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이순신길 ‘백의종군로’를 따라 걷다, 국내여행,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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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이순신길 ‘백의종군로’를 따라 걷다


2015년 2월, 순천향대학교 이순신연구소가 난중일기를 바탕으로 그간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 340.2km 구간에 대한 추가적인 고증을 마쳤다. 이로써 전체 640.4km에 이르는 백의종군로가 완성됐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는 서울부터 경기,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등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있다. 그중 정유재란(1597년)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당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했던 구례~순천 구간의 길을 ‘남도 이순신길 백의종군로’라 부른다. 

                    
                

‘비움으로 승리하는 정신’으로 걸었던 길

‘백의종군(白衣從軍)’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흰옷을 입고 군대를 따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벼슬 없이 군대를 따라 전장에 간다는 의미다. 백의종군은 조선 시대 중죄를 지은 무관에게 내리던 형벌이다. 일각에서는 백의종군을 심각한 형벌이 아닌, 단순한 보직 해임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인 1588년 여진족과의 전투에서 한 차례, 이후 임진왜란 기간 중에 두 번째 백의종군을 했다.
 
‘남도 이순신길’이라 불리는 ‘백의종군로’는 조선 시대 정유재란(1597년)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당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했던 구례, 순천, 하동 구간을 가리킨다. 이는 전체 백의종군로 중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119.1km 구간이다. 전라남도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자체적인 역사 고증과 조사 등을 거쳐, 2012년 말 7개 코스의 역사관광 탐방로를 조성했다.

 

[제1코스] 백의종군로

  • ‘백의종군로’ 제1코스는 산수유 마을 중 하나인 계척마을 산수유시목지에서 시작된다. 

이순신 장군이 한양에서 백의종군 길에 오른 것은 1597년 4월 1일의 일이었다. 이후 4월 26일 구례 계척마을에 이르게 된다. 계척마을은 임진왜란 중 피란을 내려온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마을로, 이순신 장군은 그곳에서 마을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계척마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나무가 있다. 일명 ‘할머니 나무’가 그것이다. 이 나무에는 1천 년 전 중국 산둥성 처녀가 시집오면서 가져왔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전설을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떤 산수유나무보다도 크고 웅장해 왠지 모르게 수긍이 간다. 한편, 산수유시목지가 있는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국내 유수의 산수유 군락지로 유명하다. 국내에 유통되는 산수유의 약 70퍼센트는 이 일대에서 난다. 계척마을도 산수유마을 가운데 하나다. ‘백의종군로’ 제1코스는 바로 이 계척마을 입구에 있는 산수유시목지에서 시작된다.

 

[제2코스] 뚝방 마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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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코스인 '뚝방 마실길'에서는 각종 야생화와 풀벌레 등 소소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섬진강의 지류인 서시천은 구례군 산동면, 광의면, 용방면 등을 거쳐 흐르는 지방 2급 하천이다. 산수유마을에서 이 서시천을 따라 찬찬히 걷다 보면 어느새 제2코스인 ‘뚝방 마실길’에 들어선다. 농로여서 차가 다니지 않고 봄이면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호젓이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름 모를 물새들과 풀벌레 소리,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마을의 풍경을 보며 걷고 있노라면, 때 묻지 않았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아른아른 떠오른다. 광의면사무소에서부터 시작하는 제2코스의 종점은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다. 이곳에서는 백의종군로의 자료는 물론, 지리산둘레길 정보도 얻어갈 수 있다.

 

[제3코스] 벚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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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코스'가 지나는 문척면 일대는 봄철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길'로 유명하다.

