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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끄트머리를 애써 감춘 채 여전히 희다. 결국 모든 것이 나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 순간.
바쁘고, 아프고, 뜨겁고, 그리고는 웃을 것이다. 저마다의 삶이 달구어지고 있다.
얼마나 오래 올려다보고, 또 얼마나 오래 내려다보았을지. 나란히 할 수 없는 두 어깨가 정겹다.
단지 문을 열었을 뿐인데 초록 내음이 넘실거리며 쏟아져 나온다. 미나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싱그럽기만 하다.
기도를 끝내고 내려가기 전, 내가 걸어온 세상의 모든 땅을 보았다. 걸을 땐 몰랐는데 굽이굽이 이어져 수갈래로 나뉜 길을 걷고 있었구나.
가득 차 있던 것들이 서서히 비워져나간 빈 자리 앞에 섰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차오르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슬퍼지는 마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낯이 익지 않는 것이 있다. 머나먼 길을 돌아 눈앞에 웅크린 흔적에 괜스레 먹먹하다.
걸음마다 웃음이 넘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뒷모습들을 따라 가만히 걸어보면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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