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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을 감도는 전통의 맛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의 즐거움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음식을 씹을 때 터져 나오는 고유의 맛과 향이 입안을 감돌면, 행복감마저 든다. 거기에 만든 이의 정성과 전통까지 깃들여져 있는 음식은 취하는 이로 하여금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 전통이 담긴 정성 가득한 요리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종가댁의 비법이 담겨 조금 더 특별한 맛을 내고, 정갈한 한국 전통 요리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오늘 당신이 트래블아이에서 만날 고택의 이야기는 ‘전통 먹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고택’들이다.

                    
                

영양 두들마을에 들어서다

 
  • 두들마을의 다소 검소해보이는 고택이다.

청정자연의 선물, 산과 계곡이 자연 그대로의 배경이 되어 이루어진 영양 두들마을은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에 있다.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 91호로 지정되어 있는 석계고택과 285호로 지정되어 있는 유우당을 포함, 30여 채의 전통가옥이 남아있는데, 새롭게 들어선 한옥 건물과도 자연스러운 어울림이 있다. 광려산과 왕산, 병암산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화매천을 다라 400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마을이 더욱 궁금해진다.
 
1640년(인조 18년), 석계 이시명 선생 병자호란의 국치에 상심하여 들어와 터를 잡아 살면서 세운 가옥이 바로 석계고택이다. 사랑채와 안채 건물이 모두 一자형 건물로 만들어져 二자형으로 간결하게 배치가 되어 있다. 여타의 종갓집과는 달리 기와로 지붕 끝을 세우지 않았고, 사랑채는 맞배지붕(가장 간단한 지붕형식으로 지붕면이 양면으로 경사를 짓는 지붕-(세계미술용어사전,1999, 월간미술)으로 되어 있다. 가옥 주변에 낮고 간결하게 둘려있는 토석담장이 양반가옥이라 하기엔 다소 검소해 보이는데, 석계고택이 더욱 편하게 느껴지는지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현존하는 한글 요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책인 ‘음식디미방’을 자손들을 위해 쓴 정부인 장씨가 바로 이시명 선생의 부인이며, 부인이 여생을 보낸 곳이 바로 석계고택이다. 
 

 

‘음식디미방’에서 복원된 전통음식을 맛보다

 
  • 경상북도 영양군에는 음식을 체험해볼 수 있는 '음식디미방체험관'이 있다.

'음식디미방'은 ‘음식의 맛을 아는 법’이란 뜻이다. 이 책이 귀중한 까닭은, 경상도의 일반 사대부들이 평소 먹는 음식의 재료와 146가지의 면류, 어육류, 채소류의 조리법, 음식 보관법들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는데, 3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 책을 보고 요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라 한다.
 
영양 두들마을에서는 ‘음식디미방’의 조리법을 기초로 한 양반가의 한상차림을 든든하게 한 끼 채울 수 있다. 번들거리는 기름기가 최대한 배제된 알록달록 채소반찬이 상차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식감과 맛을 내기 위해 제철에 나는 재료만 사용한다. 조미료에 익숙해진 혀에 선선한 재료가 만들어 내는 진정성 있는 맛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그 맛의 극치를 찾아 음식을 조금 더 오래 씹게 되니 요리를 마치기도 전에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고택에서 즐기는 우리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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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진안에 있는 괴정고택과 강원도 춘천에 있는 김정은 가옥에서는 한국의 맛과 멋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종가에서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종가 전통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고택도 있다. 충남 아산 설화산의 정기를 품고 300 백 년 전 전통의 건축법으로 만들어진 황토 흙집, 문화재청 지정 아산시 1호 한옥 체험 고택인 풍덕고택을 소개한다. 풍덕고택은 예안 이씨 14대조가 터를 잡고 집성촌을 이룬 곳에 세워진 이기원 종부가 살고 있는 가옥이다. 제사와 손님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이 중요한 ‘예’인 종가에서 가문의 비법을 담은 기주떡(대추와 석이버섯, 채 썬 밤을 넣고 막걸리를 발효시킨 떡), 전통의 맛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진잎국(무청과 배춧잎을 넣은 쇠고기국)과 고추, 깻잎 등 제철 나물로 만든 부각, 가문에서 즐겨 먹던 조리법 그대로의 냉만두 등 전통을 지킨 종가만의 솜씨와 지혜가 요리에 그대로 묻어있다.
 
이 밖에도 종가를 지키며 어머니의 요리솜씨를 그대로 전수 받은 장녀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전북 진안군의 괴정고택, 텃밭에서 손수 키운 재료들로 정성스레 우리나라 전통 아침상을 받을 수 있는 경상북도 청도군에 있는 선암서원, 대추차, 생강차, 단팥죽 등 전통차가 따뜻하게 마련되어 있는 강원도 춘천의 김정은 가옥(춘천고택)도 한국의 맛과 멋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고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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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2015년 01월 19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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