <트래블아이>의 미션은 ‘산천재에서 남명의 시를 노래하라!’
수십 차례를 오르내릴 정도로 지리산을 좋아했던 남명 선생은 천왕봉이 보이는 덕천강 옆에 산천재를 지었다. 담을 따라 흐르는 강가에서 ‘두류산양단수’를 읊어보자.
“두류산 양단수를 예듣고 이제 보니 도화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어라
아이야, 무릉(武陵)이 어디냐 나는 옌가 하노라“
어느새 강과 산 사이에 고즈넉한 담벼락을 두르고 있는 작다란 산천재가 보인다. 이곳에서 선비로서 올곧은 길을 가고자 다짐을 ‘제덕산계정주’를 읊어보자.
“천석의 무게를 가진 큰 종을 보게나!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없네.
어떻게 하면 저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대문 위에 수수하게 펴 있는 배롱나무 아래를 지나 선생이 기거하던 산천재의 솟을대문과 현판이 소박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덕산복거’를 노래해보자.
“봄 산 어딘들 향기로운 풀 없으랴만, 하늘 가까운 천왕봉 마음에 들어서라네
빈손으로 왔으니 무얼 먹을 건가? 십리 은하 같은 물, 먹고도 남으리.“
산천재에는 선생이 직접 심었다고 하는 남명매가 고고한 자태로 서 있다. 그가 이 매화나무에 담아낸 심경, ‘종죽산해정’을 읊다 보면 알게 될까?
“대나무가 외로운가 외롭지 않은가? 소나무와 이웃이 되었네
풍상 치는 때 보려고 하지 말게나 살랑거리는 모습 속에 참된 뜻 보겠네“
관직에 나가지 않고 이곳 산천재에서 한 평생 마음을 정진하고 후학양성에 몰두했던 선생. 학문의 맥과 깊이를 ‘원천부’ 구절에서 느낄 수 있을까?
“진실로 신령한 뿌리가 마르지 않으면 천하를 적시고도 마르기 어려우리
덮어 놓지 않은 샘의 차가운 물을 보라 아무리 퍼내어도 여전하지 않은가!“
툇마루에 올라서서 보면 세상을 관조하는 듯 소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는 신선의 벽화를 볼 수 있다. 허나 선생의 시에서 분명 선비는 이곳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해지는데 산골의 아이 호미를 메고 서서 김맬 때도 묻지 않고 심은 때도 잊어버렸네
오경의 학 울음소리에 새벽 꿈을 깨자 비로소 몸이 개미나라 왕을 겸했다는 걸 알았다“
산천재 오른편의 작은 문집 책판서고는 오랜 세월만큼이나 빛이 바랬다. 이 낡은 서가건물에서 단단한 남명선생의 정신이 이 명시를 통해 되살아날 수 있을까?
“한 마리 학은 구름을 뚫고 하늘 나라로 올라갔고, 구슬이 흐르는 한 가닥 시내는 인간 세상으로 흐르네.
누(累)없는 것이 도리어 누가 된다는 것을 알고서, 산하를 마음으로 느끼고서 보지 않았다고 말하네.“
바른말하는 하는 사람들이 죽임을 당는 난세의 병폐를 지적하는 그의 대쪽 같은 기품도 지리산 기상과 닮아 있다. ‘민암부’를 노래하다 보면 남명학의 기풍을 느낄 수 있을까?
“볼 수 없는 건 마음인데 위험이 안에 있어 소홀히 대한다네
걸어다니기에 평지보다 더 평탄한 곳이 없지만 맨발로 살피지 않고 다니다간 발을 상하지“
덕천강이 보이는 평지에 자리한 산천재 툇마루에 앉아 강줄기를 보며 가벼운 졸음 오기를 기다리는 여유를 즐기다가도 이따금씩 고개 돌려 천왕봉 머리를 보고는 흐뭇해했을 조식 선생. 산천재 기둥의 주련에 쓰인 글귀는 분명 ‘봄’입니다. 그냥 봄이 아니라 안분지족(安分知足) 하는 선비의 봄입니다. 청량한 향기를 뿜어내는 고결한 품성을 느낄 수 있는 ‘학자의 봄’이 그의 시를 통해 고스란히 와닿았나요? 남명 조식 선생이 가장 사랑했던 이곳 지리산자락 산천재와 덕천강에서 여러분은 선생의 진짜 ‘봄’을 발견했나요?
