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고택을 거창에서 엿보다-동계 정온 고택,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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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고택을 거창에서 엿보다-동계 정온 고택


경상남도 거창은 품위 있는 경치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거창 특유의 고요한 자연 속에 들어서면, 옛 선조들의 아픈 과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끝없는 폭포와 숲이 우거진 금원산을 따라 전해지는 전설 속의 숨결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옛 선비들의 흔적과 어우러진 자연이 만들어내는 장관은 말 그대로 품위가 있다. 

                    
                

명품이라 불리는 고택

  • 높은 툇마루와 눈썹지붕, 눈썹처마가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동계 정온고택의 전경. 사랑채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거창의 산수를 가득 담은 곳, 그곳에 동계 정온 고택이 있다. 1820년 중창된 이후 후손들에 의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 저택은 ‘충신당’이라는 당호를 받아, 중요민족자료 제205호에 등록되어있다. 동계고택이 충신당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 데에는 이야기 하나가 전해져 내려온다. 동계 정온 선생은 인조임금에 대한 충절로 유명하다. 병자호란 이후 낙향한 그가 은거했던 이 집을 지나던 추사 김정희 선생이 그의 충심에 감탄하여 그를 칭송하는 현판을 내린 것이 바로 이 ‘충신당’ 현판이다. 원작은 박물관에 보관되어있고, 종택에는 모작이 걸려있다 한다. ‘문간공동계정온지문(文簡公桐溪鄭蘊之門)’이라 적힌 붉은 현판이 손님을 맞이하는 이 고택은 건축기법이 뛰어나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고택을 둘러싼 높은 산이 분지 형태를 하고 있어 남쪽 지방이라 하면서도 그 추위가 심해 북방식으로 겹집 형태를 하고 있는가 하면, 또 비가 잦은 호서 지방의 특성 탓에 겹 지붕을 짓는 등 특이한 건축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눈썹지붕이라 불리는 지붕의 형태가 매우 독특하다. 조선 후기 사대부 주택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전통식 가옥에서 느껴지는 차분함, 그리고 마루 끝에 매달린 메주, 겨울이면 돋아나는 고드름, 봄이면 마당을 가득 채우는 꽃나무까지. 집 안에 낙원이 존재하는 듯이, 고요함과 어울리는 전경이 한층 종택을 기품 있게 만들고 있다.

 

정온고택에서 보는 역사의 굴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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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채에 걸려있는 충신당 현판은 추사 김정희가 남긴 글씨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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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청으로 알록달록한 사당에는 동계 정온선생을 기리는 현판이 걸려있다.

충신당으로 이름 높은 정온고택이지만 실상 그 이후의 역사가 녹록치만은 않았다. 동계의 현손이었던 정희량이 연루되었던 이인좌의 난이 후손들을 멸족시켜버릴 뻔한 것도 이후 자손들의 혼사 문제에 큰 영향을 미쳤으니 실로 기구한 일이다. 그러나 충신으로 이름 높은 집안을 한명의 반역자로 씨를 말려버릴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사대부들 사이에 퍼져있었기에 초계 정씨는 가문을 존속시킬 수 있었다. 이인좌의 난이 일어났던 영조 치세에 동계의 제사를 허가받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온고택의 사당에 걸려있는 정조의 제문과 사랑채에 걸려있는 추사 김정희의 충신당이라는 현판을 함께 보면 초계 정씨 가문에서 겪었던 역사적인 굴곡이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이러한 운치를 보다 넉넉하게 즐기고 싶다면 고택 체험을 추천한다. 사랑를 비롯한 여러 방에서 하루를 묵으며, 조선 후기 생활양식과 고택의 매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랑채, 중문채방, 대문채 등 실제 고택을 숙박시설로 꾸민 곳에서 주변 자연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사랑채는 한말 왕세자가 두 달간 머물렀던 방으로 스스로 고귀해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가진 방이다. 다실에서는 따스한 차 한 잔에 도란도란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본래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 옛 선인들은 이곳에서 시문과 시류를 논했다고 한다. 선비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고택의 품위는 음식에까지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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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가의 음식 맛은 안채로부터 나온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안채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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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온 고택의 장독대는 햇빛이 잘 드는데 있어 장을 숙성하는데 한층 그 맛을 돋운다.

동계 정온 고택의 또 다른 명물은 손님맞이 상이다. 그 모습 자체로도 상차림이 알록달록하니 아름답지만, 그 상을 차리기 위해 드는 품과 노력은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꼬박 며칠이 걸린다. 구수한 돔장, 새콤달콤한 맛이 도는 수란채국을 비롯해 직접 만든 족편, 싱싱한 나물 무침까지. 상이 넘칠 만큼 차려지는 음식들에는 그만큼의 정성과 손님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담겨있다. 거창 2011 곳간 축제 종가 음식에 출품되어 전시까지 되었다고 하는 동계 정온 고택의 음식은 경주 최부잣집 맏딸이라 불리는 최희 종부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전국에서 손으로 꼽히는 부잣집이었다고 전해지는 그녀는 자신이 자라며 배운 풍족함을 손님들에게 고스란히 내어놓는다. 그 맛 또한 정성 어린 솜씨가 가득하고, 하루가 짧을 만큼 손이 많이 가지만 자부심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손님맞이 상이다.

이러한 음식의 맛을 살리는 것은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장에서 나온다. 실제 정온고택의 안채를 보면 깨끗하게 정돈된 장독대와 천장에 달려있느 메주가 눈에 확 들어온다. 유별날 것 없이 배운 대로만 담그는 장이기에 햇빛이 많이 들고 산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을 쓰는 것이 장맛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지만, 그 배운대로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에 한층 믿음이 간다. 안타깝게도 단체로 찾는 것이 아니면 손이 많이가는 상차림을 받기 어려울 듯 하다. 그러나 그 맛의 근본이 되는 장류는 기왓골식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니 요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찾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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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고택들이 있는 곳, 거창!
거창의 동계 정온 고택을 탐방하러 출발~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개기자

발행2020년 03월 12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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