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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딛고 다시 꿈을 꾸다, 양양 낙산사


2005년 4월 5일. 각종 언론 매체의 헤드라인은 강원 양양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장식한다. 4일 밤 11시 50분께 강원도 양양군 사교리 일대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관동팔경 중 하나였던 낙산사와 보물 제479호였던 동종 등 부속건물을 거의 전소시켰다. 바닷가 쪽에 위치해 간신히 화마를 피한 보타전, 해수관음상 등을 제외하면, 사찰 내 열다섯 채의 건물 중 열한 채가 소실됐다. 화마가 휩쓸고 간 낙산사에는 잿더미로 변한 목조 건물의 잔해와 허물어진 기와 조각만이 남았다. 믿지 못할 광경 앞에서 불자들은 물론 온 국민이 쓰디쓴 눈물을 삼켰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기원이 담겼을 천년고찰은 그렇게 스러졌다. 하지만 줄곧 슬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복원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창건 초기 대가람의 면모를 살려 복원을 하기까지 꼬박 3,000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픔을 딛고 다시 세워진 낙산사는 이제 ‘꿈’을 이야기한다.

                    
                

꿈이 시작되는 길

  • 관세음보살을 봉안한 낙산사의 원통보전과 7층 석탑이 나란히 서 있다.

양양에서 속초 방향으로 해안을 끼고 조금만 달리다 보면 푸른 동해를 마주하고 있는 낙산사를 만난다. 신라 의상대사(625-702)가 671년 창건한 사찰로 오봉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낙산사는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의 계시를 받은 뒤 관세음보살의 진신사리를 모셔 만든 사찰로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 꼽힌다. 이곳의 관세음보살은 진실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의 소망과 기원을 잘 들어주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낙산(洛山)’이라는 이름은 인도의 보타낙가산에서 유래했다.
 
주차장에 이르면 바로 낙산사로 오르는 입구가 보인다. 경내로 들어서기 위한 첫 관문은 홍예문이다. 조선 세조가 낙산사에 행차했을 때 세운 것으로 26개의 화강석을 무지개 모양으로 만든 석문(石門)이다. 이 문을 지나 낙산사에 들어서면 ‘꿈이 시작되는 길’이 펼쳐진다. 이 길은 소나무 숲길을 따라 원통보전까지 이어진다. 낙산사 곳곳에 ‘꿈’과 관련된 길이 조성된 것은 지난 2005년 화마가 지나간 이후의 일이다. 잿더미로 변해 다시는 볼 수 없을 줄로만 알았던 낙산사가 복원되는 과정은 마치 꿈만 같았다.
 
새로운 종이 걸린 범종루를 시작으로 사천왕문과 빈일루, 응향각을 차례로 지나면 이윽고 원통보전에 닿는다. 원통보전은 관세음보살을 봉안한 낙산사의 법당으로, 홍련암 관음굴에서 21일 기도를 마친 의상대사에게 관음보살이 그 터를 일러주었다고 전해진다. 법당 안에는 건칠관음보살좌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고려 시대 후반의 전통양식을 따르고 있는 문화재로 우리나라 보물 제1362호다. 2005년 화재 당시 원통보전은 모두 소실되었으나, 건칠관음보살좌상만은 금곡 정념스님과 사부대중이 미리 옮겨두어 무사하였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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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이루어지는 길은 원통보전에서 해수관음상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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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수관음상은 16미터 높이로 단일 불상으로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원통보전에서 참배를 마치고 나면 ‘꿈이 이루어지는 길’로 접어든다. 간절한 바람을 담아 길을 걷고 있노라면 해수관음상에 도착한다. 낙산사를 대표하는 해수관음상은 화마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졌으며 16m 높이로 동양 최대 규모다. 낙산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뒤로는 너른 동해 바다의 풍경이 펼쳐진다. 해수관음상을 지나 언덕을 내려오면 낙산사 경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보타전을 만날 수 있다. 보타전에는 칠관음과 1500관음이 모셔져 있다. 
 

설레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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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상대 일출은 관동팔경 중 하나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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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련암은 기도를 마친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한 곳에 세워졌다.

보타전에서 바다 쪽으로 이어진 길은 ‘설레임의 길’이다. 이 길의 끝에는 의상대가 자리 잡고 있다. 의상대는 이름난 동해 일출 명소 중 하나로 1926년 만해 한용운이 낙산사에 머물 때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의상대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절벽 위로 다소곳이 올라 있는 홍련암이 보인다.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붉은 연꽃 위에 나타난 관음을 직접 친견했다는 석굴 위에 지어졌다. 한편, 법당의 마루 밑으로는 지름 10cm 정도의 구멍을 뚫어 출렁이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

비록 화마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지만 그럼에도 빛나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양양 낙산사. 이곳을 거닐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안정을 되찾는다. 바로 사찰이 주는 평온함, 울창한 송림이 주는 안도감, 푸른 바다가 주는 시원함까지 자연 그대로의 정취와 사찰의 신비가 가득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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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는 아픔을 딛고 그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는 점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위로합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되지요! 다시 꿈을 꾸고 싶다면 낙산사로 떠나보세요!

트래블투데이 편집국

발행2016년 07월 20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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