오래된 새로움
- 부산광역시 서구 -
예로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 하는 부산 서구. 이곳에 다다르면 시원한 바닷소리가 울창한 소나무에 쓸리는 듯한 묘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조금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둥글게 바다를 감싼 해변이 보입니다. 바로 ‘송도해수욕장’입니다. 그 해변을 중심으로 바다와 울창한 건물 숲이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새로움을 느끼며, 오늘은 부산의 첫 명물로 불리었던 곳들 둘러볼까 합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오래된 것에 대한 새로움과 조화로움에 대해 느껴라!’입니다.
송도 해수욕장의 전경은 ‘동양의 나폴리’라 불린단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바다를 둘러 싼 이 해변의 정취가 불만 없이 그 말을 이해하게 만든다.
“올해 100살이 된 송도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해수욕장이라고 해. 여름에만 찾는 것이 아니라, 이곳은 이제 사계절 해수욕장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해.”
“바다에 떠 있는 고래가 참 재미있지 않아? 늘 그 자리에서 송도를 지키며 송도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 그런데 저 고래는 왜 바다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일까?”
해변에서부터 시작된 연륙교가 바다를 가로지르더니 한 섬의 등에 닿았다. 본래는 구름다리가 있던 자리로, 부산의 명물로 불린 적도 있단다.
“연륙교 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동그라미 조형물과, 그로부터 이어진 연륙교에는 밤이 되면 더 아름다운 경치를 뽐낸다고 해.”
“거북섬으로 들어가는 길에 터널 같은 것이 있어! 자연 터널은 아닌 것 같은데, 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폭은 겨우 1m, 그 길이는 20분을 걸어야 벅차게 다 닿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절경을 따라 걷다가 들리는 바닷소리가 쾌감을 더해준다.
“이 길을 따라가니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야! 좁을 길을 걸어가다 만나는 전경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특이하고 아름다워!”
“바다의 빛깔도 너무나 아름답지만, 기암절벽들이 가진 모습도 정말 독특하지 않아? 바위들에 쌓인 겹겹의 색을 모두 세다보면 날이 가는지도 모르겠어!”
이곳은 말 그대로 기암절벽 전시장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기암절벽과 그가 키워 낸 소나무 숲이 이루어낸 공원이란다.
“절벽을 향해있는 벤치가 정말 특이해. 바다 풍경이 아니라 아름다운 역사와 자연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정벽을 향해 두다니, 정말 대단해.”
“아무리 절벽이 마음에 든다고 해도,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빼먹으면 안 된다!”
안남공원의 산길을 걷다보며 잠시 쉬어 갈만한 그늘을 만나게 된다. 그 옆에는 옛 바다사람들의 생명수이었을 법한 작은 샘물이 하나 흐르고 있다.
“나무가 자아낸 나무 그늘이 참 포근해. 이렇게 커다란 그늘을 만들어내는 이 나무의 이름은 무엇일까? 또 이 자연의 소리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까?”
“지금은 이 그늘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간절함의 상징이었다고 해. 바다에 나간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니?”
앞서가던 등산객 아저씨가 장난스럽게 뒤를 돌아본다. 이런, 산 계곡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흔들다리를 흔들며 장난을 시작한다. 얼른 지나가야 하는데!
“흔들다리가 잇고 있는 바위와 바위 사이의 높이가 정말 아찔해! 이런 풍경을 지날 수 있다는 생각은 누가 했을까?”
“이 송도해수욕장과 안남공원을 처음 개발한 일본인들도 이런 아름다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 했을 거야. 이제는 재정비되어 안정하고, 경관도 더 잘 볼 수 있어!”
의미를 알 수 없는 조형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안남공원. 산과 바다, 기암절벽을 구경하기에도 많은데, 이것들까지 언제 다 둘러보지!
