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잠잘 때, 밥 먹을 때 빼고는 입을 쉬는 일이 없었다. 목소리는 또 얼마나 우렁찬지 가까이 있으면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하고 다니느냐. 옆집 똥개가 새끼 낳은 일부터 아랫동네 아낙이 바람난 일, 나라님 흉보기, 어제저녁 밥상의 반찬, 죽다 살아난 할아버지 이야기, 조상님 묏자리까지 인간세상 일은 다 관여하고 다녔다. 남의 일이라면 상대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말을 나르는 탓에 피해 본 사람도 한둘이 아니었다.
하루는 마을 사람들이 훈장님 댁에 모여 앉아 불만을 토로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귀가 따가워 일할 수가 없소.”
“그가 안 해도 되는 말을 옮긴 탓에 나는 아직도 마누라와 전쟁 중이라네.”
“이대로는 안 되겠소. 이제부터 우리 모두 그의 얘기를 들어주지 맙시다.”
그리하여 마을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도 못 듣는 척했다. 들어주는 이가 없자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마을을 떠날 결심을 했다.
“좋아. 말을 하면서 전국 팔도를 유랑하는 거야. 내가 직접 들을 사람을 찾아서 이야기하고 다니자.”
그는 그렇게 봇짐을 꾸려 여행을 떠났다. 세상은 넓고 말할 사람은 많았다.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말을 지어내고 옮기며 행복하게 몇 년을 보냈다.
전국방방곡곡을 다니던 어느 날,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정동진에 도착하였다.
“풍광이 아름답구나. 신선이 따로 없네. 이제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만 있으면 되겠어.”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 바닷가를 걷던 그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를 향해 다가가자, 파도가 바닷가에 선 나무를 향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그래서 토끼가 용왕님에게 뭐라고 했느냐면…….”
파도의 목소리가 신기하여,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파도의 이야기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단 말이야? 전부 들어 말하고 다녀야지.’
그는 바위에 쪼그려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난생처음 들어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가 다리가 저렸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슬쩍 다리를 펴다가 솔잎을 밟고 말았다.
“어머나, 깜짝이야.”
솔잎의 소리에 놀란 파도가 저만치 바닷속으로 도망쳤다. 그는 파도를 향해 외쳤다.
“파도야. 도망치지 말고 더 이야기해다오. 뒷내용이 궁금해서 자리를 뜰 수가 없구나.”
하지만 파도는 그를 경계하며 말했다.
“안 돼요. 제가 했던 말은 용궁의 비밀이랍니다. 오로지 해안가의 나무만이 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용궁의 비밀이라니, 더없이 탐나는 이야기였다. 용궁의 비밀을 전국 팔도에 말하고 다닐 생각에 잔뜩 들뜬 그는 파도를 향해 외쳤다.
“내 그 이야기를 위해 기꺼이 나무가 되마.”
그러자 그는 다리가 땅에 박히고 피부는 점점 딱딱해졌다. 손에는 싹이 돋았고 머리칼은 초록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소나무가 되자 입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말하는 데에 눈이 멀어 영영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린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에게 입이 없으니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소나무가 되어 아직도 정동진 해변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