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의 작품들과 소통한다, 송암미술관
인천 미추홀구에 위치한 송암미술관은 동양제철화학의 창립자인 고(故) 이회림 회장이 평생 모아왔던 문화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1960년대, 소다회공장을 인천에 건설한 이래로 쭉 인천을 터전삼아 기업을 발전시켰던 역사를 기념해, 인천시에 무상으로 기증한 것이 송암미술관의 모태다. 그 종류도 다양하다. 회화로는 겸재 정선과 오원 장승업, 글씨로는 추사 김정희와 석파 이하응 등 교과서에서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작품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정원처럼 조성된 야외전시실에서는 아름다운 석물 조각들이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
도자기부터 불상, 장신구까지, 1층 공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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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미술관 1층 전체는 공예실로 통칭할 수 있다. 청동기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도자기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고고실과 도자실을 비롯해 삼국시대부터 한민족의 정신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불교실이 있기 때문이다. 서화가 아니라 그릇이나 불상, 각종 생활 소품까지 볼 수 있어 그 폭이 실로 넓은 편이다. 특히 고고실에서는 단순히 종자나 음식 등을 담는 데에만 쓰였을 것 같은 토기의 다양한 활용새를 볼 수 있다. 빗살무늬 토기에서 벗어나 뚜껑 달린 접시와 컵, 시체를 매장할 때 썼던 옹관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옹관의 경우, 시대별로 다른 모양새를 지녔던 점을 충실히 반영해 청동기 시대부터 삼국 시대까지 매장문화의 변화를 엿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반면 도예실은 다소 익숙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고려 시대의 토기와 청자, 조선 시대의 분청사기, 백자 등을 전시해 교과서에서 자주 보곤 했던 시대별 도기의 특징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전시했다. 특히 도자기를 수놓는 문양이 다채로워 그 양식을 비교해볼 수 있는 것이 장점. 아무런 무늬가 없는 순백자부터 푸른색 안료로 그려 넣은 청화백자, 상감기법을 쓴 청자 등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우리 도자 문화를 폭넓게 제시했다.
한국의 목공예품을 깊이 있게 보고 싶다면 불교실과 민속실을 먼저 가는 것을 추천한다. 불교실에는 불상만 있을 것 같지만, 절에서 생활하는데 썼던 촛대나 목각함, 12지신의 조각 등의 공예품까지 볼 수 있다. 또한 민속실에서는 책을 볼 때 썼던 좌탁이나 필통, 소반 등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의 손을 거쳐 가며 쓰인 지는 이미 오래된 물건들이지만, 그 쓰임새에 따라 꾸며진 남자들의 사랑채, 여자들의 안채는 여전히 제 나름의 빛을 반짝반짝 내고 있다.
글도 그림도 빠지지 않는 서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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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서화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2층은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이다. 추사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 후기 대가들의 작품과 인장이 걸려있어, 제각기 필체는 달라도 절묘하게 균형이 잡힌 작품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예작품에서 인장은 그 글씨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풍부한 균형감을 나타내는 마지막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작품에 찍힌 인장들의 글씨체나 찍힌 장소 등을 비교해보면, 옛날 사람들이 글씨의 뜻과 서체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균형감 역시 중시했음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일반회화실에서는 조선의 내로라하는 화가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꼭 보길 권하는 작품은 겸재 정선이 그린 노송영지도다. 꿈틀거리는듯한 늙은 소나무의 정정함과 발치의 영지버섯이 어우러진 모습은 오래도록 산 영물의 생명력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외에도 문자와 상형문자 사이를 떠도는 듯한 문자도, 다양한 소재를 엿볼 수 있는 병풍작품 등 다양한 채색 작품이 있어 그림을 잘 몰라도 흥미가 갈만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1층, 2층을 돌아다니며 전통예술 탐험을 다 마쳤다면 잠시 바깥으로 향해보자. 장식적인 면모가 강한 7층 석탑을 비롯해 은은하게 음각으로 새겨진 보살상, 고만고만한 키를 자랑하는 동자상 석물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특히 야외전시실의 눈길을 한 번에 끄는 것은 박력 넘치는 광개토태왕비 복원품이다. 진품은 중국에 있지만. 그 비석의 모양이며 옹골차게 새겨진 글씨가 어우러져 박물관을 든든하게 지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글 트래블투데이 김혜진 취재기자
발행2019년 02월 08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