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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 맑은 것들이 맑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빈 벽이 물든 듯 일렁거리고 있다.
소원의 그늘 아래서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바라옵 건대 이 마음만은 하늘에 닿기를.
시간을 건너 온 풍경이 이곳에 내려앉았다. 춘향이나 심청이 같은 옛 이름을 가진 소녀들을 상상하게 되는 이유.
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을 수신하는 이 망원경에는 풍경조차 하나의 신호에 지나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마치 너와 나처럼.
늘어선 무지개 아래로 물줄기가 이어진다. 누군가의 꿈을 옮겨왔을 풍경. 이 앞에 서서 어떤 꿈을 꿀 수 있을지.
이토록 고운 빛깔들을 가두어 둔 이가 누구일까. 흰 깃의 새인듯,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쉬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다녀간 이들이 남긴 뿌연 발자국만큼 막연해지는 마음. 그 가운데서 귀를 기울이면 문득, 바다에서도 목탁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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