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게 쌓아 올린 진천 농교

진천 농교는 크기가 맞지 않는 돌을 얼기설기 쌓아 놓은 돌다리이다. 높지도, 그렇다고 물속에 잠겨 있는 것도 아니지만 수면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 높이에 금방이라도 물이 차오를 것 같다. 100여 미터에 이르러 길게 뻗는 지네의 형상을 한 돌다리는 멀리에서 보면 다리라기보다는 돌을 무더기로 쌓아놓은 것처럼 보인다. 돌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력암질의 붉은 돌을 모아 만든 다리는 어딘지 허술해 보인다.

올라서면 돌이 삐걱거리기도 하는데, 천년의 세월을 지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일(一)자로 길게 뻗은 흔한 모습이 아니라, 구불거리며 쌓여있는 돌다리는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결과물이다. 과학적, 철학적인 이 다리는 제각기 다른 돌들이 모여 커다란 힘을 내고 있기에 우리 민족의 협동과 단결에 대한 교육적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조들의 지혜가 축적된 진천 농교

고려 시대에 축조된 진천 농교. 조선환여승람(朝鮮環與勝覽)에 따르면 이 다리는 음양의 기운을 모두 갖춘 돌들만을 이용해 만들어졌으며, 물이 다리 때문에 물길을 거스르지 않도록 ‘수월교(水越橋)’의 형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신기한 것은, 이 돌다리에는 28개의 교각이 있는데 이것은 하늘의 기운을 따라 별자리의 기본 28숙을 응용했다고 한다. 물살을 피하는 과학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 교각들이 바로 진천 농교의 비밀이다. 1976년 지방 유형문화재 등재 당시, 24간이 남아있던 다리를 복원하여 옛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진천 농교에는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본래는 이 다리가 이어주던 마을인 마호천변이 있었는데, 옛날 이 마을에 살던 부잣집에서 동냥하는 도사에게 밥도 아닌 소여물을 주는 악행을 저지른 탓에, 이 마을에 물난리가 났다고 한다. 부잣집은 수몰된 저수지 바닥에 아직도 금방아를 찧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처럼 진천 농교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와 전설에는 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자연재해를 이겨내고자 했던 선조들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진천 농교인 것이다.

 

진천 농교의 가치를 알려주는 농다리 전시관

구곡리의 사람들은 농다리에 대한 애착이 뛰어나다. 농다리 보존회, 농다리 지킴이회 등의 농다리 관련 단체가 농다리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동양의 최고 문화유산인 농다리는 지원 단체의 지원을 통해 보존되고 있다. 2000년부터 해마다 농다리 축제도 열리고 있는데, 농다리에 대한 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농다리 전시관은 소박한 규모가 농다리의 모습과 잘 어울린다.

진천 농교의 우수성과 역사를 알리기 위해 개관된 이곳에서는 농다리가 만들어진 방법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 전설 등을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리에 대한 이야기도 볼 수 있으며 농다리에 대한 전설을 영상으로 구현해놓은 상영관, 사진전 등이 준비되어있다. 지금껏 천 년을 살아온 진천 농교. 하지만 그 가치를 알고 보존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물을 가로질러 쌓인 이 돌다리는 영원히 이 자리에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