“말 머리처럼 생긴 재미있는 바위네. 저 조각 위에 올라앉아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어!”
“섬세하게 만들어진 조각은 아니지만, 오히려 투박한 모습이 더 재미있어. 자연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바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암적벽과 어울려서 재미있는 조각상들이 이어져있으니 볼거리가 정말 많구나!”
송도해수욕장에서 이어진 산책로와 안남공원까지. 재미있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한 쪽으로는 끝없는 부산바다, 다른 쪽으로는 치솟은 빌딩들까지. 이런 조화가 또 있을까!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어! 아직도 해녀가 있구나. 망망대해에 혼자 떠 있지만, 바다에 잘 어우러진 모습이야.”
“빨간 등대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워. 온통 푸르거나 흰색의 방파제의 모습만 보다가 선명한 색의 등대를 보니, 그 강렬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져!”
가장 오래된 우리나라의 해수욕장이, 아직도 굳건하게 그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요? 언제나 아름다웠을 것만 같은 이 부산 서구의 ‘송도 해수욕장’은 자연재해를 겪기를 여러 번. 그 결과 잘 정비된 안전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들려 오래된 아름다움에 대한 정취를 느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제는 슬프지 않은 모습과 역사를 가진 송도 해수욕장. 그리고 그 해변의 길은 아름다움과 조화에 대한 답을 들려줄 것입니다.
전통의 맛, 현대의 멋
- 대구광역시 북구 -
전통시장은 우리나라의 화폐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대구 북구에 위치한 칠성시장은 그 이름만큼이나 별들의 천국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전통적인 시장의 분위기와 더불어진 현대적인 운영과 깨끗한 환경은 대형마트 시장에 익숙해진 젊은 사람들의 발길마저도 돌려놓습니다. 하지만 더욱 특별한 것은, 칠성시장 속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별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의 미션! ‘대구 칠성시장 속 최고의 별미를 찾아라!’입니다.
제철 먹거리가 즐비하게 늘어선 시장. 뿐만 아니라 도자기, 꽃 등등. 전통시장의 활기참이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대구 말투가 정겹게 느껴진다.
“저, 칠성시장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요?”
“칠성시장이요? 여기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이 한 구역이 다 시장이라고 보시면 되요. 골목별로 구분도 잘 되어있고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찾으시는 곳도 쉽게 찾으실 수 있을거예요.”
해가 중천에 떴다. 상가 앞의 판매대에 덮여있던 천막들이 걷히고 시장의 활기가 살아난 것이다. 편안한 대형마트를 마다하게하는 칠성시장의 매력은 무엇일까?
“아지매, 이거 한 개 사 들고 가이소. 제철에는 제철 과일을 먹어야제. 하우스 이런데서 나오는 거는 맛이 없다카이.”
“그래요? 그런데 너무 비싼데, 조금만 깎아주세요. 저쪽 가게가 더 싼 것 같은데요? 에이, 그러면 조금만 더 주세요. 네?”
칠성 시장의 밤은 화려하다. 식당들은 저마다 가게 앞 길거리에 테이블을 내어놓았다. 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웃음소리가 더욱 활기차게 느껴진다.
“아주머니, 이 앞에 앉아도 되나요? 가게마다 테이블이 나와 있으니, 식당 안에 앉기 보다는 밖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 맞고 싶네요.”
“편한데 앉으이소. 가게 안에서 먹는 것 보다, 이래 밤바람을 맞으면서 먹으면 뭐든지 더 맛있게 느껴질겁니더.”
구수한 냄새가 풍겨온다. 간이 잘 배있는 나물 몇 종류와 김치 등 차림새는 소박하지만, 칠성시장의 별미 곰탕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아지매, 국물 더 줄까요? “아, 감사합니다. 나물들도 참 맛깔나요!”
“밥이 적으면 더 말하소.” “네! 오기 전까진 몰랐는데, 여기 맛집들이 참 많아서 칠성시장 들어서니 엄청 시장하네요.”
