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끝에 선 봄(春)
- 대전광역시 중구 -
적막하고 소박한 초가집 앞에 서니 일제치하에 민족의 울분과 저항의식을 한 이상화의 시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대전광역시 중구 어남동의 한 야트막한 산길로 들어서면 구한말 불굴의 독립운동가, 문인으로 활동하며 민족의 역사 속 뜨거운 투쟁을 벌인 단재 신채호 생가가 모습을 보입니다. 번잡한 중심가에서 벗어난 길목에 초가지붕과 장독대, 툇마루는 어쩐지 쓸쓸해 보이지만 단재의 피끓는 투쟁의지로 인해 곧 봄이 올 것 같습니다. <트래블아이>의 이번 미션, ‘중구의 끝에서 피끓는 봄을 맞이하고 오라!’
중구 어남동의 단재로로 들어서면 정겨운 풍경이 맞이한다. 야트막하고 단정하게 쌓아올린 돌담에 소박한 초가집에서 민족정신의 자존감을 실감할 수 있을까?
“단재교 지나 이 길로 들어서면 나온다고 했는데, 도심 같지 않게 집이 드문드문 있어서 찾기가 어렵네.”
“저기 돌담으로 두른 집 초가집 하나가 보이는데? 생각보다 소박하고 정겹다. 이곳에서 민족정신과 피끓는 투쟁의지를 느낄 수 있을까?”
인적이 드물어서 일까, 화려하게 꽃이 피는 봄이 아니라서 일까? 장독대와 초가지붕이 조금은 쓸쓸하다. 머릿속에 온통 독립운동뿐이었던 그의 생각과 숨결을 읽어본다.
“대전의 중심가와는 느낌이 전혀 다른 풍경이라 조금 놀랐어. 인적도 드물고. 가끔 머물다 간 사람들도 흔적을 남기지는 않으니까. 어쩐지 조금 썰렁하다.”
“그래도 생각지도 않게 시골풍경을 마주해서 인지 나는 조금 푸근한 걸? 단정하게 쌓아올린 돌담과 장독대가 낯설지 않고 정겨워.”
초가지붕 아래'단재정사(丹齋精舍)'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편액에 걸린 뜻대로 정신을 수양하며 자신 안에 피끓는 무언가를 생각해보자.
“단재정사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있다. 어쩐지 정사라는 뜻에서 정신을 수양하던 단재의 곧은 심지가 느껴지는 것 같아.”
“이곳은 단재가 8세가 되던 해까지 어린 시절을 보내던 곳이라는데, 그럼 어릴 때부터 심성에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녹아있던 걸까?”
차갑게 얼어붙은 땅에 끓는 피 한주먹을 뿌려서라도 봄을 맞이하겠다는 단재의 굳은 투쟁의지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고자 한다면?
“선생은 언론계에 입문하면서 애국계몽운동과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았다고 해. 붓 하나로 친일파의 매국행위를 비판하고 온 국민이 국권회복에 앞장설 것을 주장하였지"
" 뿐만 아니라 국채보상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여 애국계몽에 발 벗고 앞장서신 분이셔. 민족역사에 대한 끓는 애착이 곳곳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지.”
고즈넉한 단재정사 툇마루에 앉는다. 멀리 단재의 동상에서 선생의 굳은 표정이 전달된다.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며 나의 봄, 누군가의 봄 그리고 우리의 봄을 떠올려본다.
“문학으로, 언론으로, 역사 연구로 독립운동과 민족계목에 앞서며 온 마음 다해 나라를 생각하다 순국하신 선생의 삶을 돌아보니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져. 나는 내 삶에 한 번이라도 피끓는 순간이 있었나 생각하면서 말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잠시 우리의 봄 그리고 선생의 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 겨울의 매서운 한파가 지나야 비로소 봄이 오고 꽃이 핀다. 계절도 그러한데 우리네 인생이야 어디 안 그럴까.
“꽃이 피고 초록이 파릇하게 물들면 여기도 이렇게 쓸쓸하진 않을 텐데, 안 그래?”
“봄을 품고 있기에 겨울이 아름답다고 하잖아. 곧 봄이 올 거야. 선생도 봄을 기다리며 열심히 발로 뛰며 독립운동에 열중하신 게 아니겠어? 봄이 오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더 많아 질 테고.”
한 손에는 서책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우뚝 선 단재 신채호 선생의 동상이 마당 어귀에 서있다. 사람들은 단재 동상 앞에 서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떠날까?
“슬슬 일어날까? 곧 해가 저물겠어.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마지막으로 단재 선생 동상을 보고 가자. 생각보다 부드러운 인상에 다정함도 느껴져. 구래도 서책과 도포자락을 휘날리시는 모습에서 선생의 굳은 투쟁의지와 민족사를 염려하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를 나서는 발걸음이 영 가볍지만은 않다. 아쉬움과 끓는 마음 때문이다. 그럴 땐 다음 봄을 기약해보자.
“떠나려니 조금 아쉽다.”
“그래도 우리 마음속에 뭉클했던 순간을 느꼈으니 그걸로 만족해, 무언가를 얻고가는 여행이 이렇게 뜻 깊은지 오늘로 처음 알았어. 그래도 영 아쉽거든 다음 봄엔 단재 기념관과 사당도 둘러보기로 하자.”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엔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일제에 대한 저항의지로 가득했습니다. 1999년 새롭게 복원되어 기념물 제26호로 지정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생가는 선생의 검소하고 소박했던 생활을 보여줍니다. 성균관 시절부터 민족운동에 관심을 가진 선생은 고운 핏덩이를 한나라 땅에 고루 뿌려 곧 봄을 맞이하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위해 열심을 다하고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자 한다면 중구에 위치한 선생의 생가에서 민족을 위해 투쟁한 이들의 넋을 기리며 피끓는 의지를 배우고 돌아오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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