제3코스는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에서 동해마을까지 이어진다. 제3코스에서는 과거 구례현청으로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례읍사무소 건물과 손인필비각을 볼 수 있다. 손인필은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에 자주 언급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구례 출신의 관군지휘관으로 임진왜란 때 공적을 세운 위인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할 때 가장 환대하고 도왔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훗날 백의종군이 끝나고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었을 때, 이순신 장군이 구례에서 가장 먼저 만난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문척교를 지나 죽연마을에서 동해마을까지 가는 길은 이른바 ‘섬진강 벚꽃길’로 유명하다. 올봄은 지났으니, 다음 해 피어날 벚꽃을 기대하며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제4코스] 황전늘품길

벚꽃길을 지나 동해마을에 이르렀다면 다음은 4코스에 진입할 차례다. 제4코스는 구례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 길은 섬진강 지류인 황전천변을 따라 걷는 길로 발산마을과 괴목시장 등을 거친다. 코스의 백미는 ‘황전늘품길’에 있다. 황전늘품길은 오직 흙으로만 조성된 길이다. 평탄한 아스팔트 길에 익숙해졌지만, 때론 울퉁불퉁한 흙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런 이들에게 ‘황전늘품길’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해줄 것이다. 제4코스에서는 조금 거칠지만 따스한 흙길의 매력 속에 마음껏 빠져보자.

 

[제5코스] 눈물길

제5코스는 황전면사무소에서 출발하여 백야교, 용암매실밭을 지나 학구마을까지 이어진다. 매실밭부터 학구마을로 가는 길은 산길이기 때문에 얼마간 체력이 필요하다. 지금이야 사람들의 발길이 남아 제법 길 구색을 갖췄지만, 그 옛날에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으리라. 송치 협곡을 넘으며 이순신 장군은 어떤 생각으로 이 길을 걸었을지 상상해본다. 송치재 정상에 이르면 순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이 잠시 쉬며 낮잠을 청했던 바위도 아직 남아 있다. 장군처럼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송치재를 넘으면 조선 시대 관리들이 쉬어가던 객관이 있었던 학구마을에 이른다. 

 

[제6코스] 구국다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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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코스는 순천 시내를 관통한다. 순천의 명물인 '웃장'에서 잠시 허기진 배를 채워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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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코스를 따라난 동천. 순천 시민들의 휴식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제6코스는 일면 ‘구국다짐길’이다. 백의종군하던 이순신 장군은 제6코스의 시작점인 학구삼거리 신촌마을의 객관에서 여정을 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아끼던 부하 정원명과 정사준을 만나 적군의 정황을 전해 듣기도 했다. 과거에는 드나드는 인적이 많지 않은 마을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교통이 발달해 드나드는 차도 사람도 많다. 옛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여전히 길이 있고 마을이 남아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길은 서면파출소와 순천 시내를 지나 순천 팔마비에서 끝난다. 순천 팔마비는 고려 충렬왕 때 이곳의 승평부사였던 최석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근처에는 순천의 명물인 '웃장'이 자리 잡고 있으니, 허기진 배를 채우러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제7코스] 석주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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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조루'는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류이주 선생이 지은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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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주관 칠의사묘'는 정유재란 때 순국한 의사들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백의종군로’의 마지막 코스는 ‘석주관 가는 길’이다. 제1코스부터 제6코스까지는 맞닿아 있는 반면, 제7코스는 제2코스 끝에서 시작돼 석주관에서 마무리된다. 섬진강을 따라 구례에서 하동 방면으로 이어진 길로 코스 중간에는 용호정이 자리 잡고 있다. 용호정은 을사늑약 때 ‘절명시’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 황현의 제자들이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로, 섬진강과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용호정을 지나 약 3km 정도 더 가면 다음은 구례 운조루를 만난다. 조선 영조 때 낙안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집으로, 지어질 당시 99칸이었지만 지금은 70여 칸만 남아 있다. 류이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길의 종점인 ‘석주관 칠의사묘'는  정유재란 때 순국한 의사와 의병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제1코스에서 제7코스까지의 종주가 부담스럽다면, 제1코스~제2코스~제7코스로 이어지는 짧은 코스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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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했던 길을 따라 걸으며, 성웅이고 위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을 이순신 장군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트래블투데이 박선영 취재기자

발행2018년 04월 28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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