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게 기억되는 인천 동구 먹거리 골목들
인천의 역사적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근대 문물의 교역로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항구가 있고 외국인 조계지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외국의 문물이 인천을 관문삼아 지금의 서울로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대 문화의 탐구지로만 인천을 기억하기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1960년대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경공업단지들을 집중적으로 세우면서, 인천은 공장 노동자들이 활발하게 유입되는 도시가 되었다. 인천 동구에 있는 다양한 음식특화거리도 배고프고 주머니 가벼운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 많다.
세숫대야같은 주발에 한가득, 화평동 냉면거리
인천은 개항 이후 냉면 맛집이 가득했던 곳으로 유명했다. 서울 사람들이 냉면을 먹으러 인천까지 오거나 혹은 서울까지 배달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니 맛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인천 냉면을 지나치기 쉽지 않았으리라. 육편을 얇게 썰어 올리고 삶은 달걀을 올린 모습은 고기 먹기가 쉽지 않았을 시절 엄연한 특식이었다. 그러나 이 인천 냉면의 역사는 태평양 전쟁이 시작되며 물자 부족으로 명맥이 한번 끊겼다. 이후 새롭게 등장한 명물 냉면이 있었으니 화평동 냉면거리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고급 외식에 속했던 그 전의 냉면에 비해 화평동 냉면거리는 지극히 서민적인 기반에서 자라났다. 공장 노동자들이 사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가격도 낮았고 무엇보다도 양이 매우 많았다. 화평동 냉면이 세숫대야 냉면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과언이 아니었다. 배부르게 속을 채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세숫대야만한 냉면기에 냉면을 곱빼기마냥 담아주는 식당이 등장하자 다른 집들도 점점 영향을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화평동 냉면거리가 세숫대야 냉면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 것. 입맛을 확 끌어당기는 새콤달콤한 맛과 푸짐한 양에 힘입어 지금도 화평동 냉면거리를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는 열 개가 넘는 냉면집들이 모여 화평동의 이름을 내걸고 성업 중이다. 대식가들을 위해서 냉면 사리를 무제한으로 담아주고 있어 적은 돈으로 배를 넉넉히 채우기 좋다. 특유의 고추장 양념과 열무김치, 오이가 담긴 모습은 그 자체로 시원해보인다.
옛 제조방법 그대로, 송현동 순대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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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의 순대거리에서는 집집마다 돼지뼈로 낸 진한 국물이 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송현동 시장 건너편, 건물 1층의 대부분이 순대를 팔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로 생소한 풍경. 하루에 두 번씩 밀물이 차던 수문통을 중심으로 시장이 생기며 주변 항만과 공장의 노동자들이 상권을 살렸다. 이 때 든든하고 푸짐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순대거리도 조성된 것. 들깨가루를 가득 얹고 매콤한 양념장을 넘칠 듯이 설설 끓는 국물에 풀면 배 속에 훈훈한 기가 가득 차는 국밥이 완성된다. 넉넉한 양인데다 가격도 저렴하니 마음까지도 훈훈해진다. 따듯한 국물이 있어서일까, 이 송현동 순대거리에서는 심심찮게 소주 한 병으로 반주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때로는 쫄깃쫄깃한 머릿고기까지 안주삼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매콤한 볶음도, 쫄깃한 데침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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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인천역에서 멀지 않은 인천 만석동 주꾸미거리는 인천의 중·동구를 연결하던 건널목 자리에 고가교가 건설되며 구성됐다. 인천 바닷가 주민들이 즐겼던 주꾸미가 우리에 친숙하게 된 것은 인천 부둣가 포장마차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곳에서 맛보는 주꾸미 요리는 살아있는 주꾸미를 약한 불에 데쳐 회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전골로 끓여 먹는 것이 보통이다. 신선한 주꾸미와 갖은 야채를 고추장에 볶아내는 볶음 요리도 많이 찾는다.
양도 가격도 챙기고 싶다면 인천 동구 먹거리 탐방을 떠나세요! 후회하지 않을 투어가 될 거예요~
글 트래블투데이 심성자 취재기자
발행2024년 01월 22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