최근에는 잘 볼 수 없었던 포장마차가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하지만 상반되게도 그 속에 앉은 사람들은 정장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원들이 많네요? 좋은 식당도 많고, 가격도 더 비싼 장어를 먹을 수도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시장에 있는 골목까지 찾아오는 걸까요?”
“우리 장어가 맛나제. 뭐 딴데 가서 먹어봐야 양도 적고, 비싸기만 하다 아입니까. 맛도 좋고, 양도 많고, 싸고! 카니까 여기까지 와서 먹는 것 아니겠습니꺼.”
입구에 들어서자 구수하고 짭짤한 족발냄새가 침샘부터 자극한다. 장갑을 낀 손으로 족발을 써는 주인들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장님, 여기 족발 2인분만 주세요.”
“예, 지금 썰어 드릴게요. 족발은 미리 썰어 놓는 것 보다 이래 바로 썰어서 먹어야 맛있다 아입니까. 그래야 촉촉하고 더 고소하다 아입니까. 먹고 갈꺼라예?”“아, 포장해주세요!”
알싸한 연기가 코끝에 닿는다. 점포 앞 화덕에서 불에 직접 구워지고 있는 석쇠 불고기는 타닥타닥, 불에 익어가며 점점 그 맛의 궁금증을 유발해낸다.
“와, 고기에서 정말 ‘불 맛’이 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군요! 얇은 고기가 직접 연탄불 위에서 구워져서 그런지 색도 독특하고 향도 너무 좋아요. 특히 맛은 더욱!”
“밖에 화덕에 보면 알지예. 세월의 흔적이 쌓여가지고, 주변에 재도 널려있고 화덕에는 기름때도 묻어있고. 저 흔적들이 고스란히 이 맛의 비결 아니겠습니까.”
많은 종류의 음식들이 골목을 형성해 저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칠성시장.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너무 많이 먹었나봐! 배가 너무 부르다. 그래도 여기서 먹은 음식들은 다 맛있었던 것 같아. 시장 구경을 하면서 먹었던 주전부리들도 너무 좋았고, 낮에도 밤에도 먹고싶은 별미들이 가득 한 칠성시장은 정말 최고인 것 같아!
"다음에 또 와서는 무엇을 먹어야할까? 음, 나는 다 먹을테야!”
생각보다 칠성시장의 규모는 거대합니다. 조그만 시장을 생각하고 들렸다가는 이 맛난 별미를 모두 맛보기도 전에 지쳐버릴지도 모르니 미리 각오를 하고 가는 것이 좋겠네요. 여러분은 어떤 별미가 가장 맛있어 보이나요? 칠성시장의 역사만큼이나 차곡차곡 쌓여온 음식문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별미와 함께 시장의 분위기, 전통시장 특유의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은 여러분의 배고픔을 가득 채워 줄 것입니다. 가장 맛있는 별미를 고르기위해, 칠성시장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떤가요?
섬진강을 흐르는 효를 따라 걷다
- 전라남도 곡성군 -
‘효(孝)’라는 글자의 의미를 알고 계시나요? 부모는 공경해야 한다, 혹은 자녀라면 꼭 행해야 하는 것이다. 정도로 알고 계시지는 않나요? 이번에는 부모가 흙이 된 후에도 자녀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의 효(孝)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효의 대표라고 하면 고전 설화인 ‘심청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심청의 이야기를 마음 깊이 새기고, 그것에 대한 의미를 이어가고 있는 전남 고성으로 가 보겠습니다. 오늘의 <트래블아이>미션은 ‘효도를 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아라!’입니다.
철쭉 축제에 온 듯, 철쭉이 가득 피었다, 철쭉이 따라 핀 흙길을 차근차근 밟아가자니, 효녀 심청의 모습도 이리도 꽃다웠을까, 생각하게 된다,
“저 멀리 언덕의 위에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어요! 심청 효심 동산 위에 서 정자이니 그 또한 의미가 있는 것이겠죠?”
