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여행의 또 다른 이름
하늘은 티 없이 푸르고, 바람은 적당히 살랑대는 날씨가 되면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가까운 공원으로의 산책이든, 저기 먼 산과 바다 어디로든, 그저 떠나고자 하는 열망 하나면 충분하다. 때로는 별다른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또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 힐링이 된다. 국내 곳곳 시원하게 뻗어 있는 길을 따라 걸어보자. 걷기,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자어 ‘나그네 여’와 ‘다닐 행’ 자가 합쳐진 말인 ‘여행(旅行)’은 어떤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을 뜻한다. 이때 ‘다닐 행’ 자에는 ‘걷다, 가다, 다니다’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 결국 여행의 가장 기본에는 ‘걷기’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자동차, 버스, 비행기, 기차 등을 타고 떠나는 여행이 보편적이지만 옛날만 해도 아니었다. 탈 것이라고 해봐야 말이나 나귀, 마차나 수레 정도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수단은 아니었으니 결국, 거리가 얼마나 됐든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지금은 나들길, 둘레길, 올레길 등 그 명칭만 다를 뿐 모두 걷기 좋은 코스로, 국내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서울에서 가장 걷기 좋은 북한산 둘레길을 비롯하여 한반도 역사를 돌아보는 강화 나들길, 하늘과 바다를 잇는 부안 변산 마실길, 동해의 절경을 간직한 영덕 블루로드, 걷기 여행 열풍의 주역, 제주 올레길까지 무수히도 많은 길이 우리와 함께한다.
아름다운 풍경, 귓전을 간질이는 바람 소리, 은은하게 피어나는 꽃과 풀내음 등 걷기를 통해 평소 지나쳤던 것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수 있다. 분주한 일상에 얽매여 있느라 보지 못했던, 귀 기울이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을 것.
물론, 걷는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걷는 만큼 힘이 들고, 걷는 동안 시간은 지체되기 때문. 그러나 가끔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버거운 삶은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 여행을 떠나보자.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도 좋다. 집 앞 산책로도 좋고, 근교 공원이나 유원지도 좋다.
다만 걷는다는 것은, 여행의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걷기를 통해 배우는 것, 느끼는 것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혼자서 걷는 길이든,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이든 어디 좋아요! 걷기를 통해 여행의 여운을 보다 진하고 오래 간직해 보세요!
글 트래블투데이 박옥란 편집국장
발행2018년 04월 25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