“‘효심정’을 말하는구나. 이곳에 들렸다면 꼭 한번 올라가봄직 한 곳이란다. 저 곳에 오르면 늘 내리사랑을 주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못 보고 지나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떡하니 한 글자가 새겨진 표지석이 인생에서 스쳐가서는 안 될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 일까?
“효(孝)라는 글자가 저렇게나 크게 적혀있는 것을 보니 효심 동산을 제대로 찾아온 듯 싶구나. 곡성의 대표가 되는 글자가 바로 저 효란다.”
“다른 설명도 없이 그저 효(孝)자를 저렇게 크게 적어 놓은 것을 보니, 역시 효 자체의 의미를 크게 생각하고 있는 곳인 것 같아요.”
흰불두화, 흰만리향화. 그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꽃이 300그루나 가득히 피어있다. 불교를 상징한다는 이 꽃이 이곳을 가득히 메운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효심동산을 지나 조금 오르면 관음사라는 절을 만날 수 있단다. 그 절은 심청전의 근원 설화라고 전해지는 연기 설화를 배경으로 한다고 하는구나.”
“아, 세 가지 꽃을 달여 먹으면 모든 병이 낫게 된다고 하는 꽃들이 바로 이것이군요! 심청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했던 간절함을 닮은 꽃이 아닐까요?”
고요한 마을을 따라 얼기설기 엮인 돌담길이 심청이에게로 발걸음을 이끈다. 심청이의 이야기가 돌담을 통해 들리는 것만 같다.
“이 마을을 심청이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것만 같은 생생한 마을이네요. 마을 곳곳에서 심청이를 만날 수 있어요!”
“여러 모습으로 표현된 심청이가 가득하구나. 게다가 전시실을 비롯한 동네 곳곳에 꾸며진 테마들을 통해서 직접 심청전을 체험할 수 있는 심청이야기마을이란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심청이와 심봉사의 이야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이곳에서는 생생하게 살아난 심청이를 만날 수 있다는데?
“연못 위에 연꽃과 함께 피어난 심청이가 서 있어요! 인당수에 뛰어들었던 심청이가 생생하게 살아난 것만 같아요!”
“그 뿐만 아니란다. 뱃머리에 선 심청이의 모습에서는 아득한 바다를 내려다보는 두려움과 아버지를 위한 마음으로 가득 찬 용기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단다!”
못의 녹이 조금 흘렀는지, 조금은 오래되어 보이는 팻말이 마을의 모퉁이에 걸려있다. 심청전의 한 구절이 적힌 팻말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팻말에는 심봉사가 젖동냥을 하고 다니는 이야기가 적혀있어요. 정말 마을 아주머니가 심봉사에게 젖동냥을 해주고 있네요!”
“그래. 심봉사의 힘겨운 삶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한 이것을 보니, 왜 효를 마음에 늘 품고 행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지 않니?”
삼백화의 전설을 가진 관음사는 이곳과 함께 심청의 이야기를 새롭게 가꾸어 냈다고 한다. 심청이 만들어낸 효에 대한 문화는 과연 무엇일까?
“이곳에 오니 직접 심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알음알이 심청’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체험을 하면 심청이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다고 해요.”
“그렇구나. 하지만 심청이에 대한 것과 함께 ‘효’에 대한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하는구나. 부모에 대한 감사를 배울 수 있다고 하니 체험해 보겠니?”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마음이 경건하다.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할 때, 그 곳에는 자연이 있을 것이다.
“자연을 배경으로 한 효문화센터이다 보니, 조용한 자연 속에서 여태껏 둘러본 효에 대한 것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자연과 부모님은 참 비슷하지 않니? 효라는 것은 자연이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내리사랑을 베풀어주는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되갚아드리는 것이란다.”
자연은 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 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흙으로 돌아가는 나무조차 신선한 공기와 쉬어갈 수 있는 그늘, 이후에는 비옥한 토양이 되니까 말이죠.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베품이 바로 부모님의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효’라는 것은 꼭 자기 자신을 희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공경을 마음에 품는다면, 그것은 늘 여러분의 마음에서 가득히 피어날 것이니까요. 여러분도 전남 곡성에서 직접 심청이 되어,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돌이켜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